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대사 건강이 악화된 국가를 위한 새로운 식품 피라미드

전문가들, 처음으로 저탄수화물 식단피라미드 제안

2025년 04월 12일 오후 9:19

미국 전역에서 만성 질환이 급증함에 따라 일부 의사와 영양학자들은 미국의 식이요법 지침에 대해 근본부터 다시 생각해야 할 때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2025년 발간된 국제학술지 ‘뉴트리언츠(Nutrients)’에 실린 동료 평가 논문에서 전통적인 탄수화물 중심 식단이 공중보건을 지키는 데 실패했을 뿐 아니라 비만과 제2형 당뇨병 증가에 일조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들은 대사 이상 징후를 보이는 미국 성인 대다수를 위해 설계된 새로운 저탄수화물 식단 피라미드를 제안했다.

이들의 식단 모델은 단백질, 전지방 유제품(full-fat dairy), 그리고 건강한 지방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이는 수십 년간 이어져 온 연방정부의 식이 지침에 도전장을 내밀고 만성 질환에서 지방의 역할을 둘러싼 오래된 논쟁에 다시 불을 지피고 있다.

식단 피라미드, 다시 생각하기

미 농무부(USDA)가 1992년 처음 도입한 기존 식단 피라미드는 곡물을 가장 아래에 두고 그 위에 과일과 채소, 맨 위에 지방과 오일을 배치하는 구조였다.

2011년 USDA는 식단 피라미드를 대체해 과일, 채소, 곡물, 단백질 식품, 유제품의 다섯 가지 식품군을 접시 형태로 나눈 ‘마이플레이트(MyPlate)’ 그래픽을 도입했다. 그러나 곡물 중심의 기존 식단 피라미드가 대중의 인식과 공공 메시지 속에 여전히 뿌리 깊게 남아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번 논문은 이러한 기존 틀을 “시대에 뒤떨어지고 잠재적으로 해로울 수 있다”고 비판한다. 의사, 영양사, 대사 질환 전문가 등 24명의 공동 저자는 기존의 식단 모델이 고탄수화물 섭취와 비만, 당뇨병, 기타 만성 질환 사이의 연관성을 보여주는 점점 더 많은 과학적 근거를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에 이들은 기존 모델을 대체할 파격적인 대안을 제시한다. 바로 미국에서 처음으로 제안되는 저탄수화물 식단 피라미드다. 새로운 식단 피라미드의 밑바닥에는 그동안 제한되던 식품들—고기, 달걀, 전지방 유제품, 건강한 오일 등이 자리 잡고 있다. 중간층에는 비전분 채소와 저당도 과일이 포함돼 있다. 맨 위층에는 전분 채소, 고당도 과일, 견과류 등 소량 섭취 권장 식품으로 배치됐다. 반면 곡물, 쌀, 콩류, 첨가당 등 탄수화물이 높은 식품들은 아예 제외됐다.

저자들은 이 식단 모델을 저탄수화물 식단(low-carbohydrate)이자 케토제닉 식단(ketogenic)으로 설명하며, 논문에서 이 두 용어를 서로 교차해 사용하고 있다. 케토제닉 식단은 일반적으로 하루 탄수화물 섭취를 20~50g 수준으로 제한해 신체가 케토시스(ketosis)라 불리는 지방 연소 상태로 전환되도록 유도한다.

대사 건강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을 위한 저탄수화물 식단 피라미드. 고기, 유제품, 건강한 지방이 식단의 기초를 이루며 곡물과 당류는 완전히 제외된다. ⎢니나 타이콜츠 외 23명, 국제학술지 뉴트리언츠(2025)

일부 전문가들은 새로운 저탄수화물 식단 모델에 대해 “모든 탄수화물을 동일하게 취급해서는 안 된다”며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영양학 석사 출신 작가 알렉스 리프는 “전곡물(whole grains)은 건강 개선과 연관돼 있지만 정제 곡물(refined grains)은 그 반대”라며 탄수화물의 질적 차이를 강조했다.

그는 현행 지침이 곡물 섭취에 있어 “적어도 절반은 전곡물로”란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그 경계를 모호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표현 방식은 보다 분명했어야 할 공중보건 메시지를 희석시킨다.”

이에 반해 새로운 식단 모델을 지지하는 측은 “대다수 미국인이 이미 대사 기능 이상을 보이고 있는 만큼 식단 지침도 이러한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식단 피라미드는 대사질환을 앓고 있는 미국 성인 88%를 위한 것이다.”

최근 뉴트리언츠에 발표된 연구의 주저자 니나 타이콜츠는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며 “기존의 USDA 식품 피라미드는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상태에서 만들어졌고 임상시험에서도 만성질환 예방 효과가 입증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타이콜츠와 공동 저자들은 이번에 제안한 저탄수화물 모델이 최신 과학적 연구와 더 부합하며 대부분의 미국인 영양 상태에도 보다 적합하다고 강조한다.

전통에서 되살아난 모델

저탄수화물 식단은 이 식단 지지자들에게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이들은 이를 단순한 트렌드가 아니라 의학적 전통에 뿌리를 둔 치료 식단의 부활이라고 본다.

영양의학 전문가이자 의사인 앤서니 채피는 에포크타임스에 보낸 이메일에서 “서양 의학 전통에서도 간질, 제1형 및 제2형 당뇨병 등 다양한 신경학적 질환에 대해 약물 없이 케톤식으로 치료해 온 역사가 길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식단이 1700년대 후반부터 사용돼 왔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한 2005년 미국 의학연구소(Institute of Medicine) 보고서를 인용해 “단백질과 지방의 필요량이 충족되는 한 식이 탄수화물에는 최소 필요량이 없다는 결론이 내려졌다”고 강조했다.

채피 박사는 초기 인류의 역사에 주목하며 마지막 빙하기 동안 북극 지역 인류는 식물성 탄수화물 없이 오직 고기와 생선만으로 생존했음을 언급했다. 그는 “사람들은 여러 세대에 걸쳐 탄수화물 없이도 아무런 해를 입지 않고 살아왔다”고 말했다.

탄수화물 제한의 치료적 가치

이번 논문은 수천 건의 임상시험을 인용하며 저탄수화물·고지방 식단이 인슐린 민감성을 개선하고 제2형 당뇨병을 역전시키며 약물 의존도를 줄이는 데 효과적이라고 주장한다.

미국당뇨병학회(ADA), 캐나다당뇨병협회(DC), 유럽당뇨병학회(EASD) 등 주요 보건 기관들도 현재 제2형 당뇨병 관리 방안 중 하나로 저탄수화물 식단을 공식 인정하고 있다.

미국심장협회(AHA) 또한 중간 수준의 탄수화물 섭취 식단에 비해 매우 낮은 탄수화물 식단이 당화혈색소(HbA1c)를 더 크게 낮추고 체중 감량 효과와 당뇨병 약물 사용 감소 측면에서도 더 우수한 결과를 보인다고 평가했다.

HbA1c는 최근 2~3개월간의 평균 혈당 수치를 반영하는 혈액 검사 지표로, 당뇨병 조절 상태를 확인하는 데 널리 사용된다.

저탄수화물 식단이 체내 대사를 전환시킨다는 점은 이미 과학적으로 잘 알려져 있다.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면 몸은 지방을 연료로 사용하는 케토시스 상태로 전환되며, 이는 체중 감량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지방과 단백질은 포만감을 높여주고 그 결과 총 섭취 칼로리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연구 저자들은 저탄수화물 식단이 모든 필수 영양소를 공급하며 종종 곡물을 가공한 후 비타민, 미네랄 같은 영양소를 인위적으로 첨가한 강화 곡물(fortified grains)보다 더 흡수율이 높은 형태로 제공된다고 주장한다. 또 체내에서 포도당이 필요한 경우 ‘당신생(gluconeogenesis)’ 과정을 통해 스스로 생성할 수 있다는 점도 언급된다.

논문에서는 “여러 연구에서 만성 질환을 앓는 사람들이 탄수화물 불내증을 겪고 있다는 사실이 입증됐다”며 “글루텐에 민감한 사람들이 글루텐을 피하듯 탄수화물에 민감한 사람들은 탄수화물을 제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적합성 문제와 식품 그 자체

이번 연구는 저탄수화물 식단의 유효성을 강하게 주장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이를 모든 사람에게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해법으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다.

미국 뉴욕대 영양학·식품학·공중보건학 명예교수 매리언 네슬은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건강을 지지하는 식단은 다양하다”며 “가장 많은 과학적 근거는 열량 균형을 유지하고, 식물성과 동물성을 모두 포함하며, 최소한으로 가공된 식품을 섭취하는 식단에 있다”고 말했다.

네슬 뉴욕대 명예교수는 영양학 연구의 한계를 지적하며 “영양 연구는 매우 복잡하며 이상적인 식습관을 반영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인 대부분은 식품 피라미드나 마이플레이트 지침을 따르지 않고 있으며 현실 속 식단은 대부분 첨가당, 정제 곡물, 산업용 지방이 가득한 초가공 식품으로 채워져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편 탄수화물을 극단적으로 줄이는 식단의 장기적 안전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책임 있는 의학을 위한 의사위원회(PCRM)’ 소속 등록 영양사 안나 허비는 저탄수화물 피라미드 식단이 소화, 체중 관리, 혈당 조절에 중요한 영양소인 섬유질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허비는 에포크타임스에 “이 식단에 포함된 음식 대부분은 포화지방과 콜레스테롤 함량이 높다”며 “이는 심장 질환, 당뇨병, 치매, 뇌졸중 등과 관련된 주요 위험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저탄수화물 식단이 제2형 당뇨병 관리를 돕는 데 효과적일 수 있다는 데에는 일정 부분 동의가 있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그 효과의 핵심이 ‘탄수화물 제한’이 아니라 ‘체중 감량’ 자체에 있다고 주장한다.

앞서 언급한 영양학 작가 리프는 “저탄수화물 식단은 효과적인 도구가 될 수는 있지만 본질적으로 더 우수한 방식은 아니다”라며 “진짜 중요한 것은 개인이 지속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식단을 찾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네슬 교수는 저탄수화물 식단이 동물성 식품 중심이란 점에서 환경적 문제에 대한 우려를 함께 제기했다. 그녀는 “소 사육은 온실가스 배출 측면에서 식품 부문 중 탄소 발생 요인”이라고 말했다.

반면 논문 저자들은 저탄수화물 식단이 많은 양의 붉은 고기를 필수로 요구하는 것은 아니며 환경 영향을 미치는 탄소발자국 감축을 위한 방법으로 ‘재생 농업(regenerative agriculture)’을 제안했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가축이 만드는 가스가 미국 내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3.9%를 차지한다고 추정하지만 이 수치가 실제 영향을 과소평가한 것인지 과대평가한 것인지를 두고 전문가들 간 견해는 엇갈린다.

네슬 교수는 식단 지침이 공중보건 전반을 아우르는 방향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녀는 저탄수화물 식단이 일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보다 포괄적인 메시지—전곡물과 최소 가공식품 중심의 식생활을 가리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식이 지침이 바뀔 것인가?

저탄수화물 식단에 대한 연구가 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실제 미국의 식단 지침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2025년 12월 발표된 최신 보고서에서 식이요법 자문위원회(DGAC)는 콩(beans)과 콩과식물(legumes), 해산물을 선호 단백질원으로 분류하며 붉은 고기, 가금류, 계란은 상대적으로 낮은 순위에 배치했다. 저지방 유제품에 대한 지지는 유지하면서도 초가공식품이 비만, 당뇨병, 심장병과의 연관성을 보여주는 증거가 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취하지 않고 있다.

저탄수화물 식단 지지자들은 DGAC의 권고안을 시대에 뒤처진 조언이라 비판한다. 반면 반대편에서는 해당 권고가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최신 과학적 근거를 반영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네슬 교수는 “이 접근법을 뒷받침하는 많은 증거를 봐왔다”며 “이번 논문에서 제안된 식단은 건강한 사람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대사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급격히 흡수되는 탄수화물을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영양학 작가 리프 역시 하나의 식단 피라미드로 모든 사람을 규정하려는 접근 방식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그건 모든 사람을 하나의 틀에 억지로 끼워 맞추려는 시도”라며 “일반 식단, 저탄수화물, 비건 등 다양한 식습관에 맞춘 여러 가지 건강한 선택지를 제시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는 더 큰 질문을 던진다. 국가 식이 지침은 대사 질환을 이미 겪고 있는 사람들을 우선시해야 하는가 아니면 건강한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해야 하는가?

네슬 교수는 “나의 유일한 우려는 이것이 모두를 위한 조언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이라며 “여전히 동물성 식품을 식물성 식품으로 대체하는 다양한 식단이 좋은 접근법이란 증거가 많다. 이 점은 변하지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반면 이번에 새로운 식단을 제시한 타이콜츠는 이와 다른 시각을 제시했다. 그녀는 노스캐롤라이나대학의 연구 결과를 인용하며 미국인 88%가 대사 기능 장애의 징후를 보이는 것으로 추정했다.

“이것은 대사 질환을 가진 사람들을 위한 USDA-HHS 식품 피라미드가 돼야 한다”고 그녀는 주장했다.

채피 박사는 이것이 과학적 문제가 아니라 ‘가시성’에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사람들이 탄수화물을 줄이고 건강을 되찾는다고 해서 대기업이 이익을 보는 건 아니다”라고 그는 말했다. “우리는 수백만 달러짜리 광고 예산도, 병원에 드나드는 제약 영업사원도, 데이터를 홍보하기 위한 후원 학회도 갖고 있지 않다.”

채피 박사는 호주가 최근 제2형 당뇨병 관리에 있어 케토제닉(저탄수화물 고지방) 식단을 ‘최선의 실천 사례’로 지정한 것을 언급하며 이는 증거가 인정되었을 때 변화가 가능함을 증명한다고 주장했다.

올해 연방 식이 지침 검토를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부 장관이 주도하게 됨에 따라 권고안이 실제로 바뀔지는 아직 지켜봐야 한다.

그러나 만성 질환의 유병률이 증가함에 따라 오랫동안 유지돼 온 식단에 대한 전제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압력도 커지고 있다. 지침이 실제로 바뀔지 여부와는 상관없이 저탄수화물 식단 피라미드는 미국인들이 무엇을, 왜 먹어야 하는지에 대한 전국적인 논의를 다시 불러일으키고 있다.

*박경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