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전쟁 격화로 미·중 정면충돌…‘세계 경제질서 재편’ 시동

미중 간 실질 협상 여지 사라져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도 제기
미국과 중국 정권 사이의 숨 가쁜 관세 맞대응이 며칠째 이어진 끝에 양국은 보다 격화된 대립과 경제적 탈동조화의 새로운 시대로 접어들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흐름이 되돌리기 어려운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분석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4월 2일(이하 현지 시간) 중국에 대한 34%의 보복적 상호 관세를 발표하며 수십 개국을 대상으로 한 전방위적 고율 관세 조치의 포문을 열었다. 해당 조치는 중국 정권이 수십 년간 지속해온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에 베이징은 동일한 수준의 34% 보복 관세로 응수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다시 미국의 대중 관세를 50%로 인상했다. 중국은 이에 또다시 대응하며 “끝까지 싸우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어 같은 달 9일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대한 미국의 총 관세를 145%로 끌어올리는 한편 다른 국가들에 대한 상호관세 부과를 90일 유예함으로써 관세 인상을 일시 중단했다.
이틀 뒤인 11일 중국도 맞불을 놓으며 미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125%까지 인상했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미·중 관세 대치 국면이 세계 경제 질서를 둘러싼 본질적인 주도권 싸움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들 분석가에 따르면 이제 미국과 중국 사이에는 의미 있는 협상의 여지가 거의 남아 있지 않으며 앞으로는 세계 각국의 주요 경제 강국들이 어느 쪽에 동조할 것인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제임스 루이스 수석 부회장은 양국이 현재 “정면 충돌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루이스 수석 부회장은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결코 물러설 생각이 없으며 최소한 작년 11월부터 이 상황에 어떻게 대응할지 계획해 왔다”고 밝혔다.
루이스 수석부회장은 “그들은 탈동조화를 예상했고 이에 대한 준비를 해왔다”고 말했다. 이는 자신이 중국 공산당(CCP) 관계자들과의 대화를 통해 파악한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그 과정을 가속화하긴 했지만 중국은 적어도 지난해부터 탈동조화를 어떻게 관리할지에 대해 계획을 세워오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수십 년간 중국 내 외국인 투자자 및 무역업체들을 대상으로 자문업을 해온 미국 기반 사업가 마이크 선은 세계 1위와 2위 경제 대국 간 정면충돌은 이미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부터 베이징이 염두에 두고 있던 시나리오였으며 이제 그것이 현실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선은 중국 당국의 보복을 피하기 위해 가명을 사용하고 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중국은 미국산 제품 구매를 제안하며 양국 간 무역 적자를 줄이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에 부응했다고 그는 설명했다. 이러한 협상은 2020년 1월 체결된 ‘1단계 무역 합의’로 이어졌으나 베이징은 해당 합의를 이행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상황이 전과 다르다고 그는 말했다.
마이크 선은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국가와의 상호주의 실현을 목표로 삼고 있으며 이를 통해 기존의 세계 경제 질서를 재편하려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CCP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접근 방식이 과거와는 다르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정권은 미국에 양보하는 것이 자신들이 감내할 수 없는 미래로 이어질 것임을 인식했고 결국 맞서 싸우는 길을 선택한 것이다.”
그는 이어 지난 9일이 미·중 관계에 있어 중대한 분기점이었다고 평가했다. 이날을 기점으로 중국 정권은 미국의 단순한 전략적 경쟁자를 넘어 과거 냉전 시기 구소련처럼 사실상 적대 관계로 향하는 길에 들어섰다고 밝혔다.
중국 문제 전문가 알렉산더 랴오는 CCP가 정책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거의 남아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베이징이 판세를 뒤집기 위한 수단으로 대만 침공에 나설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그는 전망했다. 최근 중국 군 내부 소식통으로부터 입수한 정보 역시 이러한 그의 관측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전했다.
랴오는 중국 본토의 군사 체제 속에서 성장했으며 여러 해에 걸쳐 홍콩에 거주하다 언론인으로 전향해 홍콩 지국장으로 활동해온 베테랑 기자다.
동맹국들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지난 4월 2일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 관세 부과 조치를 발표한 이후 미국 증시는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였다. 2020년 여름 이후 처음으로 3일 연속 최악의 하락세를 기록한 데 이어 2008년 이후 최대 일일 상승폭을 기록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조치와 그에 따른 불확실성은 투자자들과 일부 동맹국들의 불만을 자아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상호 관세 부과를 일시 중단한 결정에 대해 “사람들이 다소 불안해하고 겁을 내기 시작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그는 또한 각국과의 협상 과정에서 유연성을 유지하고 시장 반응에 대응할 필요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제임스 루이스 수석 부회장은 브뤼셀 당국자들과의 대화를 인용해, 유럽 정치권이 현재 미국과의 탈동조화(decoupling)에 강한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루이스 수석 부회장은 유럽 각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 불가능한 결정 방식에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유럽연합(EU)은 미국의 철강 및 알루미늄 관세에 대한 보복 조치를 90일간 유예하기로 결정했다.

EU 집행위원장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우리는 협상 기회를 주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협상이 실패할 경우를 대비해 “모든 옵션은 여전히 테이블 위에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10일 유로존과 중국은 작년 EU가 부과한 관세를 대신해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최저 가격 설정을 공동으로 검토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대해 중국 전문가 알렉산더 랴오는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을 어느 정도 중국 쪽으로 밀어붙일 수는 있겠지만 완전히 그쪽으로 끌고 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그 이유로 양자 간 이념적 간극이 매우 크다는 점을 들었다.
랴오는 “중국 편에 선다는 것은 막대한 도덕적 부담을 수반한다”고 말했다. 이는 중국 정권의 심각한 인권 탄압 문제를 염두에 둔 발언이다.
미국 글로벌 전략회사(AGS) 최고경영자(CEO)이자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국가안보 고위 관계자였던 알렉산더 그레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을 탁월한 전략적 위치로 이끌었다”고 평가했다.
그레이 CEO는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 관세 조치를 활용함으로써 70개국 이상이 협상 테이블에 나와 양자 무역을 보다 공정하게 조정하도록 유도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이메일을 통해 에포크타임스에 트럼프 대통령이 모든 국가에 일괄적으로 적용되는 10%의 기본 관세율을 유지함으로써 ‘고율 관세의 정상화’를 이끌어냈다고 평가했다.
이 10% 관세율은 올해 이전 미국 평균 관세율의 약 4배에 해당한다.
루이스 수석 부회장은 중국이 자국 산업 정책을 바탕으로 세계 시장을 지배하려는 의도를 분명히 갖고 있다고 인정했다.
그는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의 조건에 따라 게임을 한다는 것은 결국 미국, 일본, 한국, 유럽 등 다른 나라들이 손해를 본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의 조건 아래 중국과 계속 연결돼 있다면 결국 손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루이스 수석 부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조치가 세계 경제를 미국에서 중국으로, 특히 유럽을 포함한 다른 지역으로 이동시킬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레이 CEO는 동맹국들이 판단하는 데 있어 중국의 행동이 미국의 행동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많은 사람이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을 드러내는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했는데, 많은 사람이 이미 아는 사실이란 중국이 정권 유지를 위한 경제 전쟁을 벌이도록 설계된 경제를 구축해 왔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 지점에서 중국의 공식 명칭인 ‘중화인민공화국(PRC)’이란 용어를 사용했다.
“베이징이 태도를 바꿀 의사도, 바꿀 능력도 없다는 사실은 CCP의 본질을 그대로 드러내며 미국과 그 동맹 및 파트너 국가들이 중국 국가주석 시진핑(習近平) 정권의 악의적 행위에 맞서는 통합된 연합 전선을 형성하도록 만든다”고 그는 말했다.

시진핑이 트럼프보다 오래 버틸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계속되는 무역 대치 속에서 각 진영이 안고 있는 위험 요소와 지지 요인에 대해 의견을 내놓고 있다.
루이스 수석 부회장은 “중국 정권이 장기전에서 갖는 이점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이 미국보다 더 많은 고통을 감내할 수 있다”며 “무엇보다도 그들은 중간선거가 없고 공화당은 이미 이번 중간선거에서 불리하다는 걸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은 고통을 견디는 인내력, 즉 ‘고통 감수력’이 (미국보다) 더 높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중국 정권은 미국 행정부와는 전혀 다른 시간표로 움직이고 있다.
루이스 수석 부회장은 트럼프 행정부 내부 소식통들로부터 트럼프 팀이 모든 변화를 3~6개월 안에 완료하길 기대하고 있으며, 그 안에 이루어지지 않으면 ‘사실상 변화는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는 점을 전해 들었다고 밝혔다.
“이번 경우 시진핑이 트럼프 대통령보다 더 오래 버틸 수 있다”고 그는 말했다.
랴오에 따르면 중국에서는 미국처럼 거리 시위가 벌어지지는 않겠지만 CCP 지도자 시진핑 역시 상당한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랴오는 시진핑이 일반 국민들에 대해선 크게 염려하지 않지만 당 엘리트와 고위 관료들이 그의 권력에 실질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엘리트층이 정책 방향에 불만을 가질 경우 서로 결속해 다른 지도자를 지지할 가능성이 있다고 그는 말했다.
시진핑의 산업 정책 이면에는 제조업 부문을 인위적으로 부양해 과잉 생산을 초래하고 중국 경제의 수출 의존도를 높인 부작용이 존재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은 중국 경제 성장을 견인해온 핵심 지역들—광둥성, 저장성, 장쑤성에 직격탄이 될 전망이다. 이들 지역은 모두 연안에 위치하며 수출 중심의 경제 구조를 갖고 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부채 증가로 인해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Fitch Ratings)는 지난 10일 중국 내 다수 국유기업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이는 일주일 전 중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에서 A로 낮춘 데 이은 조치다. 경제 침체는 공산당 엘리트들의 부(富)에 직격탄을 날리며 그 파장은 심각할 수 있다. CCP 역사에서도 이와 유사한 전례가 존재한다.
바로 화궈펑(華國鋒) 전 당 주석이다. 마오쩌둥(毛澤東) 사망 후 후임으로 당 주석을 맡았던 그는 1978년 권력 투쟁에서 덩샤오핑(鄧小平)에 의해 밀려났다. 덩샤오핑이 공표한 화궈펑 축출 이유는 중국 경제가 붕괴 직전이란 점 때문이었다.
이 같은 이유가 시진핑 제거에도 사용될 수 있다고 랴오는 말했다. 또한 공산당 독재 체제의 불투명성 때문에 외부에서는 큰 변화의 징후를 쉽게 감지할 수 없으며 새로운 독재자가 등장할 때까지 변화를 알아채기 어려운 반면 민주사회에서는 정치적 압력이 공개적으로 드러난다고 설명했다.
랴오는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과의 대치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미국 내 고용과 인플레이션을 개선해야 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미국 경제의 회복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강력한 지지 요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금까지 미국 경제 지표는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올 3월 인플레이션은 진정세를 보였으며 최신 소비자 물가는 전년 대비 2.4% 상승했다. 이는 전월의 2.8% 상승률보다 낮은 수치다. 또한 미 노동통계국은 3월에 22만8000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됐다고 발표했다. 이는 2월의 두 배에 가까운 수치로, 13만5000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예측한 시장 전망을 크게 웃도는 결과다.
4월 9일 미국 10년 만기 국채 390억 달러(약 56조5500억원) 경매에서 여전히 투자자들의 탄탄한 수요가 확인됐다. 수익률은 예상보다 낮았지만 여전히 2013년 6월 이후 가장 큰 주간 상승폭을 기록했다.
사업가 마이크 선은 실시간으로 증명하긴 어렵지만 중국이 미국 국채를 매도해 가격을 낮추고 금리를 끌어올리려는 시도를 하고 있을 가능성이 의심된다고 말했다. 현재 중국은 약 7600억 달러(약 1102조원) 규모의 미국 국채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전체 미 국채의 3% 미만이다. 이에 대해 랴오는 국채 판매의 견고한 수요와 주식시장의 반등은 미국 경제의 펀더멘털이 여전히 강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대만
랴오는 시진핑이 판세를 뒤집기 위한 수단으로 대만 침공을 감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중국 공산당은 시장의 근본적인 동인을 바꾸고 싶어 할 것이다. 현재는 평시의 과잉 생산으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구매자 우위 시장’이 형성돼 있고, 가장 큰 구매자인 미국이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하지만 전쟁에 돌입하게 되면 경제는 곧 ‘판매자 우위 시장’으로 전환된다. 무기든 장비든 판매가 이뤄지고 전쟁은 중국의 제조업을 최대치로 가동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세계은행(World Bank)의 최신 자료에 따르면 2023년 중국의 제조업 생산 규모는 4조6600억 달러로 전 세계 제조업의 약 30%를 차지했다. 이에 비해 미국의 제조업 생산은 2021년 기준 2조5000억 달러 수준이었다. 미국의 2022년과 2023년 제조업 관련 데이터는 현재 세계은행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돼 있지 않다.
랴오의 중국 군 내부 소식통으로부터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중국 인민해방군(PLA)은 최근 내부 공문을 통해 세 가지 핵심 사항에 중점을 뒀다고 한다.
첫째, 대만과의 전쟁은 반드시 벌어질 것이란 점이다. 과거 한국전쟁에서 전투가 진행되는 와중에도 2년 넘게 평화협상이 병행됐듯 대만 전쟁도 유사한 양상을 띨 수 있다고 PLA는 내다보고 있다.
둘째, 중국과 미국 간 전쟁 역시 피할 수 없는 일이란 인식이 내부적으로 공유되고 있다.
셋째, PLA은 미국군의 각 병과(육군, 해군, 공군 등) 상징과 휘장을 병사들에게 배포해 실전에서 적군의 소속 병과를 식별할 수 있도록 교육을 시작했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랴오는 “현재 인민해방군 내부 분위기는 상당히 긴장돼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전쟁은 시진핑에게 여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며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첫째, 경제 상황은 더 이상 핵심 이슈가 되지 않게 될 것이고 둘째, 당 내부의 반대 세력을 잠재우는 동시에 셋째, 중국 국민들에게 공산당 통치를 정당화할 수 있는 대외적 명분을 제공할 수 있다.”

*박경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