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진실·선량·인내는 독재정권에 공포…자유중국 위한 각성 필요”
이제봉 울산대 교수 ‘파룬궁 4·25 평화 청원’ 26주년 기념 인터뷰

1999년 4월 25일, 1만 명이 넘는 파룬궁 수련자들이 중국 베이징 중난하이 인근 국무원 신방국을 찾아 수련의 자유를 요구했다. 청원은 평화롭고 질서 있게 진행됐고 당시 주룽지(朱鎔基) 총리의 온건한 대응으로 일단락되는 듯했다. 그러나 석 달 뒤인 7월, 중국공산당은 이 사건을 ‘중난하이 포위 사건’으로 규정하고 대대적인 탄압을 개시했다. 이 탄압은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에포크타임스와 자매 매체 NTDTV는 4·25 청원 26주년을 맞아 이제봉 울산대 교육학과 교수를 단독 인터뷰했다.
이제봉 교수는 울산대 교육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교육사회학, 교육정책, 다문화교육을 주요 연구 분야로 삼고 있다. 현재 울산대학교 교육대학원 원장을 맡고 있으며, 교육행정 및 다문화교육 전공의 주임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이 교수는 이번 청원을 통해 드러난 중국공산당 체제의 본질과 한국 사회가 직면한 과제를 날카롭게 짚었다. 그는 “자유민주 국가에서 평화적인 청원이나 기공 수련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당시 총리였던 주룽지가 허용하는 듯했지만, 이후 갑작스러운 대규모 탄압이 시작돼 깜짝 놀랐다”고 회상했다. 그는 “그 시절 한국은 자유로운 사회였기에, 중국에서 그런 일이 벌어졌다는 것 자체가 놀라웠다”며 그때 처음으로 중국공산당 체제가 얼마나 억압적인지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특히 중국에서조차 종교의 자유가 실질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현실을 지적했다. “중국에는 불교, 기독교, 이슬람교 등이 있지만, 사실상 공산당의 통제를 받는다”고 말했다.
중국인들이 ‘진·선·인(真·善·忍)’의 가치를 추구하며 파룬궁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그는 “중국 당국은 ‘종교는 아편’ ‘죽은 후엔 내세가 없다’라는 식의 유물론적 사고를 주입해 왔다. 그 결과 사람들은 삶의 의미와 죽음에 대해 깊이 성찰하게 됐고, 그런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수련을 택한 것”이라며 “그래서 수많은 중국인이 파룬궁에 심취하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파룬궁이 강조하는 진실, 선량, 인내라는 가치는 독재정권 입장에선 위협일 수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중국 사회는 소수가 다수를 노예노동으로 착취하는 구조이며, (강제) 장기적출도 서슴지 않는 체제다. 이런 체제에선 사람들이 모이는 것 자체가 두려운 일”이라며 “국민들이 진실을 추구하는 행위 자체가 공산당 지도부에겐 고통이자 공포로 다가온다”고 했다. 1999년 당시 중국 내 파룬궁 수련자 수는 중국 당국의 추산으로 약 7000만 명에 이르렀다.
이 교수는 한국 사회에 스며든 중국공산당의 영향력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그는 “한국은 원래 중국의 자유화를 도울 수 있는 나라였지만 지금은 오히려 중국공산당의 일부처럼 돼가고 있다. 속방(屬邦)이 돼가는 모양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공산당과 중국 인민을 철저히 구분할 수 있는 깊이 있는 심성과 지식이 한국 사회에 필요하다”고 했다. “중국은 수천 년의 문명국이지만 지난 100년이 채 안 되는 시기에 공산당에 의해 철저히 개조됐다”며 “이 문제는 중국인을 혐오하거나 배척할 일이 아니라, 체제 그 자체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자유화를 돕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며 “자유중국이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덧붙였다.
인터뷰 말미에 이 교수는 자신이 반중(反中)주의자가 아니라 반공산당(反共)주의자임을 분명히 했다. 중국공산당을 비판하는 이유는 인권과 자유, 인간의 존엄을 지키기 위함이라고 단언했다.

이 교수는 ‘사회정의를 바라는 전국교수모임(정교모)’ 공동대표로 활동하며 교육 현장의 좌파 이념 확산과 중국공산당의 영향력 확대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왔다. 특히 공자학원을 중국의 문화 침투 도구로 지적하며 이에 대한 경각심을 촉구하고 있다. 그는 현재 자유민주주의 체제 수호를 목표로 전문가들과 함께 비영리 민간단체 ‘자유와정의를실천하는교수모임(자교모)’을 이끌고 있다.
그는 “내가 중국공산당의 한국 침투에 반대한다고 해서, 결코 중국인을 미워하거나 혐중 정서를 퍼뜨리려는 것이 아니다”라며 “중국인들도 엄청난 고통을 받고 있다는 말을 자주 한다. 중국공산당과 중국 인민은 분리해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한국인들이 중국공산당이 한국 사회에 가져온 문제를 극복하는 동시에 인간의 동질성과 인권을 보호하려는 인식을 키워야 한다며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공산당과 디커플링하며 고립시키려 했던 목적도 결국은 중국 인민의 해방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인 중에는 노예노동과 억압, 왜곡된 정보 속에서 애국과 폭력을 구분하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며 “그들이 이를 극복하고 자유중국 사회를 맞이하길 바란다”고 했다. “그날이 오면 자유로운 세계에서 중국인들과 친구가 되어 살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웃으며 덧붙였다. “사실 나는 중국 음식도 좋아하고 중국에 대해서 굉장히 좋아한다. 그러나 지금은 중국공산당이 (중국을) 지배하고 있어서 중국에 가지 못한다. 그렇다.”
[편집자 주]
‘4·25 평화 청원’은 중국 현대사에서 드문 대규모 평화시위이자, 중국공산당 체제를 들여다보는 역사적 창(窓)이다. 이제봉 교수가 말했듯, 어둠 속에서도 ‘진(真)·선(善)·인(忍)’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지키려는 개인의 용기는 전체주의를 뒤흔드는 진정한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