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 상승으로 ‘골드러시’ 확산…전자 금속 탐지기 수요 급증

미국 아리조나주 투스콘—조 마리휴는 수년 전 모래 양동이를 세척하며 금 조각을 추출하던 중 금의 매력을 발견했다.
그와 그의 아내는 한 번에 50개의 양동이를 처리해 당시 약 200달러(약 29만 원) 가치의 금 2g을 얻었다.
그 이후 그는 신뢰할만한 ‘마인랩 골드 몬스터 1000’이란 금속 탐지기를 사용하며 높은 기대감을 품고 눈을 땅에 고정한 채 금을 찾고 있다.
“나는 금을 찾는 것이 좋다. 그게 우리가 하는 일”이라고 마리휴는 애리조나주 투손 남쪽의 딱딱하고 건조한 땅을 가로질러 금속 탐지기의 검색 코일을 휘저으며 말했다. 그는 땅속에서 가치 있는 것을 발견하길 희망했다.
지난 3월 22일(이하 현지 시간) 마리휴와 20명이 넘는 ‘데저트 골드 디거스(Desert Gold Diggers)’ 클럽 회원들은 금속 탐지기를 이용해 수익성 있는 발견을 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클럽의 연례 봄나들이를 떠났다.
법의학 수사관들이 증거를 찾듯 이들 금속 탐지자들은 밝은 아침 사막의 태양 아래에서 집중된 결단력을 발휘하며 긴밀한 형태로 작업을 했다.
“여기에는 실제로 금 조각을 찾는 사람들이 있다”고 클럽 회장 랄프 몬타노가 말했다.
“나는 모두에게 말한다. 금속 탐지기로 부자가 되진 않을 거다. 하지만 ‘운이 좋으면’ 발견할 수 있다.”
디저트 골드 디거스 클럽과 같은 금속 탐지기 애호가들이 숨겨진 보물을 찾기 위해 외진 곳으로 끌려가는 이유는 단순히 사냥의 스릴 때문만은 아니다.
최근 금값이 온스당 3000달러(약 432만 원)를 넘어서며 미국 역사상 최고로 금값이 급등함에 따라 귀금속을 발견하는 매력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동시에 은값도 계속 오르고 있으며 온스당 34달러(약 4만9300 원)가 넘는다.
몬타노 회장은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클럽이 금속 탐지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로부터 더 많은 문의를 받고 있는 것이 단순한 우연은 아니라고 말했다.
금값과 이 취미에 대한 관심 사이에는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것 같다.
몬타노 회장은 “최근 많은 관심을 받았다”며 “지난 몇 달 동안 많은 새로운 회원들이 가입했다”고 말했다.

“그들은 우리에게 장비가 무엇이 필요한지, 무엇을 찾아야 하는지 그리고 어떤 장소가 금을 찾을 가능성이 있는지 등에 대해 배우러 온다.”
지난 2011년 금값이 온스당 1896달러(약 267만6700원)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은값이 49.52달러(약 7만1804원)를 찍은 이후 종종 금융 세계에서 ‘야만적인 유물’로 여겨지는 금과 은이 이처럼 높은 가격을 기록한 적은 없었다.
금에 대한 글로벌 수요
투자 자문회사 T.로우 프라이스(T. Rowe Price)에 따르면 금과 은 가격이 3000달러를 넘은 것은 몇 가지 요인이 복합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2022년 말 이후 이 회사는 금 가격과 실질 금리 간 오랜 역관계가 미국 달러와 주식 시장과의 관계에서 분리됐다고 관찰했다.
“이는 글로벌 재정정책과 통화 평가 절하의 영향력이 커지고 중앙은행의 금 구매가 급증하며 지정학적 위험이 높아진 환경을 반영한다”고 T.로우 프라이스는 밝혔다.
“지정학적 위험은 계속해서 증가하는 것처럼 보인다. 중동과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있으며 중국과 그 이웃들 간의 갈등은 여전히 큰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서방에 적대적인 국가들의 연합은 미국 달러를 국제 교환의 매개체이자 준비 통화로서의 의존도를 줄일 방법을 계속해서 모색할 것이다.”
세계금위원회(Gold.org)는 금이 2024년 40번 이상 새로운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올해 들어서도 추가로 14번 최고치를 경신했다고 전했다.
이러한 중요한 상승 움직임은 “우연이 아니다”라고 분석가는 말하며 금에 대한 ‘완벽한 폭풍’이 형성될 가능성을 지적했다.
“중요한 것은 숫자 자체만이 아니라 금이 이 숫자에 도달한 속도다. 온스당 2500달러에서 3000달러로의 상승은 단 210일 만에 이뤄졌다. 이는 지난 2년 동안 금이 구축한 모멘텀을 강조하는 빠른 움직임이다.”

소매용 금과 은에 대한 수요가 여전히 높아지는 가운데 더 모험적인 사람들은 금속 탐지기에서 ‘잠재적 부’를 발견하고 있다.
“모든 금속 탐지자들은 언젠가 그 한 번의 대발견을 꿈꿨다”라고 매사추세츠에 본사를 둔 금속 탐지기 판매업체 ‘메탈디텍터 닷컴(MetalDetector.com)’이 밝혔다.
“가장 흔하게 발견되는 물건들은 흔히 오래된 동전, 금이나 은 동전, 금 조각, 보물급 로마 동전, 중세 동전, 철 금속들, 남북 전쟁 시절 사용된 단추, 그리고 다른 묻힌 보물이나 금속 물체들이다.”
또 다른 금광 열풍?
시카고에 위치한 ‘윈디 시티 메탈(Windy City Metal Detecting)’의 사장 론 쇼어는 금값이 온스당 3000달러를 넘어선 지난 3월 14일 이후 금속 탐지기 판매가 확실히 증가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이번의 ‘구매 증가’는 1980년대 금광 열풍 당시 판매한 금속 탐지기 판매량에 비하면 크게 눈에 띄지 않는 수준이다. 이 회사는 1985년 설립됐다.
1980년 1월, 금이 처음으로 온스당 850달러(약 123만2500원)를 기록하며 역사적인 이정표를 세웠다.
쇼어 사장은 “고객들이 이제 금속 탐지기를 통해 금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경제적인 방법을 찾고 있다”며 귀금속 가격 상승 추세에 맞춰 금속 탐지기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을 전했다.
“금값이 올랐다는 걸 아는 사람들이 좀 있다. 그들은 그런 이유로 금 찾기 취미에 관심을 가지려고 한다”고 쇼어 사장은 말했다.
“하지만 1980년대와는 비교할 수준이 아니다. 그때는 정말 금광 열풍이 일었다. 차량들이 우리 상점 앞에 줄을 설 정도였다. 금속 탐지기를 차에 실을 수조차 없을 정도로 많이 팔리는 수준이었다.”
쇼어 사장은 1970년대 금속 탐지를 시작한 이후 그런 일은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값이 계속 오르면 상황이 바뀔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금값이 계속 오를 가능성이 있는 징후들이 보인다고도 전했다.
금속 탐지기 외에도 금 채취를 위한 ‘팬닝(panning)’은 전통적인 채굴 방법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여전히 인기 있는 활동이라고 귀금속 자문회사 ‘GMR 골드(GMR Gold)’가 전했다.

금 채굴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전통적인 금 팬닝 기법은 ‘크래들(cradle)’이라고도 불리는 ‘로커 박스(Rocker Box)’를 사용해 향상할 수 있다.
이 도구는 단순한 팬닝보다 더 효율적이며 나무 상자에 체, 흔들리는 기계 장치가 포함돼 있다.
또 다른 방법은 ‘슬루스 박스(sluice box)’로, 이는 물과 퇴적물을 통과시키면서 금 입자를 포획하도록 설계된 긴 도랑이다.
물 부족 지역에서는 ‘건식 팬닝(dry panning)’이 효율적인 방법으로 물 대신 공기를 이용해 금을 퇴적물에서 분리한다.
“많은 열광자들이 강과 개울에서 금을 팬닝하는 스릴을 즐기며 초기 금 채굴자들의 경험을 되살리고 있다”고 GMR 골드 측은 말했다.
에포크타임스에 실린 기사 ‘그가 가진 금의 법칙(The Golden Rule: He Who Has)’에서 GMR 골드는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금 팬닝의 역사는 인간의 창의력, 인내, 그리고 금이 가진 지속적인 매력을 증명하는 이야기다.”
텍사스에 본사를 둔 전자 금속 탐지기 제조업체 ‘개럿(Garrett)’의 마케팅 디렉터 스티브 무어는 금값 상승이 전자 금 채굴에 대한 관심을 증가시켰다고 동의했다.
무어는 민간 기업 개럿이 실제 판매량 증가에 대해 추측할 수는 없다면서도 “올해 금속 탐지기 판매에서 좋은 증가를 보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무어는 또한 에포크타임스에 “개럿은 2025년 ‘골드마스터 24K(Goldmaster 24k)’와 액시옴(Axiom) 같은 최고의 금속 탐지기 판매가 증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골드마스터 24K는 금 조각을 찾기 위해 특별히 제작된 모델이다.
무어는 여전히 많은 지역, 특히 호주를 포함해 미국의 유콘, 애리조나, 캘리포니아, 네바다 등지에선 지하에 금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금 찾기의 핵심 중 하나는 금이 생산되는 지역을 찾는 것이며, 이는 연구를 통해 알아낼 수 있다”고 그는 말했다. “그다음에는 적절히 탐색할 수 있는 채굴 권리를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

아내와 함께 금 찾기를 하던 마리휴는 자신의 어린 시절 금 채굴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킨 주인공이 그의 삼촌이라고 밝혔다. 2010년 ’골드 러시(Gold Rush)‘ 시리즈가 디스커버리 채널에서 방영됐고 그 순간부터 마리휴는 금 채굴에 완전히 빠졌다고 했다.
“그 이후로 계속해서 금을 찾고 있다. 여러 해에 걸쳐 금 여러 온스를 찾았다.”
그는 최근 발견한 금 조각 약 1g이 담긴 작은 병을 보여주며 이를 예로 들었다.
다른 금속 탐지자들은 공원에서 잃어버린 반지나 귀중품을 찾고 있다고 마리휴는 말했다.
금 부업
“그건 거기 있다. 사람들이 잃어버린 물건들은 여전히 거기 있다”고 마리휴는 말했다. “사람들은 반지를 잃어버리고 아이들은 목걸이를 잃어버린다.”
금값이 계속 오르면서 그는 금속 탐지기가 돈을 벌 수 있는 취미나 여가 활동으로 점점 더 많은 사람을 끌어들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마리휴는 “금값이 2200달러(약 319만 원)를 넘어서면서 사람들이 점점 더 많이 금 채굴을 위해 나가고 있다”며 “금값이 계속 오르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몬타노 회장은 디저트 골드 디거스 클럽이 약 35년 전 결성됐으며 소속 회원들이 묻힌 보물을 찾을 수 있도록 현재 19개의 채굴권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 자신은 “6년 전 시작했을 때부터 아직 배우고 있는 중”이라며 당시 사용했던 입문용 ‘개럿 250(Garrett 250)’ 모델을 언급했다.
애리조나주 투손 출신의 클럽 회원 호세 리자라가는 지난 2년 동안 금속 탐지를 해왔으며 이번 나들이에서 ‘마인랩 몬스터 1000(Minelab Monster 1000)’을 사용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전의 다른 금속 탐지 모험에서 금 조각을 발견한 것이 ‘초보자의 행운’이라 믿고 있다.
“그래서 작년 우리 기념일에 그 금 조각으로 목걸이를 만들었다”고 리자라가는 에포크타임스에 말했다. “그게 내 아내에게 준 기념일 선물이었다. 그녀는 그 목걸이를 정말 좋아한다.”

62세 밥 버게트는 위스콘신 출신으로 어린 시절부터 금 채굴과 금속 탐지를 시작했다.
현재 그는 다양한 금속 물체를 찾기 위해 마인랩의 금속 탐지기 6대를 보유하고 있다.
“이 지역에 누나와 여동생이 몇 명 있었다. 그래서 방문차 왔다 금 찾는 일에 빠지게 됐다”라고 버게트는 에포크타임스에 말했다.
“그들은 주로 화살촉에 관심 있었지만 난 그들과 같은 시간 동안 땅을 뒤지며 금을 찾으러 다녔다.”
그가 발견한 것 가운데 가장 값진 것 중 하나는 1886년 제작된 ‘시티드 리버티 실버 다임(Seated Liberty silver dime)’으로, 땅속 약 1피트(약 30cm) 깊이에 묻혀 있던 것을 찾았다. 시티드 리버티 실버 다임은 1837년부터 1891년까지 발행된 미국의 10센트 은으로 만든 동전이다. 앞면에 자유 상징 여신 리버티가 의자에 앉아 있는 모습이 그려져 있어 수집가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아이템이다.

이번 클럽 봄나들이 중 버게트는 1937년 제작된 인디언 헤드 니켈을 양질의 상태로 발견했다.
독립적인 동전 등급 서비스 NGC Coin은 이 니켈 동전 가격이 상태에 따라 50센트(약 725원)에서 20달러(약 2만9000원) 사이에 거래될 수 있다고 추정한다. 발행 결함이 있는 니켈은 더 높은 가격에 거래될 수 있다.
버게트는 시간이 지나면 이러한 발견이 금속 탐지기의 비용을 상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3월 22일 사용한 마인랩 금속 탐지기를 399달러(약 57만8550 원)에 구입했다고 했다.
“금을 찾으러 캘리포니아와 오리건까지 다녀왔다. 거기서 멋진 3g짜리 금 조각을 (팬닝으로) 찾았다”라고 그는 말했다.
“뭔가를 찾게 되면 팬에서 빛이 난다. 햇빛이 비칠 때 한층 더 빛난다. 그래서 그게 바로 금광 열풍을 일으킨다.”
*박경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