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의 본질은 전략무기…미·중 체제 전쟁으로 진입”

대만 국제관계 전문가 쑹궈청 교수 인터뷰
“오락가락 관세? 불확실성이 트럼프의 핵심 전략”
“상대방 조건·반응에 맞춰 조절…협상의 기술”
“중공식 투쟁 아닌 미국식 협상으로 국제 무역질서 개편”
미국 정부가 지난 11일(현지시간) 스마트폰과 반도체 등을 상호관세 품목에서 제외한 것을 두고, 미국 주요 언론은 “정책 혼선”이라고 보도했다. 한국 언론들은 “트럼프가 중국(중국 공산당)과의 관세 전쟁에서 한 걸음 물러섰다”고 전했다. ‘말 바꾸기’라는 질타도 쏟아냈다.
그러나 이는 지난 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서명한 ‘상호관세 행정명령’에 이미 포함된 조항이었으며, 미국 정부의 11일 발표는 이를 명확히 한 것에 불과했다. 일부 언론은 2일 행정명령에 포함된 내용을 아예 모른 채 호들갑을 떨었고, 일부는 알고도 이를 모른 척 보도해 혼란을 부추겼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3일 “스마트폰 관세 면제는 가짜 뉴스”라며 직접 해명에 나섰다. 트럼프는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지난 금요일(11일) 발표한 것은 관세 예외가 아니다”라며 “단지 (상호관세가 아니라) 다른 관세 범주로 옮기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트럼프가 관세 전쟁에서 한 걸음 물러섰다”는 국내 언론 보도는 중공의 주장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했다. 중공 언론들은 백악관의 11일 발표를 두고 “관세 전쟁에서 트럼프가 후퇴했다”며 중공의 승리처럼 선전했다.
중공 총서기 시진핑은 트럼프 관세에 맞서 ‘항미 공동 전선’을 구축하려 동남아 3국 순방에 나섰다. 시진핑 총서기는 14일 베트남, 15일 말레이시아를 찾았고 17일 캄보디아에 입국했다. 중공은 미국의 관세에 공동 대응을 촉구했지만, 미국은 세계 각국을 향해 미국과 중국(중공) 사이에서 선택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발신했다.
이러한 양측의 움직임을 단순히 관세 정책을 둘러싼 충돌이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을 재편해 중공을 배제하려는 미국과, 이에 저항하며 항미 공동 전선을 구축하려는 중공 사이의 체제 전쟁으로 평가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그중 한 명인 대만 국립 정치대 교수 겸 국제관계연구소 연구원 쑹궈청(宋國誠) 박사는 지난 17일 방송된 위성채널 NTD 시사 분석 프로그램 ‘뉴스 인사이트’에 출연해 “트럼프의 관세는 적군과 동료를 식별하는 것”이라며 “내부 결속을 다지는 동시에 중국(중공)과 디커플링하는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다음은 쑹 박사의 발언을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내용이다.
– 트럼프가 관세 문제에서 돌직구를 날리는 것처럼 보였지만, 초구 직구 이후에는 변화구와 느린 공 등 다양한 구종을 조합하고 있다.
쑹궈청: ‘변화구’라는 언급이 적절하다. 현재 상황을 보면, 트럼프의 목적은 직구든 변화구든 중공을 삼진 아웃시키려는 전략인 것 같다.
중국에 대한 최대 245% 관세를 두고 일종의 ‘숫자 놀이’라는 평가도 나오지만, 트럼프가 불공정한 무역 관행, 무역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245%라는 숫자는 트럼프 행정부가 중공을 상대로 전력을 기울인다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
백악관은 국방 장비에도 들어가는 핵심 부품인 반도체에 관해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조사를 발동해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되지 않는지 조사할 시간을 갖겠다고 했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미국으로 수입되는 제품에 국가 안보에 대한 우려나 위협이 제기될 경우, 해당 제품에 대한 수입 물량 제한, 관세 부과 등 다양한 조치를 취할 절대적인 재량권을 대통령에게 부여한다.
이는 이번 관세가 미국이 적과 우방을 선별하는 ‘적대국 식별기’라는 점을 보여준다. 관세는 ‘이 나라가 미국의 안보와 산업에 위협이 되는가’를 점검하는 도구인 셈이다. 즉, 무역 수단이 아니라 전략 무기다.
– 트럼프의 정책이 급조됐으며 거칠고 혼선을 일으킨다는 지적도 있다.
쑹궈청: 트럼프 관세는 ‘롤링(rolling)’ 방식이다. 처음부터 일괄적으로 때리는 게 아니라, 조건과 반응을 보며 조정하는 식이다. 그래서 불확실한 것처럼 보이는데, 사실은 그것이 바로 전략의 핵심이다.
상대방에게 모든 카드를 보여주고 나면, 그다음에는 무엇을 할 수 있겠나. 트럼프는 예측할 수 없게 만들어 협상의 레버리지로 활용하고 있다. 이러한 불확실성은 트럼프 자신이 쓴 책(‘협상의 기술’)에서도 잘 설명돼 있다.
미국은 이 관세를 통해 ‘누가 끝까지 미국과 함께할 수 있는가’를 가려내고 있다.
우선 상대방의 반응에 따라, 상호관세를 차등 적용해 ‘적대국’과 ‘우호국’을 구분한다. 여기에 무역확장법 232조 조사를 통해 품목별로 ‘국가안보 관세’를 부과한다. 거친 상호관세 정책을 세분화·정교화하고 있다.
– 트럼프의 이번 관세가 중국 경제를 약화해, 중공의 침략적 확장 능력을 차단할 목적이라는 분석이 많다.
쑹궈청: 중국 해관총서(세관 당국)는 얼마 전 “하늘이 무너지랴”라고 트럼프 관세를 비웃었다. 그 근거로 1~3월 중국의 수출 증가율이 6.9%라는 수치를 제시했다.
그러나 이는 관세 부과 전이었다. 또한 관세를 두려워한 기업들이 주문량을 급격히 늘리는 바람에 발생한 일시적 현상이었다. 관세 부과 전 일시적 증가를 가지고 영향 없다고 주장한 것은 사실 국민 기만에 가깝다.
민간 기업에서는 이미 대량 해고를 단행하고 있으며, 국제 경제 기관들은 중국의 경제 성장률 전망을 잇따라 하향 조정하고 있다. 일부 기관은 4.2%로 하향했다. 3.5%까지 낮춘 곳도 있었다. 일반적으로 1.5~2% 하락을 전망하고 있다.
중국 경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국내총생산(GDP)의 20% 안팎이지만, 실제 기여도는 45%에 달한다. 전자제품의 경우, 중국 전체 수출액의 약 45%를 미국에 의존하고 있다. 이런 구조는 단기간에 바뀌지 않는다. 미국이 중국산 상품을 지속적으로 배제한다면 중국 경제는 뿌리부터 흔들릴 수밖에 없다.
대량 해고, 공장 가동 중단, 수출 급감 같은 현실을 선전으로 가리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중공은 자국민의 소비를 장려해 수출 감소에 대응하려 하지만, 중국의 일반 소비자들은 현재 소비를 크게 줄이고 있다. 최소한의 비용만으로 생활하는 ‘짠돌이 소비’, ‘짠돌이 여행’이 유행하고 있다.
동부 연안에 위치한 광둥, 저장성에는 수출업체가 직접적으로 먹여살리는 가구가 1천만~4천만에 달한다. 이들은 전화 한 통이면 주문이 끊긴다. 내수 전환을 하려면, 이미 저가 경쟁을 벌이는 내수 업체와 경쟁을 벌여야 하는데 출혈 경쟁이 될 수밖에 없다.
– 미국이 관세를 통해 직접적으로 노리는 분야는?
쑹궈청: 앞으로 타깃이 될 가능성이 큰 분야는 세 가지입니다. 바로 의약품, 반도체, 자동차이다. 약 한 달 후에 특정 산업에 대한 구체적인 관세를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특정 산업에 대한 관세는 미국 자체 생산을 목표로 삼고 있기에 협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크다. 마르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국가 안보 핵심 산업은 반드시 미국 내에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의약품은 그동안은 관세 우선순위에서 밀려 있었지만, 팬데믹을 겪으면서 미국은 이 분야에서도 자급을 해야겠다는 강력한 인식을 갖게 됐다. 현재 미국 내에서 소비되는 의약품 중 70% 이상이 인도, 중국, 유럽연합(EU) 등에서 들여오는 수입산이다. 이는 안보 위협이 될 수 있다. 관세는 이를 자국화할 계기로 삼는 거다.
– 이런 흐름에 미국의 무역 상대국은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하나
쑹궈청: 가장 중요한 건 신뢰다. 지금의 미국은 충성 경쟁을 원하는 게 아니다. 미국이 원하는 건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이다. 미국이 원하는 방향을 잘 파악해서 실용적이고 유연한 대응을 해야 한다.
우리는 협상할 준비가 돼 있고, 시간은 충분하다는 메시지를 전해야 한다. 여러 국가에서 트럼프의 정책에 대해 불공정하다고 여기는 여론이 강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감정적으로 흔들릴 필요도 없고, 묵묵히 기준을 맞춰 가는 것, 그것이 생존 전략이다.
민주주의 가치 공유, 국방 산업 협력, 비공산당 기업 공급망의 세 가지 전략이 필요하다. 특히 세 번째 전략은 중공의 생산지 세탁에 이용당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미국은 특히 반도체와 관련한 첨단 기술이 중공에 넘어가는 것을 매우 경계하고 있다. 이 점에 주목해야 한다.
트럼프 관세는 실제로는 관세 장벽을 높인 후 협상을 통해 제로 관세로 향하는 새로운 무역체제를 구축하려는 것이라고 본다. 서로 보복하는 대신 협상을 통해 리스크를 회피하고, 서로 장기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방식이다.
반면, 중공은 상대방과 더 많이 투쟁해 더 많이 얻어내는 방식을 추구한다. 앞으로는 그런 방식으로 접근하면 세계 무역 시장에서 점차 고립될 것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