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미중 무역전쟁 재점화…“트럼프, 시진핑 가장 약한 시점에 승부수”

2025년 04월 07일 오후 3:00

시진핑, 내부 혼란·외부 압박에 트럼프 관세전쟁까지
“트럼프, WTO 체제에 종언… 중공 ‘세계의 공장 전략’도 끝나”

미국과 중국 공산당(중공)이 무역전쟁으로 다시 맞붙으면서 국제 정세가 술렁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34%에 달하는 대중 추가 관세를 전격 발표하자, 중공도 즉각 동일한 비율의 보복 관세로 맞불을 놓았다. 글로벌 증시는 급락했고, 원유 가격도 급격히 떨어지며 공급망 전반이 충격에 빠졌다.

이번 충돌은 단순한 경제 분쟁을 넘어 사실상 세계 질서를 놓고 벌이는 양대 세력의 정면 대결로 격화하고 있다.

트럼프는 내부 정비를 빠르게 마치고 중공과의 대결에 힘을 집중하는 모양새다. 대선 승리로 사법 리스크를 잠재우고, 집권 1기 때보다 충성도 높은 보좌관과 관료진을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여기에 공화당이 상하 양원을 장악하면서 의회의 뒷받침까지 확보했다.

시진핑은 안팎의 위험에 처해 있다. 내부적으로는 중공 군부와 당 조직을 둘러싼 권력 불안이 감지된다. 대외적으로는 유럽과 중남미에서 대중 견제가 확산 중이다.

“링 위에는 미국-중공뿐…관세전쟁의 본질은 전면전”

트럼프는 지난 4일 관세 정책을 발표하면서 “이것은 미국 제조업을 되살리기 위한 역사적 과업”이라며 “지금이야말로 부를 축적할 최고의 기회”라고 강조했다. 이는 단순한 관세 인상이 아니라 세계 경제 구조 자체를 재편하려는 장기 전략의 하나로 평가된다.

이날 중공은 미국산 제품에 대해 동일한 수준(34%)의 보복 관세를 발표하며 즉각 맞대응했다. 이를 두고 영국 BBC는 세 가지 시나리오를 예상했다. 하나는 발표 시점이 당일(금요일) 오후 6시라는 점에서 주말 연휴를 이용해 경제에 미칠 파장을 줄이려 했다는 것, 다른 하나는 정책이 막판에야 결정됐다는 것, 마지막은 중공이 협상 대신 싸움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BBC는 만약 중공이 세 번째 선택지를 고른 것이라면, “미국이나 중국 모두 지금은 양보를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무역전쟁이 더욱 심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로서는 세 번째 시나리오가 유력하다. 5일 트럼프는 중공의 보복 관세와 관련해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중국은 미국보다 훨씬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중국은 미국을 상대로 막대한 무역 흑자를 거둬왔다. 관세 장벽의 타격은 중국이 더 크게 받게 된다.

중공이 즉각 보복에 나선 것과 달리 유럽과 일본, 대만 등은 대응에 다소 시간차를 두는 모습이다.

유럽연합(EU)은 최대 28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수입품에 보복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오는 9일 표결에 부치기로 했지만, EU 내부에서는 목소리가 엇갈리고 있다. 프랑스는 대미 투자 중단을 포함한 강경 대응을 주장하지만,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아일랜드와 이탈리아 등은 소극적이다.

일본은 관망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일본은 미국에 가장 많이 투자하는 국가”라며 반응을 아꼈다. 대만은 880억 달러의 보조금 지급 계획을 발표하며 자국 경제에 미칠 충격을 완화하는 방식을 택했다. 한국도 탄핵 정국을 마무리 짓고 대응 방안을 마련 중이다.

트럼프 관세는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추후 각국과의 협상 여지를 남겨뒀다는 점에서 즉각 보복으로 반응한 중공의 정면 대결이 두드러진다. 즉, 미국과 중공이 링 위에서 맞붙고 전 세계가 객석에서 지켜보는 양상으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당 조직 및 군부 혼란상…시진핑, 권력 불안정 심화”

중화권 평론가들은 트럼프가 승부를 건 시점이 절묘하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우선 중공 내부 정세가 심상치 않다. 지난달 31일 열린 중공 정치국 회의 이후, 핵심 요직 인사가 대거 교체되면서 일각에선 권력 구조 전반에 균열이 생겼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지난 2일 중앙조직부 부장(장관)과 통일전선공작부(통전부) 부장의 맞바꾸기였다. 이날 중공은 중앙조직부 부장 리간제(李幹傑·60)를 통전부 부장으로, 통전부 부장 스타이펑(石泰峰·68)을 중앙조직부 부장으로 임명했다. 고위직 직책을 맞교환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중앙조직부는 인사행정을 관할하는 실세 조직이다. 시진핑은 이곳 수장에 측근인 리간제를 임명, 자신에게 충성스러운 인물들을 고위직으로 발탁하며 권력을 강화해 왔다. 그런데 이번 인사 조치로 올해 68세로 은퇴를 준비하던 스타이펑이 중앙조직부 부장으로 임명된 것이다. 사실상 리간제의 좌천으로 평가된다.

대만 정치평론가 훙야오난(洪耀南)은 “중앙조직부가 중공의 중심축에 속한다면 통전부는 주변부”라며 시진핑은 자신이 발탁한, 상대적으로 젊은 관료들의 무능에 불만을 품고 있고 따라서 옛 관료들을 다시 기용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군부 상황도 불안하다. 군 인사권을 쥐고 있던 정치공작부장 먀오화(苗華)가 낙마한 것으로 전해졌고, 군 서열 3위로 알려진 허웨이둥(何衛東)마저 숙청당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중공 당국은 루머를 부정하지 않아 사실상 시인했다는 분위기가 감돈다.

이처럼 정치권과 군부 양측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이상 기류가 감지되면서 시진핑의 권력 장악력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재미 평론가 탕칭(唐青)은 트럼프가 중공이 가장 혼란스러운 시점에 승부를 걸었다고 평가했다. 시진핑으로서는 경기에 집중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링 위에 불려 나왔다는 것이다.

트럼프, ‘원산지 세탁’도 차단…“中 경제 고통 커질 것”

중국의 대미 수출은 2024년 기준 5000억 달러(732조원)에 달했으며, 전체 수출의 약 16%를 차지하고 있다. 이번 관세 인상은 그 핵심을 정조준한 셈이다.

트럼프는 ‘원산지 세탁’으로 불리는 우회 수출도 원천 봉쇄했다. 과거에는 중국 기업들이 공장을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등으로 이전하면 미국의 대중 관세를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어디로 이전하든 관세를 내야 하며 누구도 피할 수 없게 됐다.

대만 금융전문가 셰진허는 중공을 제압하려면 세계 경제와 무역 질서 재편이 동반돼야 한다며 “세계무역기구(WTO) 체제는 사실상 종말을 고했다”고 평가했다.

WTO 체제에서 세계는 관세 장벽을 낮춰 교역을 활성화했고, 중공은 이를 이용해 낮은 인건비를 이용해 세계의 공장이 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전략도 유효기간이 끝나면서 중국 경제의 고통이 심화될 것이라고 셰진허는 전망했다.

또한 그는 중공이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양안경제협력기본협정(ECFA) 등 여러 경제공동체를 구축해 미국에 대항하려 했으나 트럼프 관세 앞에서 모두 무력해졌다고 지적했다.

달라진 ‘게임의 규칙’, 전 세계에 예고된 충격파

미국 시장을 주요 판매처로 삼던 값싼 중국산 제품들은 이제 갈 곳을 잃고 새로운 구매자를 찾고 있다. 이러한 제품들이 유럽, 중남미, 동남아 등 제3시장으로 쏟아질 경우 각국 제조업에 부정적 영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세계 각국도 ‘중국산 공습’ 대응에 착수했다. 영국은 중국산 굴삭기에 84% 고관세를 부과했고 EU는 중국 전기차에 대한 반덤핑 조사를 진행 중이다. 멕시코와 브라질, 캐나다도 중국산 철강과 알루미늄 및 화학 제품을 들여다보고 있다.

아시아 각국도 만만치 않은 상황을 마주하고 있다. 한국, 일본, 베트남 등의 수출기업들은 트럼프 관세 장벽에 대처해야 할 뿐만 아니라 ‘중국산 공습’의 부작용도 경계해야 한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 선 이들 국가들은 중대한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재미 중국평론가 탕칭은 “이번 관세 조치는 중공 체제의 구조적 한계를 부각시키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글로벌 시장의 눈은 지금 워싱턴과 베이징, 그리고 시시각각 요동치는 금융시장에 쏠려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