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한 색조의 벽돌과 석재를 층층이 쌓아 지은 팔래스 호텔의 외관은 장식적인 요소가 매우 풍부하다. 조각된 사자 머리 장식은 일부 창문 위 콘솔(받침대)을 강조하며 프리즈(띠 장식)에도 사자 머리 장식이 새겨져 있다. 지붕 가장자리의 정교한 처마 장식 아래 위치한 이 프리즈에는 고대 로마 양식의 조개 무늬 문양이 들어가 있는 점이 특징적이다. 이러한 고전적 장식 위에는 1950년대에 설치된 대형 네온 간판이 대조적으로 놓여 있다. | 서지오 TB/셔터스톡
풍자 소설에서 미국 작가 마크 트웨인은 남북전쟁 이후부터 1900년대 초까지의 시기를 묘사하기 위해 ‘도금시대(Gilded Age)’란 용어를 고안해 냈다. 이 시기는 많은 미국인에게 발명, 번영, 부유함, 그리고 창의력의 시대였다. 웅장한 호텔들은 이 시기의 상징과도 같았다. 그중 하나인 ‘팔래스 호텔(Palace Hotel)’은 지금도 샌프란시스코 다운타운의 마켓 거리와 뉴 몽고메리 거리 교차로 모퉁이를 압도하는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지금의 팔래스 호텔은 1875년경 지어진 옛 호텔을 대체한 건물로, 옛 건물은 1906년 샌프란시스코 대지진 당시 발생한 악명 높은 화재로 소실됐다. 같은 자리에 새로 지어진 팔래스 호텔은 이전 건물 못지않게 우아하고 인상적인 건축물이란 명성을 이어받았다. 도금시대의 매력을 이어가기 위해 건축가들은 르네상스 리바이벌 양식을 연상케 하는 요소들을 추가했다. 이탈리아 르네상스로도 불리는 이 건축 양식은 화려한 아치, 극적인 복도, 과장된 처마 장식, 장식적인 몰딩 등 수세기 전 이탈리아 디자인 요소들을 통합하고 있다.
팔래스 호텔은 20세기 초 뉴욕의 건축사무소 트로브리지 & 리빙스턴이 디자인했다. 이들은 이전 건물의 궁전 같은 분위기를 재현함과 동시에 도금시대의 건축적 존재감을 더욱 강조하고자 했다. 그 변화 중 하나는 호텔의 명소인 ‘가든 코트(Garden Court)’의 화려함과 고급스러움을 한층 끌어올린 것이다.
현재 메리어트 인터내셔널이 운영 중인 팔래스 호텔은 총 556개의 객실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 중 36개는 스위트룸이고 프레지덴셜 스위트룸 1실도 있다. 이 호텔은 그 건축미, 디자인, 그리고 역사적 유산으로 인해 수많은 상을 수상했다. 미국건축가협회(American Institute of Architects)와 전미역사보존신탁(National Trust for Historic Preservation) 등으로부터 주목을 받아왔다.
샌프란시스코의 현대식 고층 빌딩들과 비교하면 작아 보일 수 있지만 팔래스 호텔은 다운타운 중심부에서 여전히 위엄 있고 거대한 존재감을 자랑한다. 연면적은 약 60만 제곱피트(약 5만5000m²)에 달하며 부지 면적은 약 3에이커(약 1만2140m²)다. 마켓 스트리트를 따라 275피트(약 84m), 뉴 몽고메리 스트리트를 따라 344피트(약 105m)의 길이를 차지하고 있다. 호텔 외관에는 아치형 창문과 키가 큰 직사각형 창문들이 가득하며 각 창에는 장식적인 주물로 만든 ‘줄리엣 발코니’가 달려 있다. 이는 ‘가짜 난간’ 또는 ‘발코네트’라고도 불린다. | 팔래스 호텔 샌프란시스코둥근 천장과 깊숙한 문 입구 아치에는 어두운 금색으로 칠해진 윤곽 장식이 그려져 있다. 이 장식은 로비 바닥에 있는 ‘풍장도(wind rose)’의 자주색과 갈색 계열 색상과 조화를 이룬다. 이 여덟 갈래의 나침반 별 모양은 대리석 바닥에 새겨진 디자인이다. 현관(포르티코)에서 이어지는 세 개의 균형 잡힌 아치형 출입구 또한 장식적인 주물 철제로 강조돼 있다. | 애나 리 바이 더 시/셔터스톡팔래스 호텔의 넓은 석재 로비 복도는 대리석 바닥으로 마감되어 있으며 기둥 형태의 파사드로 장식된 다수의 아치형 출입구를 통해 완벽한 대칭미를 보여준다. 이 아치들은 덴틸 몰딩으로 마감돼 층층이 트레이 천장을 받치고 있으며 그 천장에는 청동과 유리로 된 인상적인 조명 장식들이 매달려 있다. | 퍼블릭 도메인‘가든 코트(Garden Court)’는 그 규모와 위용으로 인해 종종 샌프란시스코의 ‘호스피탈리티의 그랑담(grand dame)’이라 불린다. 이 공간은 길이 110피트(약 33.5m), 너비 85피트(약 25.9m), 총 8000제곱피트(약 743m²)에 달하는 식당이다. 이탈리아산 대리석으로 마감된 복도로 둘러싸여 있으며 청동과 색유리로 구성된 거대한 아트리움 천장이 그 위를 덮고 있다. 가든 코트의 중심을 이루는 장식 요소는 장식적인 황동 체인에 매달린 오스트리아산 크리스털 샹들리에들이다. 유리로 마감된 아치와 금박 몰딩으로 장식된 돔형 천장은 짙은 무늬의 대리석 기둥 위에 얹힌 덴틸 밴드 장식의 선반에 놓인 듯한 인상을 준다. 기둥 상단에는 이오니아식과 코린트식 요소가 결합된 정교한 장식의 기둥머리가 더해져 있다. | Dllu / CC BY-SA 4.0화려한 철제 이중 정문은 금박으로 장식된 꽃무늬, 특히 로제트(rosette) 장식이 포함돼 팔래스 호텔을 찾는 방문객과 투숙객을 맞이한다. 아치형 창살무늬 출입구 상단 중앙에는 호텔의 이니셜 ‘P.H.’와 함께 금박 처리된 조각 얼굴이 자리하고 있다. 이 얼굴의 기원이나 사연은 기록으로 남아 있지 않지만 이러한 형태의 조각은 ‘마스카롱(mascaron)’이라 불린다. 마스카롱은 고대 그리스와 로마 건축에서 건물을 악령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사용됐다. | 퍼블릭 도메인팔래스 호텔의 웅장한 모퉁이 뷰는 9층 규모의 벽돌, 대리석, 석회석으로 구성된 건물 외관을 보여준다. 시선을 위로 이끌어 고도로 장식된 르네상스 리바이벌 양식의 처마 장식으로 마무리된 지붕을 강조한다. | 크리스 앨런/셔터스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