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관세 장벽 막힌 중국 대안으로…“OEM 주문 2배 급증”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대만의 전자제품 및 의료기기 제조업체들이 새로운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대만 현지 언론 싼리(三立)신문 등에 따르면, 중국산 제품의 비용 상승을 피하려는 미국 수입업체들이 대체 공급처를 찾으면서 대만 기업들의 수주량이 급증했다. 특히 컴퓨터, 반도체 등 전자제품 분야가 각광받고 있다.
가전제품을 전문으로 하는 대형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 관계자는 “미·중 관세 전쟁 이후 미국 고객사들의 주문이 크게 늘었다”며 “기존에는 전체 주문량의 약 20%만 대만에서 생산했지만, 현재는 중국에 있던 생산라인의 절반 이상이 대만으로 이전됐다”고 밝혔다.
또한 미국의 한 전자책 리더기 업체는 생산량 전부를 중국에서 OEM 방식으로 조립해 왔으나, 현재는 약 70~80%를 대만에서 생산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부과한 최대 145%의 고율 관세(의료용 고무장갑 등 일부 품목은 최고 245%)의 여파다. 이전까지는 대만 업체들이 중국의 낮은 생산원가에 밀려 있었지만, 관세 부과 이후 미국 고객사들이 생산기지를 중국에서 대만으로 옮기기 시작한 것이다.
주문량이 급증하면서 대만 OEM 제조업체들은 인력 채용과 생산 설비 확장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는 대만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의료기기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대만 의료기기 제조업체들 역시 미국 시장에서의 수요 증가를 체감하고 있으며, 미국 고객사들의 ‘메이드 인 타이완(MIT)’ 제품에 대한 관심도 크게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고율 관세 정책이 글로벌 공급망의 재편을 가속화하고 있으며, 대만이 이러한 흐름 속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특히 전자 및 의료기기 분야에서 과거에는 가격 경쟁력에서 밀렸던 대만이, 트럼프 관세를 계기로 품질과 신뢰성을 무기로 미국 시장 공략에 나설 수 있게 됐다는 평가다.
한편 대만 정부는 이 같은 흐름을 기회로 삼아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한 다양한 지원 정책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