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앞둔 캐나다…40개 단체 ‘외국의 개입 차단법’ 철저 시행 촉구

캐나다 연방 총선을 앞두고 외국 정부의 정치 개입과 재외국민에 대한 탄압 문제를 둘러싼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시민사회가 주요 정당에 입장 표명을 촉구한 데 대해, 각 정당이 자국 안보와 민주주의 가치를 강조하며 구체적인 정책 방향을 제시하고 나섰다.
이달 초 ‘외국 영향력 투명성 등록 연합(the Canadian Coalition for a Foreign Influence Transparency Registry)’과 ‘인권 연합(the Human Rights Coalition)’을 포함한 40여 개 민간단체는 캐나다 정당들에 명확한 입장 표명을 요구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해당 성명은 중국 공산당(중공), 러시아, 이란 등 권위주의 정권의 캐나다 내 영향력 확대에 관해, 그리고 캐나다 영토 혹은 국외에 머물고 있는 캐나다인에 대한 외국 정부의 탄압에 관해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는지 각 정당에 질의했다.
인권 연합은 22일 해당 질의에 대한 각 정당의 회신 내용을 발표했다. 사라 테이치 인권연합 대변인은 “전 세계 권위주의 정권들이 캐나다 영토에서 인권운동가와 반체제 인사들을 감시·위협하고 있다”며 캐나다의 주권을 수호할 책임이 있는 각 정당에 질의문을 보낸 취지를 설명했다.
테이치 대변인에 따르면, 구체적인 질의 내용은 다음 세 가지다. ▲외국 영향력 투명성 등록제를 ‘C-70 법안’에 따라 전면적이고 신속하게 시행할 의지가 있는가, ▲초국가적 탄압에 대응할 국가 전략을 마련할 것인가, ▲외국의 비(非)가시적 영향력 행사를 어떻게 차단할 것인가다.
‘C-70 법안’의 정식 명칭은 ‘외국 영향력 투명성 및 책임법(FITAA)’으로 지난해 6월 제정됐다. 캐나다에서 정체를 감춘 채 외국 정부의 이익을 위해 활동하는 이들에게 그 정체와 활동 목적을 투명하게 드러내도록 해 캐나다 국민을 보호하고 외국 간섭에 대응하기 위한 취지다.
이 법은 외국 세력이나 정부 및 단체, 기업 등과 계약을 체결하는 캐나다의 개인이나 단체는 그 계약 내용을 정부기관에 신고하도록 했다.
특히 캐나다 정부나 정치 절차에 관련된 외국의 영향력 활동은 일반 국민들도 알 수 있도록 공개를 의무화했다. 다만, 이 법에서 시행하도록 한 ‘외국 영향력 투명성 등록제’는 아직 시행되지 않고 있다.
외국 영향력 투명성 등록제는 캐나다 총선 주요 이슈 중 하나다. 중국 공산당의 선거 개입 시도가 최근 실제로 포착됐기 때문이다. 지난 21일에는 캐나다 선거보안국(SITE ·the Security and Intelligence Threats to Elections)은 보수당 후보 조 테이가 중국 공산당과 연계된 해외 간섭 공작의 목표물이 됐다고 발표했다.
이번 40개 단체 질의에 대해 정당들은 외국 개입과 초국가적 탄압을 방지해야 한다는 데에는 공감대를 나타냈다.
하지만 구체적인 방안에서는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자유당과 보수당은 안보 및 법 집행 강화를, 퀘벡당과 신민주당은 투명성과 교민 보호를, 녹색당은 기술적 해결책을, 인민당은 이민 통제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이하 외국의 선거 개입과 내정 간섭에 대한 입장을 캐나다 정당별로 정리했다.
여당인 자유당은 저스틴 트뤼도 전 정부가 외국 개입에 대응하기 위해 취했던 조치를 강조하며 마크 카니 대표 체제에서도 같은 기조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외국 개입을 “가장 심각한 위협 중 하나”로 규정하며 ▲캐나다 보안정보국(CSIS) 역량 강화 ▲인권탄압에 대한 처벌 법제화 등으로 대응하겠다고 했다.
또한 연방경찰 1000명 증원을 약속하며 외국 영향력 등록제에 대해 “적절히 대응하겠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시행 일정은 제시하지 않아 시민단체들로부터 모호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카니 대표는 “베이징(중국 지도부)은 가장 큰 위협이며, 캐나다는 적극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수당은 외국 영향력 등록제의 조속한 시행을 약속하며 등록제 도입 지연에 자유당이 책임이 있다고 비판했다. 보수당은 정권을 잡을 경우 ▲국가안보 전문가들의 조언 청취, ▲해외 탄압 단속을 위한 연방경찰 활동 강화, ▲외국 자금 유입 차단을 위한 자금세탁방지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퀘벡당은 등록제 도입을 지지하면서도 정부가 아직 관련 등록처조차 설립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제안한 방안으로는 ▲정당의 외국 자금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공공자금 보조 ▲내부 고발자를 보호하는 C-290 법안 재발의, ▲금융범죄 대응을 위한 특별기구 설립 등이 포함됐다.
신민주당 역시 등록제 도입에 기본적으로 찬성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집권 자유당이 아직 제도를 시행하지 않고 전담 공무원을 임명하지 않은 점에 실망을 표했다. 이들은 ▲재외 교민사회와의 협력을 통한 국정조사 권고 이행 ▲허위정보로부터의 보호 체계 마련을 공약했다.
녹색당은 인권과 민주주의 가치를 기반으로 “명확하고 효과적인” 등록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국가 사이버방어기구 설립, ▲AI 기반 위협 감지 시스템 도입, ▲외국 자금 유입 통제 및 핵심 인프라 보호 등 기술 기반 대책도 제시했다.
캐나다인민당(PPC)은 외국 개입의 근본 원인을 ‘대규모 이민과 다문화주의’에서 찾았다. 일부 이민자들이 모국에 충성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당은 정보기관에 필요한 권한을 부여해 “악의적 영향력”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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