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이민당국, 공산당원 신분 숨기고 입국한 쿠바인 체포

공산당원 신분을 숨기고 미국에 입국한 쿠바 남성이 미국 이민당국에 체포됐다. 이 남성은 반정부 시위를 진압하는 임무를 수행한 공안 요원 출신으로 확인됐다.
지난 15일(현지 시각),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은 쿠바 공산당 소속의 전직 공안 요원인 다니엘 모레혼 가르시아(57)를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체포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 입국 당시 공산당원 신분을 숨기고, 불법 체류한 혐의를 받고 있다.
ICE에 따르면, 가르시아는 쿠바 내무부 소속 공안 요원으로 활동하며 2021년 7월 11일 쿠바 전역에서 발생한 반정부 시위 당시 시위 진압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그는 쿠바의 친정부 민병대인 ‘신속대응여단(Rapid Response Brigades)’의 일원으로도 활동했다.
이 단체는 쿠바의 독재자 피델 카스트로 정권이 조직한 반정부 활동 탄압 조직으로, 공산당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일반 시민, 공무원, 군·경 출신 등으로 구성돼 있다. 반정부 집회나 시위에 신속히 출동해 이를 해산하고, 시위대를 공격하거나 감시하며 친정부 선전 활동을 벌이는 것이 주요 임무다.
미국 당국은 가르시아가 미국 이민 신청 과정에서 공산당원 및 공안 요원 경력을 고의로 누락한 사실을 확인했다.
ICE는 연방수사국(FBI), 세관국경보호국(CBP) 등과 협력해 쿠바 정부의 공식 문서와 신뢰할 만한 정보를 확보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그를 체포했다고 밝혔다.
현재 가르시아는 ICE에 구금돼 있으며, 추방 조치를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이민법에 따르면 공산당원 또는 전체주의 정당 소속 인물은 원칙적으로 미국 입국이 금지돼 있으며, 입국 서류에 이러한 경력을 반드시 기재해야 한다.
이번 사건은 쿠바 정부 인사들이 망명 신청 과정에서 신분을 숨기고 미국에 입국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가운데 발생했다. 쿠바 공산당원들의 미국 사회 침투에 대한 경각심을 다시금 일깨우는 계기가 되고 있다.
한편, 지난해 12월에는 1978년 미국에 귀화해 국무부에 진출한 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미주 담당 국장을 지낸 빅터 마누엘 로차 전 볼리비아 주재 미국 대사가 40년간 쿠바 정부의 간첩으로 활동한 혐의로 체포됐다.
그는 미국을 ‘적국’으로 지칭하고, 쿠바 정보기관 관계자들을 ‘동지’로 칭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혐의를 모두 인정한 후 2024년 4월 징역 15년형을 선고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