에포크타임스

“하버드 대학 곳곳에 중국 공산당 손길”…美 싱크탱크 보고서

2025년 04월 29일 오전 11:57

미국 하버드대학교가 중국 공산당과 관련된 단체들로부터 깊은 영향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대학의 학문적 독립성 저해는 물론 국가 안보까지 위협받고 있다.

중국에 초점 맞춘 미국 싱크탱크 스트래티지 리스크가 지난 22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하버드 대학은 금전적 지원과 협력 프로그램 등 ‘당근’에 길들여지는 사이 중국 공산당에 의해 여러 분야를 잠식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보고서는 하버드 대학을 잠식한 주체를 ‘중국 공산당(CPC·the Communist Party of China)’ 혹은 중화인민공화국(PRC)으로 칭했다. 중국(China)이라는 단어는 제한적으로 사용했다(보고서 링크).

보고서는 “일부 중국계 기부자와 단체가 하버드의 연구 방향을 왜곡하고, 중공에 유리한 기술 이전 및 국제적 영향력 확장 전략을 지원하고 있다”며 “이는 미국 대학에 대한 외국 정부 개입 문제를 다시 떠올리게 한다”고 지적했다.

대표적 사례 중 하나가 하버드 보건대학원이다. 이 시설은 2014년 홍콩 부동산 재벌 로니 찬 가족의 3억 5000만 달러 기부를 계기로 ‘하버드 T 찬 보건대학원’으로 개명됐다.

하지만 찬은 중국 국무원의 자문기구와 연결돼, 중국 공산당의 영향력 행사 대리인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그 이후 하버드 보건대학원은 중국 공산당을 칭송하는 ‘맨발의 의사(Barefoot Doctor)’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이는 공산당이 문화대혁명(1966~1976) 기간 의사 대신 몇 개월짜리 간이 교육만 수료한 농민을 농촌 지역 의사로 투입한 역사적 만행을 미화했다.

이 사건이 만행으로 평가되는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의사 부족은 공산당이 지식인 탄압을 일으켜 의사들을 대거 학살해 벌어진 일이기 때문이다. 급조된 ‘농민 의사’들의 엉터리 의술로 인해 수천 명의 죽음을 앞당기는 비극을 피할 수 없었다.

하버드 보건대학원은 중국 칭화대학과 협약을 맺고 공동 연구를 진행했으며, 이 과정에서 신장 위구르 자치구의 인권 탄압에 연루된 ‘신장 생산건설병단’과도 연결된 사실이 드러났다.

신장 생산건설병단은 신장 지역을 중국화하기 위해, 중국 공산당이 파견한 군대식 개척부대다. 신장 지역의 농업과 임업, 목축업, 제조업, 관광업 등 모든 경제 활동을 장악해 막대한 이윤을 창출하면서 강제 노동 등 위구르 소수민족 탄압을 주도한 조직이기도 하다.

이로 인해 신장 생산건설병단은 미국 정부에 의해 제재 대상에 올라 있다. 보고서는 “신장 생산건설병단 관계자들을 훈련시키는 과정에서 하버드가 미국 제재 규정을 위반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미국 대학 중 최고액… 차이나 머니에 무차별로 노출된 하버드

하버드는 중국으로부터 막대한 금전 지원을 받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미 교육부에 따르면 2023년 한 해 동안 하버드는 중국과 관련된 기부금 1800만 달러(260억원) 이상을 수령했다.

블룸버그는 2013년부터 2020년까지 하버드가 중국으로부터 받은 총기부액이 9370만 달러(1350억원)로, 미국 대학 중 최고액이라고 보도했다.

또한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인 2020년, 중국 부동산 개발 대기업 헝다(恒大)는 하버드가 주도하는 바이러스 연구 컨소시엄에 1억1500만 달러를 약속했지만, 실제로는 1200만 달러만 지급했다.

이 과정에서 하버드 내 일부 바이러스학자들이 “코로나19가 우한 연구소에서 유출됐을 가능성은 낮다”고 발표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중국 자금을 받은 학자들이 연구나 발언에서 ‘자기 검열’ 현상을 보이는 것은 공산당 통일전선 공작의 주요 목적 중 하나다.

보고서는 하버드 내 중국학생연합(Harvard CSSA) 등 유학생 조직들이 중국 공산당의 감시 조직 역할을 하며 동료 중국인 학생들을 압박하거나, 반중국 성향 강연이나 활동을 방해하는 데 관여했다고 밝혔다.

일부 하버드 교수들은 중국 측 보복을 우려해 민감한 사안에 대해 공개 발언을 자제하는 분위기도 감지됐다고 덧붙였다.

하버드 연구진이 중국 군사 산업과 직결된 연구기관과 공동 논문을 발표하는 등 중국 공산당 인민해방군과 기술 협력을 맺은 사례도 보고됐다.

보고서는 “하버드는 중국 공산당, 통일전선 공작부(내통 세력 포섭 기관), 심지어 국가안보 기구들과 다양한 형태로 연결돼 있으며, 이는 자유로운 학문 환경과 국가 안보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중국 공산당의 영향력을 차단하기 위한 내부 감시 체계와 사전 위험성 평가 등 중국과 협력 시 준수해야 할 가이드라인을 대학과 정부가 협력해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중국은 이러한 우려에 대해 과도한 정치적 해석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중국과의 교육 및 연구 협력은 상호 이익을 위한 것”이라며, “정치적 편견 없이 협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버드대학교는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지만, 이번 보고서로 인해 미국 내에서 중국과의 학술 협력에 대한 재검토 움직임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