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美 관세 장벽에 中 수출 올스톱…쑤저우항, 컨테이너 3개월 무료 적치 ‘서비스’

2025년 04월 23일 오후 1:49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에 최대 24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서 중국의 대미 수출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22일 장쑤성의 주요 물류 거점인 쑤저우항 측이 3개월간 컨테이너 ‘무료 적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나섰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점에서 수출 업계의 손실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쑤저우항 관리위원회는 최근 공고를 통해 “수출입 기업의 어려움을 덜기 위해 4월 18일부터 7월 17일까지 쑤저우시 수출 기업에 대해 컨테이너 무료 보관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항구에 발이 묶인 수출 업체들의 부담을 덜어주려는 조치다.

반면, 중국의 안방극장 시청자들이 접하는 수출 업계 분위기는 전혀 딴판이다. 중국 공산당 관영 CCTV는 장쑤성 쿤산의 한 전기차 수출 업체가 “대미 수출을 대부분 중단했음에도 더 활발한 연구·개발로 새로운 수출길을 모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해당 업체 관계자는 인터뷰에서 “당초 내년이나 그 이후로 예정했던 신제품 출시를 올해로 앞당기기로 했다”며 미국의 대중 관세가 오히려 새 시장 개척의 기폭제가 된 것처럼 말했다. 인도 유통업체 관계자로 등장한 한 인도인은 “중국산 제품은 기능·품질 면에서 우수하다”며 “인도 시장 성장성이 크다”고 호평했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하다. 중국의 소셜미디어에는 도산 위기의 수출 기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장쑤성 단양(丹陽)시에 있는 한 의류 업체는 “6만 벌에 달하는 다운 재킷의 출고가 전면 중단됐다”며 지난 10일 트럭에 실었던 물품을 다시 내리는 직원들의 모습을 찍은 영상을 공개했다.

11일에는 광저우의 한 업체 대표가 “20년간 키운 회사가 파산했다”며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찍은 회사 풍경을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이 대표는 “연매출 2억에 직원이 60명이었는데”라며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내수 침체, 인구 감소에 고율 관세에 수출길이 막히면서 회사는 망했다”고 하소연했다.

중국의 또 다른 수출 지역인 저장성 타이저우(台州)의 한 기계 제품 생산 업체 관계자도 소셜미디어에 올린 영상에서 “이번 관세 전쟁은 우리 같은 중소기업에 직격탄”이라며 “해외 주문이 모두 끊기고 제품이 공장에 산처럼 쌓였다”고 토로했다. 영상에는 카메라가 향한 곳마다 발송되지 못한 물품이 가득했다.

수출 대신 내수로 발길 돌렸지만…내부 경쟁은 더 치열

수출길이 막히자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들도 ‘내수 전환’을 독려하고 있다. 알리바바, 더우인(틱톡), 콰이쇼우 등 10여 개 플랫폼은 ‘대외 무역 전용관’이나 ‘녹색 통로’를 개설했다. 수출 업체들의 내수 전환을 돕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수출 업체들은 내수 유통망이 미흡한 데다 이미 경쟁이 치열한 내수 시장에서 생존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중국 소비자들은 이미 경기 침체에 지갑을 닫은 지 오래다.

중국 가전제품 시장 전문 매체인 ‘중국가전망’은 “수출이 줄자 내수 시장에 공급이 급증하면서 가전 업계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2024년 중국 가전 업계 총수출액은 1,124억 달러였으며, 이 가운데 18%가 미국행이었다. 타국 우회 수출 물량까지 포함하면 이 비율은 더 올라간다.

일부 동남아나 중동 등으로 판매처를 다변화한 사례도 있지만, 미국으로 향하던 물량의 상당수는 내수로 전환되며 출혈 경쟁에 불이 붙었다. 저장성 츠시(慈溪)의 한 소형 가전 업체는 “대미 수출 비중이 30%인데, 출고 중단이 장기화될 경우 재고 처리를 위해 국내에서 대폭 할인 판매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주방 설비 전문 매체 ‘중주하오(中廚號)’는 “올해 설 연휴 이후 주방·위생 설비 기업들의 수출 주문이 줄면서 내수 시장으로 몰리고 있다”며 “가격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소비자 지갑 닫힌 中 내수시장, 수출 대체 불가

중국 정부는 이미 수년 전부터 내수 진작에 사활을 걸고 있다. 리창 총리 역시 이달 15일 베이징 현장 점검에서 “더 강력한 소비 진작책을 마련하라”고 재차 지시했다.

그러나 중국 가계 자산에서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부동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가계의 소비 여력은 크게 위축됐다. 외식 업계에서는 지난해부터 초저가 식단인 ‘가난뱅이 메뉴’가 유행처럼 번졌다. 소비자들의 닫힌 지갑을 열기 위한 경쟁에 수출 기업까지 뛰어들면서, 파이는 그대로인데 경쟁자만 늘어났다.

후베이성 우한 시민 톈(田) 모 씨는 RFA에 “주머니에 돈이 없는데 무슨 소비 촉진이 되겠나”라며 “돈이 있으면 촉진 안 해도 쓴다. 왜 항상 소비를 촉진한다고 하는지 모르겠다. 촉진해 봐야 소용이 없다”고 말했다.

톈 씨는 “예전에는 회사 사정이 어려우면 다른 곳에 가서 일할 수 있었고, 구인 경쟁 덕분에 임금도 자연적으로 상승했다”며 “자본가와 지주를 모두 타도한 지금은 공산당과 국영 기업이 독점하고 있다. 그들이 모든 걸 결정하고 가격까지 정한다”고 비판했다.

중국 독립 학자 허장빙(賀江兵)은 “미국의 소비 규모는 약 19조 달러, 유럽연합은 10조 달러에 달하지만 중국은 약 6.7조 달러로 GDP의 38%에 불과하다”며 “내수 시장만으로 수출 공백을 메우긴 역부족”이라고 지적했다. GDP에서 소비자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미국이 69%, 유럽연합이 51%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