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전쟁 극적 장면 다룬 ‘가장 먼 계곡’…美 영웅적 순간 중 하나

해리 트루먼 미국 대통령이 한국전쟁을 ‘경찰 작전(police action)’이라 부른 것은 과소평가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본격적으로 개입하면 빠르게 끝날 운명이라 여긴 것이다. 1950년 6월과 7월 첫 주 미군은 준비되지 않고 수적 열세 속에서 한국에 도착했지만 9월과 10월에 접어들며 전세는 완전히 미국 측으로 기울었다. 몇 달 후 더글라스 맥아더 장군은 군인들이 ‘크리스마스 전 집에 돌아갈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한국전쟁은 3년 동안 계속됐고 그 기간 중 가장 잔혹한 전투와 강력한 군사력의 전시, 그리고 가장 극단적인 전투 환경이 펼쳐졌다.
군사 역사에서 가장 끔찍한 전투가 무엇인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을 것이다. 고대부터 중세, 세계 대전까지 꼽아볼 수 있는 수많은 전투가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1950년 11월과 12월, 한국전쟁 중 조신 저수지 철수과정에서 벌어진 전투보다 더 끔찍한 전투는 생각할 수 없다. 한국에서는 장진호(長津湖)로 부르는 그곳은 미군이 일본이 제작한 지도를 사용하다 보니 조신 저수지로 널리 알려지게 됐다.
아마도 여러분은 북한 북부 지역에서 벌어진 이 짧은 2주간의 격렬한 전투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을 것이다. 그 끔찍한 시간 동안 일어난 일을 말로 다 표현하기 불가능하지만 조셉 휠런은 내가 읽은 것 중 가장 가까운 설명을 해냈다. 그의 신간 ‘가장 먼 계곡: 조신 저수지의 중국 함정 탈출(The Farthest Valley: Escaping the Chinese Trap at the Chosin Reservoir)’은 여러분을 얼어붙은 지옥으로 빠져드는 미친 질주 속으로 끌어들일 것이다. 책을 다 읽고 나면 그 차가움과 불안 그리고 무겁고 우울한 감정을 떨쳐내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다. 적어도 내겐 그랬다.
전쟁의 시작
휠런은 예상치 못한 북한의 침략, 미국의 엉성한 대응, 인천 상륙작전, 서울 전투, 그리고 북한군이 38선 이북으로 철수하는 과정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 후 전쟁은 북한으로 계속 확전되며 미국과 유엔군이 너무 깊숙이 진격하면 중국이 개입할 것이란 암시가 담기게 된다. 그러나 당시 전장에서 멀리 떨어진 일본 도쿄에 주둔하고 있던 미군 고위 지휘부는 이러한 경고를 무시한다. 그리고 10월에서 11월로 넘어가며 전쟁은 겨울로 접어든다.
이야기가 한반도 북동부 해안으로 이동하면서 우리는 미 육군의 3사단과 7사단, 제1해병사단, 한국군, 그리고 비교적 작은 규모지만 용감한 영국 왕립해병 특공대와 함께 엑스 군단(X Corps)에 합류한다. 휠런의 책 대부분은 미군, 특히 제1해병사단 소속 군인들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엑스 군단의 지휘관은 네드 알몬드 장군이었다. 휠런의 책은 한국전쟁 역사학자들이 그에 대해 자주 언급한 점을 반복해 기술하고 있다. 알몬드 장군은 현장의 실상을 잘 파악하지 못한 지휘관으로 드러났다. 그가 전개되는 상황에 대해 충분히 정보를 얻지 못한 것이 아니라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알몬드 장군은 엄청난 자만심을 보였다. 이는 군 지도자에게 있어 가장 치명적인 결점이다. 그는 자신의 상관인 맥아더 장군과 마찬가지로 중국이 개입할 리 없다고 믿었거나, 만약 개입한다 해도 대규모로는 개입하진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 설사 대규모로 개입한다 해도 미군이 그들을 압도할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엑스 군단이 완전히 괴멸당하지 않은 이유는 제1해병사단의 지휘관인 올리버 P. 스미스 장군의 리더십 덕분으로 보인다. 그는 군사 정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고 자신이 바라는 대로 해석하지 않았다.
비극적인 이야기의 두 가지 측면
저자가 ‘한국에서 가장 외지고 고립되며 추운 지역’으로 묘사한 곳에서 벌어진 전투와 결단 끝에 이뤄진 철수는 리더십에 대한 교훈을 담고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장교, 군인, 해병, 의무병들의 이야기는 용기와 신뢰에 대한 교훈 자체다. ‘가장 먼 계곡’의 전체적인 이야기는 인간의 몸과 마음이 무엇을 견딜 수 있고, 무엇을 견딜 수 없는지에 대한 시연이다. 이는 인간의 정신력에 대한 증거이자 단절된 리더십과 자만이 초래할 수 있는 참화에 대한 증언이기도 하다. 또한 전쟁에서는 때때로 총알과 폭발을 피하는 것보다 혹독한 자연환경에서 살아남는 것이 더 어렵다는 사실에 대한 증언이기도 하다.
미국과 중국의 자료를 모두 참고한 휠런은 11월 말과 12월 초의 시간들을 지나며 한 치의 실수도 없이 이야기를 풀어간다. 극한의 한파가 몰아치며 기온이 급격히 영하로 떨어진 상황 속 반응들을 저자는 샅샅이 기록한다. 마치 적이 이미 전면 공격을 시작한 것처럼 미군은 한파로 인해 일시적으로라도 자신들의 위치에서 완전 붕괴된 상태였다. 15만 명에 달한 중국군이 결국 조신 저수지에 도달했을 때 생존을 위한 불안정한 상태가 촉발됐다. 이 상태는 단지 중국군의 폭격과 돌격을 견디는 것만을 의미한 것이 아니다. 최저 기온이 영하 20도에서 40도 사이로 떨어지는 혹독한 추위에서 살아남는 것을 의미했다. 총에 맞거나 폭발로 인해 죽는 것이 끊임없는 걱정거리가 됐으나 동상으로 손가락, 발가락, 발을 잃거나 얼어 죽을지도 모른다는 끊임없는 두려움도 존재했다.

휠런의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도쿄에 있던 미군 지도자들이 갑작스럽고 완전한 승리를 믿고 있었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러나 미군은 극한의 한파가 몰아쳤을 때 여전히 여름 장비를 착용하고 있었다. 마오쩌둥(毛澤東)이 이끄는 중국군 지휘부는 제1해병사단의 전멸이 매우 빠르게 이루어질 것으로 믿었다. 휠런은 중국군이 2~3일 분량의 군량만을 가지고 전투에 나섰다며 그들 또한 추위에 적합하지 않은 장비를 착용하고 있었고 일부는 불행히도 운동화만 신고 있었다고 전한다.
차이점들
미국 지도부의 상층부에서 실수가 있었던 것은 분명하지만 저자는 미국의 실수와 중국의 실수 사이에 존재하는 거대한 차이를 명확히 구분한다. 예를 들어 물류적으로 미국은 적절하고 필요한 장비를 빠르게 보급할 수 있었지만 중국은 그들이 가지고 있는 것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휠런은 중국군이 “얼어 죽어가고 있었으며 그들은 움직이지 않으면 죽을 수밖에 없었다”고 언급한다. 또한 휠런은 전투 중 중국군이 미군의 방어선을 넘어서면 전투를 멈추고 음식을 구하거나 더 따뜻한 옷을 찾으려 했다고 설명한다. 이로 인해 종종 총에 맞아 죽게 됐다.
이에 더해 미국과 중국의 전술 차이는 중국군이 미군의 화력에 대비하지 못했고 군인들을 거의 자살과 다름없는 방식으로 돌격하도록 강요했다는 점에서 두드러졌다. 11월 27일에서 28일 밤에 대해 저자는 중국군이 “정면 공격에 집착하며 숫자와 ‘전투 정신’이 우수한 화력을 압도할 것이라고 믿었다”고 묘사한다. 그 결과 중국군 1만 명이 사망했다. 휠런은 한 군인의 말을 인용하며 “엄청나게 많은 중국군이 쓰러졌지만 더 많은 중국군이 계속해서 밀려왔다. 마치 끝없는 파도가 해변에 밀려오는 듯한 느낌이었다”고 전한다.
실제로 미군은 네 방향에서 포위당했지만 그들의 장교들, 특히 제2차 세계대전 참전 경험이 있던 많은 이들이 비록 수적으로 불리한 상황에서도 적과 싸우고 살아남을 수 있는 최선의 위치를 유지하도록 했다. 압록강까지 진격하려던 맥아더와 알몬드 장군의 열망에도 불구하고 철수는 불가피해졌다.
휠런은 여러분들이 눈물을 흘릴만한 작품을 만들어냈다. 나 역시 눈물을 흘렸다. 그야말로 그 잔혹함으로 인해 숨을 멈추게 만드는 이야기다. 이 책은 군인들이 겪는 고통을 거의 혹은 전혀 고려되지 않은 규모로 되돌아보게 만들 것이다. ‘가장 먼 계곡’은 기존의 책들이 전하지 못한 수준으로 전쟁의 지옥을 포착한 작품이다.
‘잊혀진 전쟁’으로 알려진 이 전쟁에서, 1950년 마지막 추운 겨울 동안 한국에서 가장 추운 지역에서 보여준 영웅주의와 희생은 미국의 기억 속에 남아야 한다. 이는 끔찍한 도살 앞에서 보여준 비교할 수 없는 용기의 순간이었다. 휠런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언급했듯이 “비록 철수였지만 조신 저수지 전투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최악의 조건 속에서 고집스러운 용기, 결단력, 그리고 전투 효율성의 승리로 기억될 것이다.”

*책 정보*
제목: ‘가장 먼 계곡: 조신 저수지의 중국 함정 탈출(The Farthest Valley: Escaping the Chinese Trap at the Chosin Reservoir)’
저자: 조셉 휠런
출판사: 오스프리 퍼블리싱, 2024년 10월 22일
분량: 하드커버에 384 페이지
*글쓴이 소개*
더스틴 배스는 ‘아메리칸 테일즈(American Tales)’ 팟캐스트 제작자이자 진행자이며 역사 관련 팟캐스트 ‘더 선즈 오브 히스토리(The Sons of History)’의 공동 창립자다. 그는 에포크타임스에 두 건의 주간 연재를 쓰고 있으며 작가이기도 하다.
*박경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