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美 대법원 일련의 판결, 트럼프 정책 추진에 힘 실어줘

2025년 04월 17일 오전 10:01

비영리단체, 주 정부, 기타 단체들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에 맞서 100건이 넘는 법적 도전을 제기했으며 일부는 대통령의 조치를 일시적으로 중단시키기도 했다.

다음은 트럼프 행정부의 주요 정책들에 대해 현재까지 대법원이 내린 판결들을 정리한 것이다. 이들 모두는 하급심에서 행정 조치를 차단한 판결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가 항소하면서 대법원에 잠정 중단을 요청한 사건들이다. 이러한 사안들은 대부분 법률적 결론보다는 좁은 범위의 법적 판단을 이끌어냈으며 이는 전형적인 대법원 판례들과는 다소 차이를 보인다.

“전반적으로 대법원 상고 사건들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대체로 성공을 거뒀다”고 자유주의 성향의 법률 단체 ‘퍼시픽 리걸 파운데이션(PLF)’의 연방정책 책임자 조 루피노-에스포지토는 에포크타임스에 밝혔다.

“여기에는 두 가지 뚜렷한 흐름이 보인다. 첫째는 지나치게 광범위한 하급심 판결들을 대법원이 기각하고 있다는 점이며, 둘째는 ‘통일된 행정부’ 개념을 대법원이 인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행정부 소속 직원이나 대통령이 임명한 인사 관련 사안들에서 대통령 측에 유리한 판결이 잇따르고 있다.”

최근 몇 달간 트럼프 행정부가 제기한 10건의 대법원 상고 사안 가운데 행정부는 5건에서 승소하고 2건에서 패소했다. 나머지 3건은 트럼프 대통령의 ‘출생시민권 제한에 관한 행정명령’과 관련된 사건들로 아직 판결이 내려지지 않았다.

추방

대법원은 지난 7일(이하 현지 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베네수엘라 범죄조직 ‘트렌 데 아라과(Tren de Aragua)’ 조직원들을 추방하기 위해 ‘적성국 국민법(Alien Enemies Act)’을 적용한 데 대해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에게 승리를 안겨주었다. 대법원은 이 18세기 법률을 트럼프 대통령이 인용한 것의 합법성 여부에 대해서는 판단을 내리지 않았으나 하급심이 제기한 추방 중단 명령 중 하나를 해제했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추방 절차를 허용했으며, 다만 트럼프 행정부가 추방 대상자들에게 항공편 출발 전 통보할 것을 조건으로 요구했다.

대법원 다수 의견은 해당 사건의 원고들이 잘못된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고 부적절한 법적 절차를 사용해 트럼프 대통령과 맞서려 했다고 밝혔다. 또한 구금에 대한 이의 제기는 원고들이 사용한 방식이 아닌 ‘인신보호청구(habeas corpus)’라 불리는 청원 절차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는 행정부 측 주장에 동의했다.

해당 판결 이전까지는 트럼프 행정부가 지방법원의 추방 중단 명령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법정 모욕(contempt of court)’ 혐의를 받을 가능성도 있었다. 그러나 이번 대법원 판결 이후 구금된 이민자들이 뉴욕과 텍사스에서 인신보호청구 소송을 제기하면서 이 사안은 다시 대법원에 올라갈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

법무부가 법원에 제출한 문서에 따르면 추방된 인원 중 한 명은 엘살바도르 국적으로, 트럼프 행정부는 그가 범죄조직 ‘MS-13’의 조직원이라 주장했다. 그러나 그는 원래 계획된 다른 국가가 아닌 엘살바도르로 추방됐으며 이는 ‘행정 착오’에 따른 것이라고 법무부는 설명했다.

존 로버츠 연방대법원장은 처음에 트럼프 행정부가 엘살바도르 교도소에 수감 중인 남성 킬마르 아브레고 가르시아를 미국으로 송환하란 연방판사의 명령을 일시적으로 중단시켰다. 그러나 지난 10일 대법원은 해당 지방법원의 판결을 부분적으로 인용하며 미 행정부가 가르시아의 미국 송환을 “지원해야 한다”고 명령했다.

지난 4월 4일(현지시간) 엘살바도르 테콜루카에 위치한 ‘테러범 수용소(CECOT, Centre for Terrorism Confinement)’의 수감구역 밖에 무장한 교도관들이 서 있다. 미국은 베네수엘라 범죄조직 ‘트렌 데 아라과(Tren De Aragua)’ 조직원으로 지목된 238명과 MS-13 갱단 조직원 21명을 CECOT로 추방했다.⎢알렉스 페냐/게티이미지뱅크

13일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열린 회의에서 트럼프 행정부 고위 관계자들은 엘살바도르 국적인 아브레고 가르시아의 미국 송환 여부는 궁극적으로 엘살바도르 정부 결정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 판결에 대해 팸 본디 법무장관은 “만약 그들이 그를 송환하고자 한다면 우리는 이를 지원할 것이며 비행기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외교 정책이 행정부의 기능임을 언급하며 “미국의 어떤 법원도 미국의 외교 정책을 수행할 권리가 없다”고 말했다.

미국 방문 중 이날 백악관 오벌 오피스 회의에 참석한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은 아브레고 가르시아를 미국으로 송환하지 않겠다고 밝혀 결국 이 사건은 무의미한 사안으로 끝날 가능성을 제기했다.

지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중 일부는 여러 연방 기관과 부처에 걸친 대대적인 정부 지출 삭감을 포함하고 있다. 이에 대해 예산 집행 권한을 가진 의회의 승인 없이 자금을 전용함으로써 헌법상 권력 분립 원칙을 위반했다고 주장하는 법적 도전들이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반론 중 하나는 해당 소송들이 본질적으로 연방 정부와의 계약에 대한 분쟁이란 점이었다. 추방 관련 사건과 마찬가지로 행정부는 이 소송 역시 다른 법정, 즉 연방계약 분쟁을 다루는 ‘연방청구법원(Court of Federal Claims)’에서 다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법원은 지난 4일 교육부 보조금 6500만 달러(약 922억원)를 복원하라는 하급심 판결의 효력을 정지시키며 행정부 측에 동의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부는 해당 보조금이 다양성(Diversity)·형평성(Equity)·포용성(Inclusion) 프로그램 추진에 사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로 이를 동결한 바 있다.

대법원 다수는 하급심이 ‘행정절차법(Administrative Procedure Act)’을 근거로 연방정부에 지급 명령을 내린 것은 관할권이 없는 법률을 근거로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보이며 이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 주장이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주 정부들은 이 법을 근거로 연방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었다.

대법원은 행정부가 소송에서 언급한 ‘터커법(Tucker Act)’을 지목했다. 이 법은 1887년 제정된 것으로 미국 정부가 특정 유형의 청구—예를 들어 미국 정부와의 명시적 또는 묵시적 계약에 기반한 청구에 대해 주권 면제를 포기한 경우 해당 청구를 제기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이러한 사건들은 워싱턴 D.C. 소재 연방청구법원(Court of Federal Claims)에 제기돼야 한다.

(왼쪽부터 오른쪽으로) 지난 1월 20일 미국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두 번째 취임식에 대법관 사무엘 얼리토, 클라렌스 토머스, 브렛 M. 캐버노, 에이미 코니 배럿 그리고 존 로버츠 대법원장, 엘레나 케이건과 소니아 소토마요르 대법관이 참석했다. | 멜리나 마라/POOL/AFP‧게티이미지/연합

그러나 연방 자금 집행과 관련된 또 다른 사건에서는 다른 결과가 나왔다. 지난 3월 5일 대법관 다수는 트럼프 행정부가 20억 달러(약 2조8338억 원) 규모의 해외 원조금 지급을 중단하려는 시도를 허용하지 않았다. 대법원은 이 결정에서 구체적인 설명은 거의 덧붙이지 않았지만 해당 자금이 “이미 완료된 작업에 대해 지급이 약속된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판결에 대해 4명의 대법관이 반대 의견을 냈으며 사무엘 얼리토 대법관은 강한 어조의 반대 의견서를 작성했다. 그는 다수 의견에 대해 “충격을 받았다”고 표현하며 다음과 같이 썼다.

“관할권조차 의심스러운 단 한 명의 지방법원 판사가 미국 정부에 2억 달러(약 2934억원)의 납세자 세금을 지급하게 하고 아마도 영영 돌려받지 못하게 만들 권한을 마음대로 행사할 수 있다는 말인가?”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은 단호한 ‘아니오(No)’여야 한다. 그러나 대법관 다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연방 정부 직원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에 대한 일부 법적 반발은 전직 정부 기관장들과 노동조합들로부터 제기됐으며 특히 행정부가 연방 정부의 많은 직원을 해고하려는 시도에 대해 반대 움직임이 일어났다.

트럼프 행정부 초기, 국가노동관계위원회(NLRB)와 공무원성과보호위원회(MSPB) 수장들은 각각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들을 해임하기로 했다는 내용의 간단한 이메일을 받았다. 이에 대해 이들은 이유를 제공하지 않은 채 자신들을 해임한 트럼프 대통령이 연방 법을 위반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2012년 9월 8일 워싱턴 D.C.에 있는 국가노동관계위원회(NLRB) 본부 앞에 설치된 표지판. | Geraldshields11/CC BY-SA 3.0

이 사건은 하급 법원들이 대통령의 해임 권한에 대한 논쟁에 개입하게 만들었으며, 이는 역사적 사례로 최근 대법원 판례에서 다뤄진 바 있다.

두 개의 지방법원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해고 통보를 받은 기관장들을 복직시킬 것을 명령한 후 콜롬비아 순회항소법원(D.C. Circuit)의 한 패널이 해당 판결을 정지시키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 결정을 유지할 수 있는 일부 초기 구제를 제공했다. 그러나 전체 순회항소법원은 동료들의 결정을 뒤집었고 이에 행정부는 대법원의 개입을 요청하게 됐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지난 9일 대법원의 추가 명령이 있을 때까지 지방법원 판결을 정지시키는 명령을 내렸다. 다만 그 명령이나 트럼프 대통령의 시험 기간 직원 해고와 관련된 다른 명령은 법적 근거를 자세히 설명하지 않았다. 후자의 경우 대법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일부 시험 기간 직원들을 해고할 수 있도록 허용했으며 지난 8일에는 해당 소송을 제기한 9개의 비영리 단체들이 ‘소송을 제기할 자격(standing)’을 충분히 입증하지 못했다고 밝혀 소송권이 없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지방법원의 명령은 이번 사건에서 9개 비영리 단체 원고들의 주장에만 근거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서 “하지만 확립된 법에 따라 현재 그 주장은 ‘이 단체들의 소송 자격(standing)’을 뒷받침하기에는 충분치 않다”고 덧붙였다.

*박경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