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이번엔 통신분야 고위급 숙청…“시진핑 측근 그룹 내분 양상”

시진핑 핵심 인맥 ‘시자쥔’ 소속 고위관료 부패혐의로 조사
올해 하반기 4중전회 개최 전망…권력 암투 본격화 가능성
중국 공산당(중공) 총서기 시진핑의 최측근 인사들과 깊이 연줄이 닿아 있는 고위 관료가 갑작스레 낙마하면서, 시자쥔(習家軍·시진핑 측근 세력)’ 내부 권력 다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중앙기율검사위원회(중기위)와 국가감찰위원회는 17일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교육과학보건체육위원회 부주임 양샤오웨이(楊小偉)가 “심각한 기율 및 법률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고 발표했다.
부부장(차관)급 인사인 양샤오웨이는 중국 통신 및 인터넷·방송 관련 요직을 두루 거친 기술 관료다.
양샤오웨이는 1963년생 충칭 출신으로 충칭시 전신국과 통신관리국을 거쳐 2002년 차이나 유니콤 충칭지사 총경리를 맡은 후 광둥지사 총경리, 본사 부총경리까지 승진했다. 2008년에는 차이나 텔레콤으로 옮겨 이사진과 총경리를 지냈다. 이러한 경력을 바탕으로 중앙정부 요직인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 부주임, 국가광전총국 부국장에까지 발탁됐으나 기율 위반 혐의가 알려지면서 사실상 정치 생명이 끝났다.
그는 시자쥔 핵심 인물인 장룽원(庄榮文)과 쉬린(徐麟) 두 사람의 비호를 받는 인사였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장룽원은 시진핑의 푸젠성 시절 측근, 쉬린은 상하이 시절 최측근이다. 장룽원은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 주임으로 재직하며 부주임인 양샤오웨이를 오른팔로 부렸고, 쉬린은 광전총국 국장으로 근무할 당시 부국장인 양샤오웨이와 가까이 지냈다.
또한 장룽원과 쉬린 두 사람은 모두 중공 최고 지도부인 중앙정치국 (일반) 위원에 편입될 가능성이 거론될 정도로 시진핑의 신임이 두터운 인물이었다.
중공 정치계에서는 어떤 고위 인사의 측근이나 핵심 수하에 대한 중기위 조사가 이뤄질 경우, 이를 해당 고위 인사의 권력에 이상이 생겼다는 신호로 풀이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모두가 부패를 저지르는 사회에서, 누군가 부패 혐의로 처벌을 받았다는 것은 부패 행위 자체가 문제가 된 것이 아니라, 그 고위 인사 혹은 그가 속한 파벌의 힘이 약해져서 일어나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차기 중공 지도부 후보군에 속한 두 명 모두와 가까웠던 양샤오웨이의 몰락은 그다음 숙청의 칼날이 어디로 향할지 짐작게 하는 사건으로 평가된다.
이번 숙청의 타이밍도 심상치 않다. 양샤오웨이의 숙청은 지난해 말 중기위 순회 감찰단이 인터넷정보판공실과 광전총국을 감사하고 그 결과를 발표한 지 3일 만에 이뤄졌다. 두 기관에 대한 감사는 각각 중기위 위원 시화(習驊), 천장융(陳章永)이 주도했는데, 둘은 시자쥔 허리 그룹에 해당한다.
중국 정치 평론가 리옌밍(李燕銘)은 “양샤오웨이의 숙청은 시자쥔 내부에서 권력 재편이 이뤄지고 있음을 시사한다”며 “지난해 7월 중공 3중 전회 이후 시진핑의 군부 장악력이 약화되자, 푸젠성 출신 장성들이 대거 숙청당한 일과 유사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선두 그룹의 비호를 받던 양샤오웨이가 중간 그룹이 주도한 감사에 숙청당했다는 점은 시진핑 측근 그룹 내부에서 권력 암투가 치열해지고 있으며, 동시에 시진핑의 권력 장악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신호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리옌밍은 “관례상 중공은 올해 하반기, 발전 노선과 인사 행정을 결정하는 4중 전회를 개최할 전망이다. 인사 변동 시기가 가까워지면서 이러한 내부 경쟁이 더욱 거세질 가능성이 크다”고 관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