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정크푸드에 점령된 미국…보건복지부 장관 RFK는 무엇을 하고 있나?

2025년 04월 24일 오전 9:43

“이건 음식이 아니다. 음식 같은 물질일 뿐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보건복지부 장관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는 열량은 높지만 영양 가치는 거의 없는 수많은 가공식품을 이렇게 표현했다.

“식품에 들어 있는 딸기 향료… 거기엔 아무런 영양분이 없다”고 케네디 장관은 말했다. “그건 그냥 설탕이다. 우리 몸은 그걸 갈망하지만 결코 포만감을 주지 않는다. 영양소는 제공하지 않으면서 계속 더 먹고 싶게 만든다.”

오랜 기간 건강운동가로 활동해온 케네디 장관은 ‘미국을 다시 건강하게(MAGA)’ 캠페인의 일환으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제안한 ‘영양에 대한 새로운 사고방식(fresh thinking on nutrition)’을 지지해 왔다. 그는 지난 15일(이하 현지 시간) 인디애나폴리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마이크 브라운 인디애나 주지사가 발표한 9건의 건강 관련 행정명령을 지지하는 연설을 했다.

케네디 장관은 설탕 함량은 높지만 영양 가치는 거의 없는 일부 식품에 대해 각 주 정부가 지원하는 ‘보충영양지원프로그램(SNAP)’ 자금으로 구입할 수 없도록 금지할 것을 촉구해 왔다.

SNAP은 일반적으로 ‘푸드 스탬프(food stamps)’로 불리는 연방 정부 프로그램으로 주 정부가 운영을 맡고 있으며 약 4200만 명의 저소득 미국인이 식비 지원을 받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SNAP 자금으로 구매할 수 있는 식품 목록을 변경하려면 각 주는 미국 농무부(USDA)에 면제를 요청해야 한다. 인디애나를 포함한 여러 주가 현재 이러한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이러한 정책 지지자들은 이 조치에 대해 ‘더 나은 식품 선택을 유도하는 상식적인 방법’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반면 일부 비판론자들은 이번 조치가 실질적인 효과는 없고 상징적 제스처에 불과한 ‘도덕적 우월감 과시’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케네디 장관은 이 조치가 미국 내에서 점차 확산되고 있는 비만 문제를 되돌릴 수 있도록 건강한 식품 소비로 나아가는 ‘하나의 사회적 움직임’으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정크푸드의 기원

케네디 장관을 비롯한 일부 인사들은 맛은 있지만 영양가는 거의 없는 식품들이 범람하게 된 책임을 ‘빅 타바코(대형 담배회사)’에 돌리고 있다. 이들 기업은 60여 년 전 식품 산업에 진출했다.

‘BMJ(구 브리티시 메디컬 저널)’ 보고서에 따르면 1960년대부터 당시 최대 담배 브랜드였던 R.J. 레이놀즈와 필립 모리스는 ‘하와이안 펀치’, ‘쿨에이드’, ‘카프리선’, ‘탕’ 등 설탕이 첨가된 음료를 인수하고는 아동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시작했다.

“담배회사 경영진은 젊은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마케팅하던 방법을 식품 산업에 적용하고, 본래 담배를 마케팅하기 위해 고안된 색상, 맛, 마케팅 전략을 활용해 제품 라인을 확장했다”고 연구팀은 보고했다.

2021년 10월 13일 뉴욕시 브루클린 자치구의 한 상점에 진열된 뷰즈(Vuse) 전자담배 제품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하루 전 R.J. 레이놀즈의 ‘뷰즈 솔로’ 전자담배와 담배 맛 카트리지 판매를 승인했다. FDA는 이 제품이 전통적인 담배에서 발견되는 유해 화학물질에 대한 흡연자의 노출을 줄일 수 있다는 데이터를 근거로 판매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 마이클 M. 산티아고/게티이미지

1962년 5월 R.J. 레이놀즈사의 연구 책임자는 사내 보고를 통해 자사의 제품 개발 현황에 대해 보고했다.

이 연구 책임자는 해당 보고에서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가향 음료 맛 테스트 결과를 설명했으며 씹는 담배에는 인공 향료를, 담배에는 사탕수수를 첨가한 사실도 상세히 기술했다.

R.J. 레이놀즈와 필립 모리스는 결국 식품 산업에 더 깊숙이 진출했다. 이들은 1980년대부터 수년간 크래프트, 제너럴 푸드, 나비스코 등 주요 식품 브랜드를 소유했다. 이 과정에서 이들은 담배와 가향 음료 마케팅 전략을 다른 식품 제조에도 적용해 사람들이 쉽게 거부할 수 없는 제품들을 만들어냈다.

미국 캔자스대학 연구진은 담배회사가 소유한 식품 회사들이 다른 회사들보다 ‘극도로 맛있도록 설계된(hyper-palatable)’ 식품을 마케팅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연구 책임자인 테라 파치노 박사에 따르면 ‘극도로 맛있도록 설계된’ 식품이란 지방, 설탕, 나트륨 또는 탄수화물과 같이 음식의 맛을 끌어올리는 성분들이 과도하게 함유된 제품을 말한다. 파치노 박사는 캔자스대학 중독 연구·치료 센터의 부소장이기도 하다.

파치노 박사는 2023년 인터뷰에서 이러한 식품들은 포만감을 느끼게 해주는 영양소는 상대적으로 적게 포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녀는 이어 “그 결과 극도로 맛있도록 설계된 식품은 우리가 물리적으로 배가 불러도 먹는 것을 멈추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캔자스대학 연구진에 따르면 “담배회사들은 1988년부터 2001년 사이 극도로 맛있도록 설계된 식품들을 미국 식품 시스템에 선택적으로 유통시킨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로 인해 식품 산업 전반에 걸쳐 큰 전환점이 생겼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2018년쯤에는 제조사가 과거에 담배회사 소유였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지방·나트륨·탄수화물 함량이 높은 식품들이 이미 광범위하게 마케팅되고 있었다.

케네디 장관은 이로 인해 “모든 미국인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는 비만 위기가 초래됐다”고 지적했다.

2025년 4월 16일 마이애미의 한 매장 선반을 가득 채운 설탕 함량 높은 시리얼 상자들.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부 장관은 많은 가공식품이 칼로리는 높지만 영양 가치는 낮다고 지적했다. | 조 라들/게티이미지

케네디 장관은 “지금 우리는 비만이면서 동시에 영양실조 상태에 놓인 사람들을 마주하고 있다”며 “이는 우리가 섭취하는 음식이 더 이상 영양이 풍부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수준”이라며 “우리 아이들의 74%가 군 복무 자격을 충족하지 못하는 비만 상태”라고 강조했다

2023년 발간된 연방 정부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성인의 약 70%가 과체중이거나 비만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60년간 비만율은 세 배로 증가했으며 고도비만은 10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현상은 미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유럽인들 역시 60% 이상이 비만이거나 과체중인 상태다. 전 세계적으로도 비만 유병률은 수십 년째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주정부들의 대응

인디애나주와 아칸소주는 미 농무부(USDA)에 SNAP 구매 대상에서 탄산음료와 사탕을 제외해 달라는 면제 요청을 제출한 첫 번째 주들이 됐다. 두 주는 지난 4월 15일 공식적으로 해당 요청서를 발송했다.

이 외에도 여러 주에서 면제 신청 계획을 발표했으며 일부 주에서는 이를 위한 입법 절차를 검토 중이다.

네브래스카주의 짐 필렌 주지사는 지난 7일 USDA에 보낸 서한을 통해 탄산음료와 에너지 음료에 대한 면제를 요청할 계획임을 밝혔다. 아이다호주의 브래드 리틀 주지사는 지난 15일 주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탄산음료와 사탕에 대한 면제를 공식 요청하도록 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테네시주 하원의원들은 지난 3월 11일, 아이오와주 하원은 3월 26일 유사한 법안을 통과시켰다. 다만 두 주의 상원은 아직 해당 법안에 대해 표결하지 않았다.

한편 일부 주에서는 면제 요청을 의무화하는 법안이 부결되거나 입법에 실패하기도 했다.

2025년 4월 16일 마이애미의 한 매장 선반을 가득 채운 몬스터 음료의 에너지 음료 캔들. 에너지 음료, 주스, 분말 혼합 음료 등을 포함한 가당 음료는 SNAP 푸드 스탬프(미국 영양지원 프로그램) 지출의 약 9%를 차지한다. | 조 라들/게티이미지

웨스트버지니아주의 관련 법안은 지난 2월 19일부터 하원 위원회에 계류 중이며, 미주리주의 법안은 이달 8일 주 하원에서 부결됐다. 몬태나주의 경우 법안이 상원을 통과했지만 이달 9일 하원 인적자원위원회에서 중단됐다.

아리조나주의 케이티 홉스 주지사는 지난 15일 주 경제안전국이 면제를 요청하도록 하는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다만 홉스 주지사는 같은 날 학교 급식에서 ‘초가공식품(ultra-processed foods)’을 금지하는 법안에는 서명했다.

찬반 엇갈리는 반응

탄산음료와 사탕을 SNAP 구매 목록에서 제외하자는 방안에 대해 일부 보건 전문가를 포함한 찬성론자들은 해당 정책이 상식적이고 합리적이란 입장이다.

인디애나주의 사회복지사 크리스티 호프는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 정책은 영양학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상식적으로도 타당하다”고 밝혔다. 호프는 외래 소아클리닉과 메디케이드 사무소에서 자격 심사를 진행한 경험이 있다.

그녀는 “SNAP 수당은 본래 영양 섭취를 위한 항목에 사용되도록 설계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SNAP 혜택은 이미 판매 시점에 조리된 뜨거운 음식, 주류, 비타민, 건강보조제, 세정용품, 화장품, 개인 위생용품 등은 구매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영양 및 정책 전문가들은 대체로 고칼로리·저영양 식품의 소비를 줄이려는 목표 자체에는 공감하고 있다.

버밍엄의 앨라배마대학 보건정책학 비스아카 센 교수는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초가공식품이나 ‘공허한 칼로리’ 음식에서 더 건강한 선택지로 사람들을 유도하려는 의도는 이해된다”며 “정치적으로도 (공화‧민주) 양 진영 간 일정 부분 공감대가 있는 사안이라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센 교수와 다른 전문가들은 현실적으로 탄산음료와 사탕을 SNAP 구매에서 제외하는 것이 실제로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다. 이미 저렴한 식품을 찾는 것조차 어려운 가정이 많다는 점 때문이다.

텍사스 기술대학 영양학과의 니킬 V. 두란다르 학과장은 “어떤 음식이 사람에게 좋고 어떤 음식이 나쁜지를 구분하는 목록을 만들다 보면 그 리스트는 끝도 없을 것”이라며 “현실적으로 실행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식료품점을 하나의 거대한 뷔페 같은 곳이라고 비유했다. “설탕이 많은 음식을 하나 없애면 다른 음식이 그 자리를 채운다. 나는 그걸 ‘물에 구멍을 뚫는 것’이라고 표현한다”고 덧붙였다.

노스캐롤라이나 대학 의과대학 의학과 리처드 칸 겸임교수는 SNAP 품목 제한에 대해 “결국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값싸고 손쉬운 방식일 뿐”이라고 평가했다.

칸 교수에 따르면 설탕이 든 음료를 세금으로 더는 보조하지 않는다는 생각은 잘못됐다는 것이다. “우리는 여전히 농업 산업을 보조하고 있기에 설탕음료에 대한 간접적인 지원은 계속되고 있다”고 그는 말했다.

2019년 12월 5일 뉴욕시 브루클린 자치구의 한 식료품점에 부착된 SNAP 푸드 스탬프 혜택 안내 표지판.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부 장관은 미국인의 비만율 증가를 막고 보다 건강한 식습관을 장려하기 위해 각 주 정부에 영양 가치는 낮지만 당 함량이 높은 식품에 SNAP 자금 사용을 금지할 것을 촉구했다. | 스콧 하인스/게티이미지

대안 제시

많은 영양 및 정책 전문가들은 특정 계층의 소비 행태만을 겨냥하는 제한적인 정책보다 사회 전반을 아우르는 총체적 접근 방식을 선호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소비를 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탄산음료에 대한 세금 부과를 제안하고 있다. 또 다른 이들은 학교 급식의 영양 수준을 높이는 방안도 함께 거론하고 있다. 무소속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아동을 겨냥한 불건강 식품 광고를 TV에서 금지하는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인디애나대학 공중보건대학의 나나 글렛수 밀러 부교수는 “행위에 대한 직접적인 규제보다는 교육을 통한 접근이 더 효과적”이란 입장을 밝혔다. “행동을 통제하는 것보다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그녀는 말했다.

글렛수 밀러 부교수는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영양 교육의 효과는 다양한 증거로 입증된 반면 식품 선택 제한의 효과는 입증되지 않았다”며 “이런 점에서 교육 중심의 접근이 더 나은 해결책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건강하고 영양가 있는 식품에 대한 접근성이 낮다는 점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인디애나대학 의과대학 소아내분비학 교수이자 임상 당뇨병 프로그램 책임자인 타마라 S. 해넌 박사는 “건강에 해로운 제품은 매우 저렴하게 판매되는 반면 저렴하고 편리한 대안이 부족하다는 것이 핵심 문제”라며 “현재 논의되는 정책은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케네디 장관은 현재의 보건의료 환경이 건강한 생활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이러한 구조는 변화할 수 있다”며 희망적인 전망을 내비쳤다.

2025년 4월 16일 워싱턴 D.C. 보건복지부 청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 중인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부 장관. | 알렉스 웡/게티이미지

케네디 장관은 인디애나폴리스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에포크타임스에 “우리는 개인적 그리고 기관적 의료 선택을 공공 보건과 재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는(이 둘이) 완전히 엇갈려 있다”고 덧붙였다.

이 재조정이 이루어지려면 연방·주·지방 차원에서의 공동 노력이 필요하다고 케네디 장관은 강조했다.

“우리 혼자서 할 수 없으나 주지사들과 지역 사회의 엄청난 도움을 받고 있다”고 그는 전했다.

“이곳 인디애나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 이 운동을 이끌고 있으며, 이는 문화적 변화를 이끌어낼 것”이라고 케네디 장관은 확신했다.

*박경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