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공영방송 다큐 “틱톡은 中의 감시 도구이자 전쟁 무기”

군사 안보 전문가들 “단순한 소셜미디어 아냐” 경고
틱톡, 사용자 생각·판단·행동 바꾸는 ‘인지전 수단’
“틱톡(TikTok)이 전 세계 15억 사용자의 데이터를 활용해 중국 공산당의 글로벌 여론 감시 및 여론 조작 무기로 돌변할 수 있다.”
프랑스에서 최근 방영된 다큐멘터리가 중국 공산당과 중국산 쇼츠 앱 틱톡의 위험한 연결 고리를 경고하고 나섰다. 전문가들은 이 앱이 단순한 동영상 공유 기능을 넘어, 공산당의 감시·선전·통제 수단이자 ‘빅데이터 전쟁의 핵심 무기’로 활용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프랑스·독일 합작 공영방송 아르떼(ARTE)는 지난 15일(현지 시각) 다큐멘터리 ‘틱톡: 통제당하는 네트워크(TikTok, un réseau sous influence)’를 공개했다. 프랑스 언론인 뱅상 드 콩테 감독이 제작한 이 90분 분량의 다큐는 틱톡의 모회사인 중국 바이트댄스와 중국 공산당 당국의 관계를 정치·군사·정보 전문가 20여 명의 인터뷰를 통해 파헤쳤다.
다큐 영상은 틱톡의 성공 비결이 ‘혁신적 알고리즘’에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그 활용에 대해서는 비판적으로 접근했다. 틱톡이 사용자의 취향을 정밀하게 포착해 중독성을 극대화하고, 그 영향력이 여가 활용이나 오락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정치·경제·뉴스까지 확장된다는 것이다.
틱톡의 짧은 영상에 중독된 이용자들은 이제 틱톡에 의해 통제된 시각으로 사회의 다른 부분까지 보게 된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틱톡은 이제 단순한 SNS가 아닌, 패권 경쟁을 위한 도구로 변질됐다”고 지적했다.
“개인정보는 새로운 석유… 中, 이를 무기로 미국 흔들려 해”
프랑스 군사전략연구소(IRSEM)의 폴 샤롱 연구원은 “중국 공산당이 말하는 ‘안보’는 단순한 군사적 개념이 아니라 선전, 사회 통제, 서구 문화 차단 등 모든 ‘사상 통제’ 영역을 포함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에선 ‘독립된 민간 기업’ 개념 자체가 없다. 모든 기업은 공산당의 통제를 받으며, 요청이 있으면 데이터를 반드시 넘겨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국 공산당은 중국에서 ‘일언당(一言堂)’으로도 불린다. 원래는 ‘한번 말한[一言]’ 가격대로 물건을 파는 상점이라는 의미로 생긴 표현이지만, 현재는 중국 공산당 지도부의 견해 외에는 어떠한 다른 의견도 허용되지 않는 무시무시한 사회를 가리키는 의미로 쓰인다. 공산당 체제하의 사람들은 그저 당 앞에 머리를 숙이는 존재라는 속뜻도 담고 있다.
틱톡은 지금까지는 재미있는 영상을 제공하는 소셜미디어 정도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나 중국 공산당의 패권 확장이 진행됨에 따라 점차 사람들에게 공산당의 정치 사상과 이념, 어떤 이슈가 발생했을 때 그것을 대하는 견해를 주입하고 그 프레임 안에 가두는 통제 도구로 작동한다는 것이다.
다큐는 틱톡이 이미 중국 공산당의 인지전(認知戰·Cognitive Warfare)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인지전은 심리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개념이다. 어떤 상황에 대한 인식과 판단을 흐리게 만들거나 잘못된 의사결정을 하게 하거나, 심지어 저항할 의지를 꺾어버리는 것이 목표다.

웃고 즐기는 사이에 ‘사상’ 스며들어…정치적 도구
중국 공산당의 인지전에 대한 연구가 활발한 대만에서는 틱톡을 일종의 전쟁무기로 보고 있다. 대만 법무부 조사국 소속 인지전 전문가 류원빈(劉文斌)은 “오늘날의 전쟁은 육해공, 우주, 사이버 공간에만 그치지 않으며 사람들의 인지 영역도 그 전장”이라고 말했다.
류원빈은 중국 공산당의 인지전에 대해 “정보를 이용해 타국 국민의 생각과 행동을 바꾸는 것”이라고 요약했다. 여기에는 노골적인 친중 여론 조성뿐만 아니라, 스스로 인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그 국가의 국민이나 정치인들이 중국 공산당식 사회 통제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까지 포함한다.
대만 국방안보연구원의 류수팅(劉姝廷) 연구원은 “시진핑은 ‘사회신용체계’를 구축해 국민의 생각과 행동을 통제한다”며 “사용자의 온라인 반응, 비판 여부까지 모두 중공이 수집한다. 틱톡은 그 핵심적 도구”라고 말했다. 이런 시스템을 해외로 수출하면 바로 무력 충돌 없이 그 국가를 공산주의식 통제 사회로 바꿔버릴 수 있게 된다. 이 때문에 틱톡의 알고리즘은 매우 정치적인 도구라고 비판받고 있다.
“틱톡은 중국 공산당의 트로이 목마”…전직 임원도 증언
틱톡의 전직 보안 책임자 패트릭 라이언은 “바이트댄스와 틱톡은 조직 구분이 모호하며, 보안 부서에도 중국인 엔지니어들이 포진해 있다”고 증언했다.
또한 미국 틱톡이 사용하는 업무용 협업 플랫폼 ‘라크(Lark)’가 실제로는 중국 바이트댄스가 개발한 ‘페이수(Feishu·飛書)’라는 점도 지적했다. 해당 시스템의 서버는 모두 중국에 있어, 이론상 중공이 모든 데이터를 열람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기업이나 서비스가 틱톡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문제는 틱톡 혹은 샤오홍수 같은 중국 소셜미디어들은 개인정보가 법으로 보호되고 이에 대한 취급이 규제를 받는 자유 세계와 달리, 중국 공산당의 철저한 통제하에 놓인다는 점이다.
프랑스의 국제관계 및 사이버 보안 전문가인 스테판 타이야 파리8대학 지리정치연구소 교수는 “틱톡은 마치 화웨이처럼, 중국(공산당)의 이익을 위해 작동하는 디지털 트로이 목마”라며 “중국(공산당)은 민간 플랫폼을 활용해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흔들고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