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한산한 광저우 무역박람회…관세전쟁으로 중국 제조업 치명상

2025년 04월 24일 오후 3:08

4월 15일부터 5월 5일까지 열리는 광저우 무역박람회(캔톤 페어∙Canton Fair)의 전시장에서 경비원들이 부스 주인들에게 일찍 철수하지 말라고 경고하며 돌아다녔다. 그럼에도 불구, 많은 이들이 철수했다. 4일째가 되자 전체 통로가 반쯤 어두워졌다. 이는 오랫동안 세계를 향한 중국의 가장 큰 쇼윈도우로 칭송받던 행사에서는 충격적인 광경이었다.

이 박람회는 연 2회 개최되는 중국 대외 무역의 주요 전시장이다. 박람회 통로가 한산해지면 국가의 수출 엔진에 대한 신뢰도 함께 감소한다. 이번 봄 저조한 참가율과 주최 측의 ‘공식 철거 전에 참여업체들은 퇴장하지 말라’는 명령은 미국 주도의 관세와 변화하는 글로벌 소싱이 어떻게 중국 공장들을 질식시키기 시작했는지를 보여준다.

4월 15일부터 19일까지 열린 박람회의 첫 번째 단계는 전자제품, 가전제품, 기계, 조명, 하드웨어에 초점을 맞추었으며, 관계자들의 낙관적인 발표와 함께 문을 열었다. 월마트, 타깃, 까르푸, 아데오와 같은 유명 서구 소매업체를 포함해 215개국에서 20만 명 이상의 해외 바이어가 사전 등록을 했다고 한다.

박람회가 열리자, 방문객은 별로 안 보이고 전시장은 한산했다.

한 전시업체가 “인파가 지난가을과는 비교가 안 된다”고 에포크타임스가 입수한 비디오에서 말했다. 또 다른 업체는 “유럽인이나 미국인은 거의 없고, 대부분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 아메리카에서 온 바이어들뿐”이라고 언급했다. 3일째가 되자, 많은 부스는 방문객이 없이 썰렁해졌다.

한 조명 판매업체는 에포크타임스에 박람회에서 어떤 주문도 받지 못했으며, 단지 몇몇 호기심 많은 바이어가 나중에 그의 공장을 방문해 주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한때 박람회에서 5일 동안 30만 위안(약 5,900만원) 상당의 샘플 기기를 판매했던 업계 베테랑 카렌 황은 에포크타임스에 그 대조가 극명하다고 말했다.

그녀는 “전에는 아침부터 밤까지 한시도 쉬지 못했다”며 과거 전시회를 회상했다. “올해는 친구들 말로는 점심 식사 후 홀이 텅 비었다고 한다.”

개막일에 박람회 관계자들은 “심각하고 복잡한” 무역 환경을 이유로 마감일(4월 19일) 오후 6시 이전에 부스를 철거하거나 자리를 떠나지 말라고 공개적으로 통보했다. 위반할 경우 정부의 표창을 못 받고 나아가 이름이 공개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이 규칙은 곧 완화되었다. 4일째인 4월 18일, 전시업체들은 비공식 문자를 받았는데, 홀이 조용하게 유지된다면 마감일 정오부터 짐을 꾸리기 시작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카렌 황은 “이런 일은 전에 없었다”며 “그들은 미국 바이어들이 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박람회가 이토록 한산한 것은 최근 미중 관세전쟁의 직접적인 결과다. 이달 초, 워싱턴은 중국 수입품에 대한 평균 관세를 145%로 인상하고 중국 본토와 홍콩에서 오는 소포에 대한 세금 면제 혜택을 취소했다. 중국은 미국 수입품에 125%의 관세로 보복했다.

장시성에서 가내 수공업을 하는 친척이 있는 우 씨는 주문이 하룻밤 사이에 사라졌다며 “3월 중순부터 일이 없었다”고 말했다.

카렌 황에 따르면, 많은 공장이 매출의 70% 이상을 미국에 의존하고 있다. 공장주들이 정치적 해결을 바라는 가운데, 해고가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30%, 그다음에는 50%로 해고를 늘리고 있지만, 해결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미국 데이터에 따르면 2024년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액은 4,389억 달러(약 627조원)로, 이번 무역박람회의 주요 품목인 전자제품과 기계가 주를 이뤘다.

바이어들은 팬데믹 이후 구매처를 다각화하여 베트남, 태국 등으로 눈을 돌렸다. 카렌 황은 “미국 기업들은 리스크를 분산하는 법을 배웠다”며 “중국이 더 이상 유일한 선택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호황기에는 기업들이 부스 공간을 얻으려고 다투어 돈을 지불했다. 중고 부스는 최대 30만 위안(약 5,880만원)에 달했고, 9제곱미터의 최상의 위치는 최소 20만 위안(약 3,920만원)이었으며, 대형 브랜드들은 종종 네 개의 부스를 함께 예약하고 맞춤 장식에 추가로 20만 위안을 지출했다. 카렌 황에 따르면, 주최 측에 선물과 현금으로 “관시(關係)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 일상적이었다.

이제 많은 기업은 박람회에 참가하지 않는다. 팬데믹 동안 박람회는 온라인으로 전환되어 무료였고, 최근에는 가난한 지역에 할인을 제공하거나 비용을 면제했다.

카렌 황은 “최대한 돈을 아껴야 한다”며 “고객들이 결정을 망설이고 있다면 해외로 날아가 그들을 만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중국 상무부는 소매업체와 전자상거래 대기업들에게 내수 시장을 위해 팔리지 않은 수출 재고를 구매하라고 촉구했다. JD.com만 해도 내년에 최소 2,000억 위안(약 39조2천억원)의 구매를 약속했다.

카렌 황은 회의적으로 보았다. “국내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다. 수출 재고를 국내 시장에 푸는 것은 일자리 부족 문제만 심화시킬 뿐”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수요가 냉각되고 전시장에서 서구 바이어들이 드물어지면서, 전시업체들은 캔톤 페어의 황금기가 지나간 건 아닌지 의문을 품고 있다. 일찍 떠나지 말아 달라는 주최 측의 호소는 그 시대를 되살리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주는 가장 명확한 신호일 것이다.

*한강덕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