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원한다” 中 청두 육교에 체제 개혁 요구 현수막

베이징 ‘사통교 사건’ 2주년 앞두고 전국 각지서 유사 시위
“국민은 통제받지 않는 정당을 원하지 않아”… 민주주의 요구
중국 청두의 한 고가도로에 “정치 개혁 없이는 민족의 부흥도 없다”는 반체제 구호가 적힌 현수막이 걸렸다. 시진핑 정권의 철권 통치에 저항하는 움직임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중국 공산당(중공) 당국의 검열 속에서도 해당 현수막을 찍은 사진은 15일 오전부터 해외 소셜미디어 엑스(X)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사진에는 흰 천에 붉은 글씨로 쓴 대형 현수막 세 개가 중국의 한 도시 육교 난간에 매달린 장면이 담겼다. 밤늦은 시각이었지만 가로등 불빛 덕분에 내용은 쉽게 알아볼 수 있었다.
각 현수막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적혀 있다. “정치 체제 개혁 없이는 민족 부흥도 없다”, “국민은 권력이 견제받지 않고 책임도 지지 않는 정당을 원하지 않는다”, “중국은 누군가의 지시가 아닌, 민주주의를 방향으로 삼아야 한다” 등이다.
소셜미디어에 따르면 이 현수막은 중국 중남부 쓰촨성 청두(成都)시 차뎬쯔(茶店子) 버스터미널 외곽의 육교에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현수막을 설치한 익명의 인물은 “1년간 준비한 일”이라며 “널리 퍼뜨려 달라”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을 접한 이들은 대담한 행동에 찬사를 보냈다. 한 이용자는 “세계에서 감시카메라 밀도가 가장 높은 나라에서 이런 행동을 한다는 것 자체가 진정한 용기”라고 극찬했다. 또 다른 이용자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진실이다. 중국 국민이 깨어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사통교 사건’의 재현… 곳곳에서 이어지는 반시진핑 움직임
이번 사건은 2022년 10월 베이징 도심 육교에서 발생한 ‘사통교(四通橋)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펑리파(彭立發)라는 이름의 남성이 시진핑을 파면하고 투표권을 달라며 중국 공산당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대형 현수막을 내걸고 시위를 벌였다가 경찰에 체포됐다.
그 이후 중국 전역에서는 ‘백지 시위’로 불리는 반(反)시진핑 시위가 확산했다. 특히 같은 해 11월, 신장 위구르 자치구 우루무치에서 아파트 화재로 1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하자 베이징을 비롯한 중국 주요 도시에서 수천 명이 거리에 몰려나와 “시진핑 물러나라!”, “공산당 물러나라!”는 구호를 외쳤다.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갇힌 주민들이 제때 탈출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는 중공 당국이 그해 12월 갑작스럽게 ‘제로 코로나’ 정책을 철회하는 결정적 계기가 된 것으로 평가된다. 사통교 사건으로 시작된 저항의 물결이 강압적인 방역 정책에 대한 거부감과 맞물리면서 최고조에 달한 사건이었다.
‘다리 위 저항’은 계속된다…중국 내부에서의 변화 가능성에 주목
사통교 사건의 주역인 펑리파는 현재 생사가 불분명하지만, 그의 용기는 독재 정권 앞에 숨죽인 채 지내던 중국인들에게 지속적인 영감의 원천이 되고 있다.
2023년 6월에는 베이징 ‘올림픽 주경기장’ 외벽에 한 여성이 미국 성조기를 흔들며 독립 선언문을 뿌린 사건이 발생했고, 9월에는 스자좡의 한 육교에서 “제국을 끝내자”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발견됐다. 같은 해 10월에는 광둥성에서도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현수막이 걸렸다.
이듬해 7월에는 후난성에서도 유사한 사건이 발생했다. 한 대학생이 육교에 반시진핑 구호를 걸고, 스피커로 “자유를, 민주주의를, 투표를! 시진핑을 탄핵하자!”는 녹음을 틀었다.
중공 당국은 이후 ‘민감한 날’마다 수도 베이징의 고가도로와 육교에 ‘감시 인력’을 배치하는 등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올해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를 앞두고도 베이징 주요 교차로와 육교에 감시 요원이 대거 배치됐다.
사통교 사건 이후 2년 가까이 전국 각지에서 끊임없이 이어지는 반공, 반시진핑 움직임은 대부분 단독 행동이라는 점에서 조직화된 저항은 아니다. 그러나 당국의 강압에도 불구하고 침묵 속에서도 깨어 있는 시민들이 존재함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으로 해석된다.
중국은 여전히 반정부 표현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으며, 이러한 행위를 벌인 사람들에 대해 신속한 검거와 처벌을 진행하고 있다. 반면, 중국 외부에서는 검열을 피해 이들의 용감한 행동을 기억하고 세계에 알리면서 내부 변화의 가능성을 계속 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