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여성의 정의는 생물학적 성별에 따라야” 英 대법원 판결

2025년 04월 18일 오전 10:50

영국 대법원이 ‘여성’의 법적 정의는 생물학적 성별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로써 전통적 성별 관념을 뒤엎으려는 측과 이를 수호하려는 측의 오랜 법적 공방이 종식됐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판결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反)젠더이데올로기’ 움직임과 궤를 같이한다고 해석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날인 지난 1월 21일 미국 정부 공식 정책상 성별은 남성과 여성 두 가지만 존재한다고 규정한 바 있다.

지난 16일 영국 대법원은 여성 권익 보호 단체인 ‘스코틀랜드 여성을 위하여(For Women Scotland)’가 스코틀랜드 자치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이 단체는 전통적인 여성의 개념을 보호해 왔다.

대법원은 만장일치로 “여성이라는 개념은 생물학적 성별을 기준으로 해야 하며, 성별 확정 증명서(Tender Recognition Certificate)를 가졌다고 해서 트랜스젠더 여성이 법률상 여성의 범주에 포함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2010년 평등법의 성별 조항에 관해 “성별은 둘로만 나뉜다는 것을, 즉 사람은 여성이거나 남성 중 하나라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며 “이 정의에는 생물학적이라는 단어가 들어가진 않았지만 생물학적 차이에 의한 것임은 자명하다고 간주되며 별도의 설명이 필요하지 않다”고 명했다.

또한 대법원은 이번 판결이 트렌스젠더 여성의 ‘차별로부터 보호받을 권리’를 약화시키지 않는다고 했다. 젠더 이념을 확산시키려는 측은 남성과 여성을 생물학적으로 구분하는 일이 트렌스젠더 차별로 이어진다고 주장해 왔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사건은 스코틀랜드 정부가 성별 확정 증명서를 소지한 트랜스젠더 여성을 ‘법적 여성’으로 인정하는 지침을 발표한 것이 발단이 됐다. 스코틀랜드 정부는 젠더 이념을 받아들여 전통적인 성별 개념을 무력화해 왔다.

이에 원고 측은 “성별 기반 여성 보호 조항은 생물학적 여성만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한 트렌스젠더 여성도 여성 권익 보호 대상에 포함하면 오히려 전통적인 여성들이 피해를 입는다는 논리를 펼쳤다. 원고 측은 1심에서는 패소했지만,결국 대법원에서 최종 승리했다.

영국 정부는 “병원, 여성 전용 스포츠 클럽, 여성 보호소 등 단일 성별 기반 공간을 운영하는 주체들에게 법적 명확성과 신뢰를 제공한 결정”이라며 이번 판결을 환영했다.

한 정부 대변인은 “현 정부는 생물학적 성별을 기반으로 하는 단일 성별 공간의 보호를 지속적으로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영국은 중도좌파 성향의 노동당이 집권 중이다.

이번 판결은 트럼프 대통령이 강조해 온 ‘전통적 성별 질서 회복’ 기조와도 맞물려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1월, 미성년자의 성전환 치료를 제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고, 2월 ‘여성과 소녀의 스포츠의 날’을 맞아 남성이 여성 스포츠에 출전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의 행정명령도 발동했다.

반면,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는 2022년부터 미국 여권에 기존 남(M)·여(F) 외에 제3의 성별을 의미하는 ‘X’를 추가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젠더 이념 확대 정책을 펼친 바 있다. 또한 미성년 학생들에게 성별은 임의로 바꿀 수 있는 것이라고 가르치며 호르몬 요법과 외과적 수술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의료 서비스를 제공해 보수적 학부모들의 거센 반발에 직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성별은 선천적으로 결정되는 것으로, 바꿀 수 없는 개념”이라며 이 같은 정책에 강하게 반발해 왔으며, 취임 후 즉시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강조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