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관세전쟁 여파…글로벌 해운사 “중국발 미국행 화물 30% 취소”

세계적 해운업체인 독일 하팍로이트가 미중 무역 갈등의 여파로 중국에서 미국으로 향하는 자사 고객 화물의 30%가 취소됐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하팍로이트 대변인은 “반면 태국, 캄보디아, 베트남발 화물 수요는 크게 증가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워싱턴포스트는 대변인을 인용해 “지난 4월 2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발표 이후 발생한 결과”라고 전했다.
미국은 이달 초 중국 공산당이 불공정 무역 관행을 고수하고 있다며 중국산 제품에 145%의 관세를 부과했다. 이에 중국 공산당은 미국산 제품에 125%의 관세로 보복하고 있으나, 훨씬 불리한 입장이다. 지난해 중국의 대미 수출액은 4390억 달러였지만 미국의 대중 수출액은 1448억 달러로 3분의 1 수준이다.
중국 현지에서도 암울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중국 선전 항만에서 일하는 컨테이너 기사인 젠(簡)모씨는 위성채널 NTD와의 온라인 인터뷰에서 “관세 때문에 물건을 수출해도 팔리지 않는다”며 “10달러에 팔던 게 100% 이상 관세로 가격이 20달러가 되니 미국 측 수입업자들이 주문을 취소했다. 아예 수출 생각을 접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미국 경제학자 데이비 웡 박사는 “해운 계약은 사전 예약이 중요한데, 지금처럼 대량 취소가 이어진다면 미국 (수입)업체들이 중장기적으로 중국산 제품에 대한 수요를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는 신호”라며 “조기 예약의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려는 움직임은 미중 무역이 장기적으로 쇠퇴하고 있다는 징후”라고 분석했다.
웡 박사는 “30%라는 수치는 미중 무역 갈등이 일시적 변동이 아니라 구조적 변화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수준”이라며 “중국과 미국 기업 사이에 거래에 대한 신뢰가 약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상호관세 발표 이후 세계 각국은 협상을 선택했으나, 중국 공산당은 미국과 대결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미-중 선박과 항공 화물편 취소가 잇따랐고, 중국 수출업체들은 선적을 중단했다. 상하이 등 중국의 중요 수출입항에는 수출업체들이 발송했지만 항구에서 배에 오르지 못하고 발이 묶인 컨테이너들이 쌓여가고 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지난 11일 “상하이 항구뿐만 아니라 광둥 염전항(鹽田港)에서도 컨테이너가 산처럼 쌓였고, 출항하는 화물선이 거의 없다”는 광둥성 수출업체 관계자의 발언을 전했다. 홍콩 명보는 전날 기준 중국 각지에서 미국으로 출발하는 컨테이너선의 선적 예약이 절반 이상 급감했다고 보도했다.
웡 박사는 “직접 수출과 우회 수출을 포함하면, 중국 수출의 45%는 미국 시장으로 향한다”며 “수출길이 막히면서 중국 기업들, 특히 제조업 고용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중국 중소규모 민간기업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어 대규모 파산과 해고가 촉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중국 연안 지역은 가장 경제가 발달한 곳이면서 동시에 대미 수출 의존도가 매우 높은 지역”이라며 “수출 감소로 연안 지방정부 재정이 악화하고, 항만·물류·제조업에서 시작된 타격이 전 분야로 확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위안화 약세, 자본 유출 가속화 등 금융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지난 15일 개막한 광저우 수출입상품교역전시회(캔톤 페어)의 현장 분위기는 싸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캔톤 페어는 중국 수출입 동향의 바로미터로 불리는 대표적 행사다.
페어에 참가했던 한 업체 관계자는 “미국 시장 매출이 우리 회사 전체 매출의 60~70%를 차지하는데, 지금은 상품 출하와 대금 회수 모두 막힌 상황”이라며 “일부 미국 바이어들은 아예 대금 지급을 중단하고 관망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참관객 리(李)모씨는 NTD에 “하루 종일 돌아다녀 봤지만, 거래 성사가 매우 적다. 체감상 예년에 비해 비교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라고 전했다.
미국 아마존에 입점한 중국 판매자 3천여 명을 대표하는 ‘선전 국경간전자상거래협회’ 왕신(王馨) 회장은 “미국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고율 관세를 견뎌야 하지만, 이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며 “관세 전쟁은 중국 내 실업률 급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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