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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상호관세 발효 속 국회 토론회 개최…‘韓 경제의 전망·대책’ 제언

2025년 04월 09일 오후 4:38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에 부과한 25% 상호관세가 오늘(9일) 오후 1시 1분(한국 시간)부터 정식 발효돼 시행에 들어간 가운데 대미 수출 비중이 큰 한국은 비상이 걸렸다. 이 속에서 여야 정책위원회 의장을 비롯해 양당 의원들이 대거 참석해 우리 경제가 처한 상황을 짚어 보고 대응 방안을 논의하는 토론회가 국회에서 열렸다.

4월 9일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트럼프 2.0시대, 한국경제의 전망과 대책’을 주제로 제24차 경제산업포럼이 개최됐다. 행사는 폴리뉴스(대표이사 김능구)와 상생과통일포럼(대표 주호영 국회부의장·윤호중 의원)이 공동 주최했다.

김상훈 의장 “韓 경제 체질 개선부터…기업 활동 보장 여건 마련해야”

국민의힘 김상훈 정책위의장은”기업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무대를 마련해 주는 게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한기민/에포크타임스

국민의힘 김상훈 정책위의장은 “트럼프 2.0 시대 극복은 단기 대응이 아닌 한국경제 체질 개선에서 시작돼야 한다”며 “기업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무대를 마련해 주는 게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의장은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가 우리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직격탄’으로 규정하고 “국내 제조업의 수출 경쟁력을 직접적으로 훼손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관세장벽을 어떻게 극복할지도 문제지만, 근로자와 기업이 상생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주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이를 위한 국회와 정치인의 역할을 강조했다. 김 의장은 “(기업은) 불확실한 미래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자본을 투자해서 고용을 창출하는 자본주의 시장 경제 체제에서 너무나 소중한 주체”라며 “표를 생각한다면 근로자 편을 들어주는 게 맞지만, 근로자와 기업이 상생할 수 있는 정책과 그런 무대가 더욱더 소중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김 의장은 이런 위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국민의힘이 추진하는 정책을 소개했다. 4대 대응축은 ▲신 대외경제 전략 ▲공세적 수출지원 ▲공급망 안정화 ▲중소기업 피해 지원 등이다. 특히 실효성 있는 직접적 지원으로 ▲360조 원 규모의 무역금융 공급과 초대형 수주 특별 프로그램 확대(85조→95조) ▲전략산업에 대한 지방투자 보조금 확대 등을 마련한다.

이어 장기적 대책으로 ▲반도체·조선·자동차 등 주력산업 경쟁력 강화 집중 ▲반도체 특별법 추진과 ‘K-칩스법’ 통과 성과 등을 언급하며 “여기에는 AI·양자·바이오 등 미래산업에 대한 ‘2조 원 GPU 예산 확보’ 등 실질적 투자 확대도 포함됐다”고 덧붙였다.

진성준 의장 “대미 경제 기여도 적극 부각해야…ABCDEF 전략 제시”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우리 정부도 미국 내 일자리를 창출하는 대미(對美) 주요 투자국임을 강조해 설득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한기민/에포크타임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트럼프 2기 정부의 등장과 함께 본격화한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속에서 한국경제가 ‘복합위기’에 직면했다”고 진단하며 “세계 최대 강국을 상대로 통상 외교 전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진 의장은 트럼프 정부의 경제‧통상정책을 ‘선관세-후협상’ 전략으로 요약하며, 트럼프의 상호관세 정책이 ‘무차별적 통상공세’로 전환된 현상을 경계했다. 그는 “실제 한국이 부과받은 25% 관세는 FTA 체결국 중 최고 수준으로, 이는 사실상 한미 FTA의 무력화를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멕시코의 사례를 인용해 미국과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 의장은 “멕시코 정부는 미국이 요구하는 불법 이민자와 펜타닐 차단에 주력해 관세의 위협에서 벗어났다”며 “우리 정부도 미국 내 일자리를 창출하는 대미(對美) 주요 투자국임을 강조해 설득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우리 기업의 대규모 투자가 미국의 첨단기술·공급망과 밀접하게 연계된 만큼 한·미 간의 상호호혜적 협력관계를 강조해야 한다” 덧붙였다.

진 의장은 한국 경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해법으로 더불어민주당의 ‘ABCDEF 성장전략’을 제시했다. ABCDEF는 ▲A는 AI(인공지능) ▲B는 바이오 ▲C는 문화·콘텐츠 ▲D는 방위산업 ▲E는 에너지 ▲F는 제조업(Factories)의 첫 글자를 딴 것으로, 단기 대응을 넘어 산업구조 자체를 전환하려는 접근 전략이다.

진 의장은 특히 ‘전략산업 국내생산 촉진세제’를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기존 설비투자 중심의 세액공제와 달리, 제품이 국내에서 생산·판매되는 경우에만 법인세를 감면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보호무역주의 확산에 대응하는 한편 국내 고용과 공급망을 보호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책으로 삼는다는 방침이다.

KDI, 트럼프 리스크에 따른 대외 불확실성 진단

조동철 KDI(한국개발연구원) 원장은 “트럼프 리스크는 단순히 관세 문제를 넘어 대외 교역, 통화정책, 에너지 가격, 지정학적 불안정성 전반에 걸쳐 파급력을 가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 한기민/에포크타임스

이날 기조 발제를 맡은 조동철 KDI(한국개발연구원) 원장은 ‘FTA 체결국에도 보편관세 20% 이상 부과’를 최악의 시나리오로 꼽으며 “트럼프 리스크는 단순히 관세 문제를 넘어 대외 교역, 통화정책, 에너지 가격, 지정학적 불안정성 전반에 걸쳐 파급력을 가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트럼프의 감세 및 보호무역 정책은 미국 내 인플레이션을 자극해, 달러 강세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는 원화 약세를 유발하면서 한국 수입 물가에 압박을 주고, 금융시장 변동성을 확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조 원장은 “모든 리스크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지는 않다”면서 “트럼프 행정부는 기후변화 대응을 후순위로 두는 경향이 있어, 셰일가스 확대 등으로 국제 에너지 가격이 하락할 경우 한국의 수입 부담은 연간 10~20조 원가량 경감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