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측근 장성 줄숙청, 지지기반 붕괴 시작…軍 2인자가 주도”

중국 탐사보도 기자 출신 美 망명 언론인 자오란젠 폭로
“習 측근만 숙청…군 2인자 장유샤 주도한 反시진핑 공세”
“공포감에 ‘명단’ 불어…시진핑 측근 장성 줄줄이 조사”
중국 공산당 인민해방군 내부에서 시진핑(習近平· 71) 측근 장성들이 줄줄이 숙청당하고 있으며, 시진핑의 군 내부 지지 세력이 대거 붕괴하고 있다는 폭로가 나왔다.
탐사보도 전문기자 자오란젠(趙蘭健)은 24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 엑스(X)를 통해 “지난 17일 중국 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가 전군 소장 이상 현직 및 퇴역 장성에게 기밀 문건을 회람시켰다”며 “이 문건에 담긴 내용으로 인해 모든 군대가 충격에 빠졌다”고 주장했다.
이날 자오란젠이 밝힌 문건 내용을 이해하려면, 그동안 그가 폭로한 중국 군 내부 사건에 대해 알아둘 필요가 있다. 한국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별도의 설명과 함께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 사건의 핵심은 중국군 최고 지도부인 중앙군사위 부주석 허웨이둥(何衛東·68)의 실종이다. 시진핑의 측근인 허웨이둥은 지난 40일 이상 공식석상에서 자취를 감춰 숙청설에 휘말렸는데, 실제로는 당국에 붙잡혀 부패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는 게 자오란젠의 이전 폭로 내용이다.
○ 이에 따르면, 허웨이둥은 매우 강압적인 조사로 인해 심리적 공황상태에 빠졌고 부패 사건에 연루된 군 고위층 명단을 줄줄이 불고 있다. 문제는 이들 상당수가 시진핑 측근 세력이라는 점이다. 결국 허웨이둥 한 명의 실토로 인해 군 내부 시진핑 지지 기반이 대량으로 쓸려나가고 있다.
○ 허웨이둥 한 명 때문에 시진핑의 지지 기반이 무너지는 이유는 하나 더 있다. 바로 이번 조사를 주도하는 세력이 군 내부 반(反)시진핑 세력의 리더 장유샤(張又俠·74)이기 때문이다. 장유샤는 시진핑과 아버지대에서 친분이 있었으나, 절친이었던 국방부장(장관) 리상푸(李尚福)가 시진핑의 반부패로 숙청당하면서 체면과 이익이 손상됐고 이로 인해 시진핑에게서 돌아선 것으로 알려졌다.
○ 장유샤는 허웨이둥과 마찬가지로 중앙군사위 부주석이다. 중앙군사위는 주석 시진핑 아래에 2명의 부주석이 경쟁하는 구도다. 허웨이둥은 대만을 겨냥한 동부전구 ‘대해방(台海幇)’ 소속이지만, 장유샤는 월남전 참전 경험을 갖춘 ‘월전방(越戰幇)’ 소속이다. 중국군은 여러 파벌로 나뉘어 있다.
○ 이 때문에 언론에서는 때로는 ‘군 2인자가 시진핑에게 도전했다’, ‘군 2인자가 숙청됐다’는 모순적인 기사가 나온다. 시진핑에 맞선 2인자는 쟝유샤이고, 숙청당한 2인자는 시진핑 측근 허웨이둥이다. 즉, 장유샤가 시진핑에 도전하면서 그의 손발인 허웨이둥을 잘라내는 형세다.
기밀 문서 “모든 관련자 조사할 것”…대규모 숙청 예고
자오란젠에 따르면, 중앙군사위는 기밀 문서에서 허웨이둥과 먀오화(苗華·69)가 ‘정치 파벌 형성’과 ‘군사위 주석 책임제 훼손’을 이유로 조사 대상이 됐다고 밝혔다. 먀오화는 중앙군사위 위원(군 서열 5위)으로 정치공작부 주임을 맡고 있다.
문서에서는 두 사람이 2027년 개최 예정인 제21차 당대회에서 군 인사에 개입하려 한 혐의도 받고 있다며 “겉으로만 충성하는 반역자(大奸似忠)”라는 강한 표현으로 규탄했다. 아울러 관련자 전원에 대해서도 정식 조사를 시작했다며 주요 관련자 3명을 공개했다. 왕허우빈(王厚斌·64) 로켓군 사령관, 왕슈빈(王秀斌·61) 전 남부전구 사령관, 린샹양(林向阳·61) 동부전구 사령관이다.
허웨이둥과 먀오화뿐만 아니라 왕허우빈, 왕슈빈, 린샹양 모두 그동안 비리 혐의로 낙마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들이다. 그러나 중앙군사위가 문건을 통해 ‘부패 혐의’ 외에 이들의 구체적인 혐의를 명시하면서 관련자 전원 조사 방침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군에 숙청 피바람을 예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자오란젠은 “당초 군사위 부주석직을 노린 것은 먀오화”라며 “이에 실패하자 허웨이둥을 적극적으로 밀어줬다”고 둘의 정치 파벌 형성 과정을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 11월 먀오화가 체포되자 왕허우빈, 왕슈빈, 린샹양이 당황해 허웨이둥에게 뇌물을 바치며 보호를 요청했지만 오히려 허웨이둥이 잡혀 들어갔고 조사를 받자마자 세 사람의 이름을 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 사건은 군 내부 사조직(정치 파벌) 결성 외에도 뇌물 수수, 매관매직, 성추문 등 복합적인 범죄로 얽혀 있다고 주장했다.

군사위, 고위 장성 출국 금지…전면적 ‘정치 감별’ 실시
중앙군사위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전군 장군급 이상 인사를 대상으로 ‘5개 정비’ 및 ‘4가지 해명’ 운동을 전개하며 전면적인 정치감별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든 장성급 인사는 출장을 포함한 지역 이동 시 상부에 단계별로 보고해야 한다. 이미 퇴역한 고위 장성들까지 포함됐다
다만, 이 같은 정황은 아직까지 공식적으로는 확인되지 않았으며, 관련 문서도 외부에 유출되지 않았다.
자오란젠은 이번 폭로에서 또 다른 핵심 인물인 허훙쥔(何宏軍) 상장도 지난 20일 체포됐다고 주장했다. 허는 중앙군사위 정치공작부의 실질적인 운영 책임자인 상무부주임이다. 그는 지난해 7월 군 진급식에서 유일하게 상장(上將·대장급) 진급해 시진핑의 총애를 받는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지난 1월 베이징에서 열린 군-정 간부 간담회에 허훙쥔이 참석했지만, 그의 이름은 관영 매체에 전혀 언급되지 않았고 CCTV 화면에서도 탁자 위에 놓인 이름표가 일부 가려지는 등 의도적으로 배척당하는 정황이 포착돼 신병 이상설이 확산됐다.
상장에 진급한 지 반년 만에 언론에서 ‘지우기’ 당하는 허훙쥔의 모습은 그를 직접 발탁한 시진핑의 판단력에 대한 의문 제기로 이어질 수 있다. 최근 연이은 중국군 고위 장성 숙청은 대부분 시진핑 측근 인사들에 집중됐다. 군 내부에서 반시진핑 세력이 시진핑 측근을 향해 공세를 퍼붓고 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시진핑은 과거 푸젠성에서 17년 이상 근무했기에 그의 인맥 상당수는 푸젠성과 관련돼 ‘푸젠방(福建幇)’으로 불린다. 푸젠방에는 동부전구 소속 군 인사도 포함돼 있으며 허웨이둥, 먀오화, 린샹양 등이 해당한다. 이들은 푸젠방 소속 장성들로 시진핑의 군 내부 주요 기반으로 간주돼 왔다.
반부패로 일어선 시진핑, 이번엔 반부패로 역공 위기
이처럼 중국에서 거듭되고 있는 군부 반부패 숙청이 실상은 시진핑의 측근 장성을 겨냥한 권력 암투라는 해석은 자오란젠만 제기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 거주 정치평론가 천포쿵(陳破空) 역시 “이번 숙청은 시진핑의 핵심 군 인맥을 겨냥한 전면 타격”이라며 “중앙군사위 부주석 장유샤가 이를 주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유샤는 지난해 8월 방중한 미국 국가안보보좌관 제이크 설리반과, 대만해협과 남중국해에서의 긴장 고조와 관련해 회담을 갖는 등 존재감을 부쩍 드러내고 있다. 백악관 안보 분야 고위 인사가 중국군 최고위급과 면담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게다가 대만해협과 남중국해 문제는 장유샤의 라이벌인 허웨이둥이 장악한 동부전구 관할이었다. 허웨이둥이 숙청설에 휘말린 것은 올해 3월부터의 일이다. 당시 허웨이둥이 건재함에도 불구하고 장유샤가 설리번 보좌관과 만난 것은 군 실세가 누구인지 드러낸 사건으로 평가되기도 했다.
에포크타임스는 자오란젠의 주장을 독립적으로 검증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자오란젠은 지난 2023년 침강(秦剛) 주미 중국대사, 리상푸 전 국방장관의 숙청을 최초로 주장했으며 이는 사실로 드러난 바 있다. 지난해 로켓군 대규모 숙청을 해외에서 최초로 폭로한 인물도 자오란젠이었다.

자오란젠은 지난 2022년 ‘쇠사슬녀’ 사건을 처음 보도한 탐사보도 언론인이다. 8명의 아이를 출산한 여성이 불법으로 감금돼 학대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린 이 사건에 전 중국인이 분노했고 이는 중국 내 심각한 납치와 인신매매 사건에 대한 사회적 관심 고조로 이어졌다.
그러나 자오란젠은 오히려 ‘전 세계에 중국의 치부를 드러냈다’는 이유로 당국의 추적과 괴롭힘을 받게 됐고 결국 중국을 탈출, 미국으로 망명해 언론인으로서 사명을 이어가고 있다. 중국 검색엔진 바이두에서 그의 이름을 검색하면 쇠사슬녀 사건을 보도한 기자로 기억하는 중국인들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자오란젠은 신변 위협 속에서도 중국과 중국 공산당의 내부 소식을 계속 폭로하는 이유에 관해 “진실을 한 걸음 더 나아가게 하려면 그들이 감추려 하는 치부를 드러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