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상호관세…7가지 핵심 포인트

취임 72일 만인 4월 2일(이하 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면적인 무역 정책 변화를 발표하며 모든 국가에 ‘상호관세’를 도입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이날을 “미국 해방의 날”이라고 명명했다.
수십 년 동안 미국은 낮은 무역 장벽을 유지하며 거의 또는 전혀 관세가 없는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제 그런 시대는 끝났다”고 선언했다.
본지 영문판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4월 2일 발표한 관세 정책에 대한 7 가지 핵심 포인트를 정리했다.
1. 10%의 기본관세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국가에서 수입되는 제품에 대해 최소 10%의 기본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이 기본관세는 5일 오전 12시 1분부터 발효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외국 국가들은 이제 세계에서 가장 큰 우리 시장에 진입하는 특권에 대해 마침내 비용을 지불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미국은 약 4조1000억 달러 규모의 상품과 서비스를 수입했다. 백악관은 이번 관세 정책을 통해 향후 10년 동안 수조 달러에 달하는 재정 수익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 무역장벽이 높은 국가에 대한 ‘상호관세’
트럼프 대통령은 기본 10%의 관세 외에 무역장벽이 높은 주요 교역국을 대상으로 추가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이 기존에 부과하고 있던 관세 외에 별도로 적용되며 9일 오전 0시 1분부터 발효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친절한 사람들이다. 그래서 상대국이 부과한 관세의 절반만 부과하기로 했다”며 “이는 완전한 상호관세가 아니라 ‘우호적 상호관세’”라고 강조했다.
이번 조치에 따라 유럽연합(EU) 20%, 일본 24%, 대만 32%, 한국 25% 등 미국의 주요 교역 상대국들이 높은 수준의 관세를 적용받게 됐다.
이 밖에 캄보디아(49%)와 베트남(46%) 등 무역장벽이 높은 국가들은 특별히 높은 세율이 적용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대해서도 34%의 상호관세를 부과했다.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은 블룸버그 TV와의 인터뷰에서 “기존의 관세를 포함하면 총관세율은 54%에 이른다”고 밝혔다.
베센트 장관은 “상대국 정부들이 취해온 △환율 조작 △부가가치세(VAT) 부과 △비시장 정책 등의 조치가 이번 상호관세 결정의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3. 중국, 가파르고 높은 관세율에 직면
미국은 지난해 중국과의 무역에서 약 3000억 달러에 달하는 최대 규모의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년간 중국공산당의 강제 기술 이전, 지식재산권 침해, 국가 보조금 등 불공정 무역 관행은 미국 내 여야를 막론하고 비판을 받아왔다. 이러한 관행은 미국 기업과 노동자들에게 위협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중국은 또한 인위적으로 가격을 낮춘 수출품으로 세계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펜타닐 밀매로 인한 국가 비상사태를 이유로 중국산 전 품목에 20%의 관세를 부과했다. 현재까지도 중국은 멕시코와 캐나다로 펜타닐 전구체를 수출하는 주요 공급국으로, 이들 국가에서 가공된 후 미국으로 밀반입되고 있다.
미국은 이달부터 중국산 제품에 총 54%에 달하는 관세를 부과한다. 여기에 상호 관세 성격의 34%가 포함되며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캠페인 당시 경고한 60% 수준에 근접한 수치다.
트럼프 대통령은 2일 백악관 로즈가든 연설에서 “미국 국민들이 매우 큰 대가를 치르고 있다”며 “중국은 수년간 미국을 엄청나게 이용해 왔다”고 비판했다.

백악관 관계자는 기자들과의 전화 브리핑에서 중국이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 등 제3국을 통한 환적방식으로 관세를 회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특히 베트남을 지목하며 “베트남 문제는 단순한 관세 문제가 아니라 공산 중국이 미국으로 물건을 보내기 위해 그곳에 거점을 만드는 행위 등 그 밖의 모든 것을 포함한다”고 비판했다.
4. 캐나다와 멕시코 상호관세 대상국 제외
캐나다와 멕시코는 이번 상호관세 대상국 목록에서 제외됐다. 고위 행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두 나라는 여전히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불법 이민 및 펜타닐 밀매를 이유로 선포한 국가 비상사태 조치의 적용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캐나다와 멕시코산 제품에 대한 기존 25% 관세는 유지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과거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의 대상이었던 자동차 등 일부 품목에 대해 관세 면제를 인정한 바 있으나 이들 면제 조치도 2일부로 만료되며 현재까지 연장 발표는 없는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의 자동차 관세에 대해 보복 조치를 공언한 캐나다의 마크 카니 총리는 이번 글로벌 상호관세 조치가 “국제 무역 질서를 근본적으로 바꿔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5.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조치 정당성 역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행사에서 “수십 년 동안 우리 나라는 가까운 나라와 먼 나라, 우방과 적국 모두에게 약탈당해 왔다”고 했다. 이날 행사에는 다수의 공화당 의원들과 대부분의 내각 구성원이 참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조치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이후 쇠락한 미국 제조업을 본국으로 되돌리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무역적자가 19조 달러에 달하는 동안 제조업 일자리 500만 개가 사라졌다”며 “이는 역사상 최악의 무역 협정으로 인한 엄청난 손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수십 년간 누적된 무역적자도 관세 부과의 주요 근거로 제시했다. 지난해 미국의 무역적자는 사상 최대치인 1조2000억 달러를 기록했다.

새로운 관세 조치에서 개별 국가가 협상을 통해 제외될 수 있는지에 대해,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에게 “이건 협상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이 당국자는 “이는 국가 비상사태에 따른 조치”라며 “일부 관세 인하를 약속한다고 해서 핵심 문제, 즉 미국을 속이기 위해 제도화된 무역 규제와 수많은 비관세 장벽 문제를 회피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본부를 둔 경제 싱크탱크 밀컨연구소(Milken Institute)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윌리엄 리는 이번 관세 정책이 실제로는 협상을 유도하기 위한 ‘우호적 접근’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른 나라가 부과하는 관세의 절반 수준으로 상호 관세를 설정한 것은 협상의 문을 열어두기 위한 것”이라며 “만약 타국이 보복에 나선다면 트럼프는 더 높은 관세로 대응할 수 있는 선택지를 갖고 있다”고 본지 영문판에 밝혔다.

6. 새로운 관세정책의 목적
새로운 관세 조치는 트럼프 행정부의 다른 경제 정책들과 분리해서 볼 수 없다는 것이 지지자들의 입장이다.
밀컨연구소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윌리엄 리는 관세를 국내 소득 증대와 공급망 확보를 위한 전략적 수단으로 해석했다.
그는 특히 상호관세의 효과는 트럼프 대통령의 다른 정책들과 맞물릴 때 극대화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새로운 무역 체계는 제조업과 혁신을 미국으로 되돌아오게 하고 있다”며 규제 완화와 세율 인하가 핵심 유인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7. 눈여겨볼 경제지표
미국 증시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따른 불확실성 등으로 인해 2022년 이후 가장 큰 분기 하락폭을 기록했다. S&P 500 지수는 1분기 동안 4.6% 하락하고 나스닥 지수는 약 10% 하락했다. 골드만삭스는 향후 12개월 내 미국이 경기침체에 진입할 가능성을 35%로 상향 조정했으며 관세가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반면 윌리엄 리는 이러한 분석에 대해 일부 언론과 경제학자들이 최근 증시 하락과 경기 둔화를 트럼프의 관세 정책 탓으로 ‘과도하게’ 돌리고 있다고 반박했다.

윌리엄 리는 미국의 수출이 GDP의 약 11%, 수입은 약 14% 수준이라는 점을 들어 관세에 대한 과도한 우려를 일축했다. 그는 “미국의 관세나 보복 관세가 적용되는 세수 기반의 규모를 고려할 때 경기침체나 세계 공황에 대한 공포는 말 그대로 ‘터무니없다’”며 “그 정도로 경제 전체에 영향을 줄 만큼 큰 숫자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경제학자 이안 플레처는 문제는 교역 규모가 아니라, 이번에 발표된 대규모 상호관세가 시장에 미치는 충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본지 영문판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1기 때 관세로 큰 타격이 없었다는 점에 자신감을 얻은 듯하다”면서도 “이번에는 그때보다 훨씬 더 나아갔다”고 평가했다.
경제학자들의 전망이 엇갈리는 것은 분석의 근거 차이 때문이지만 관세가 실제로 발효되면 경제 지표를 통해 실질적인 영향이 점차 드러날 것이라는 데에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프랭크 셰 교수는 고용 지표와 실질 소득 증가율을 트럼프 관세의 초기 효과를 보여주는 중요한 신호로 지목했다.
리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미국 내 소비와 투자에서 국내 기업과 외국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에 주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사람들의 지갑이 보여주는 지표들이 바로 이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관세 시행 초기 이후에도 물가 상승이 지속된다면 인플레이션 위험이 현실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기호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