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코로나 백신의 아버지’ 사형 선고 루머…꼬리 자르기 의혹

기업정보 플랫폼에서 첫 제기…언론에 보도되며 공론화
중국에서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주도했던 양샤오밍(楊曉明) 전 시노백 회장이 사형을 선고받았다는 루머가 지난달 말 중국 온라인에서 확산됐다.
양 전 회장이 ‘심각한 규율 위반(비리)’과 ‘공공 안전 위협’ 혐의로 처벌받았다는 소문이 돌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단순한 부패 사건이 아니라 코로나19 백신 부작용 문제를 덮기 위한 중국 공산당 지도부의 ‘꼬리 자르기’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28일 중국 포털 사이트 넷이즈(Netease·網易)는 “온라인에서 코로나19 백신 개발자 양샤오밍이 사형 선고를 받았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사실일까?”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해당 기사에 따르면, 양 전 회장은 지난 19일 중국 최고인민법원으로부터 뇌물 수수 및 공공 안전 위협 혐의로 재산 몰수형 및 사형 선고와 더불어 정치적 권리 박탈 판결을 받았다는 루머에 휩싸였다.
그러면서 소문의 출처로 나흘 전(24일) 아이치차(愛企查)에 게시된 글을 캡처한 이미지를 제시했다.
아이치차는 중국판 구글인 바이두(百度)가 운영하는 기업 정보 조회 플랫폼이다. 중국 기업의 등록 정보, 법적 대표, 주주 구성, 재무 상태 등을 제공하며, 중국 주식 투자자들이 기업 정보를 공유하는 공간으로도 활용된다.
넷이즈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 공고에 따르면, 양 전 회장은 2024년 4월 26일 전인대 대표직(제14기)에서 해임됐다. 이는 ‘심각한 규율 및 법률 위반 혐의’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다만, “올해 3월 27일까지 양 전 회장에게 사형이 선고됐다는 공식 발표는 없었다”며 해당 루머를 확인할 신뢰할 만한 출처는 없었다고 전했다.
해당 매체는 “사형 선고는 거짓 소문일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확실하게 가짜 뉴스라고 단정짓지는 않았다.
중국 공산당 당국 역시 이번 루머에 대해 침묵을 지키고 있다.

팩트: 양샤오밍, ‘국가 방역 영웅’에서 ‘부패 인사’로 전락
양샤오밍 전 시노백 회장이 지난해 4월 말 전인대 대표직에서 공식 해임된 사실은 신화통신 등 중국 관영 매체를 통해 보도됐다.
그러나 해임 사유인 ‘부패 혐의’의 구체적인 내용은 지금까지 공개된 바 없다.
이에 대해 싱가포르 최대 중국어 일간지 연합조보(聯合早報)는 “양샤오밍의 몰락은 마약 관련 사건 혹은 백신 연구 개발 문제와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 사건은 코로나19와 관련된 민감한 사안일 가능성이 크며, 당국이 세부 내용을 공개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양샤오밍은 중국 863 계획(국가 고급기술 연구 프로젝트)의 백신 분야 수석 과학자이자, 백신공학기술연구센터 소장으로 중국의 백신 개발을 이끌어왔다.
특히 2020년 초 전 세계가 코로나19 백신 개발 경쟁을 벌이던 시기, 그는 시노백 연구팀을 이끌며 중국 최초의 코로나19 백신(시노백 백신) 개발을 주도했다.
당시 중국 공산당은 그를 ‘국가 방역 영웅’, ‘방역 선구자’로 칭송하며 백신 접종소 곳곳에 그의 사진을 게시하는 등 코로나19 대응의 상징적인 인물로 내세웠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2023년 1월 전인대 대표(국민의회 의원 격)로 선출된 그는, 중국의 기득권층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이듬해 4월, 양샤오밍은 ‘심각한 규율 및 법률 위반’을 이유로 전인대 대표직이 박탈됐고, 이후 사형 선고 루머까지 퍼졌다.
불과 1년 만에, ‘국가를 구한 영웅’에서 ‘사형수’라는 낙인이 찍힌 것이다.

시노백, ‘물백신’ 논란으로 中 정권에 오히려 먹칠
일부 언론에 따르면, 양샤오밍에게 적용된 ‘부패 혐의’의 실체는 시노백 백신 연구 및 유통 과정에서 거액의 뇌물을 받은 혐의다.
또한 그는 불량(오염된) 원료로 백신이 제조된 사실을 알고도 묵인했으며, 이 때문에 ‘공공 안전 위협’ 혐의까지 적용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2021~2022년 중국에서는 시노백 백신 접종 후 심각한 부작용이 보고된 사례가 수백 건에 달하며, 이 중 수십 명이 사망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한 피해자 가족은 인터뷰에서 “아버지가 백신 접종 후 사흘간 고열이 지속되다가 사망했지만, 병원에서는 ‘기저질환 때문’이라고만 했다. 우리는 진실을 알 방법조차 없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뿐만 아니라, 시노백 백신은 전 세계 70여 개국에 수출되었으나, 필리핀·말레이시아 등 일부 국가에서는 효과 부족을 이유로 사용이 중단됐다.
태국은 시노백 1차 접종자들에게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2차 접종하도록 했다.
해외 언론은 “중국이 불량 백신을 유통해 인류의 생명을 담보로 장사를 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결국 양샤오밍이 사형 선고 루머에 휩싸이게 된 것은, 중국 공산당이 추진한 ‘백신 외교’를 불량 백신으로 망쳤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 내부에서도 “정부는 백신이 완벽하다고 홍보했지만, 실제로는 접종 후 감염자가 속출했고 부작용이 심각했다. 그런데도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다”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번 양샤오밍 사형 선고 루머가 책임을 회피하려는 중국 공산당의 여론 공작일 가능성까지도 점쳐지고 있다. 양샤오밍이 시노백 백신 개발을 주도하긴 했지만, 그의 결정은 모두 중국 정부의 명령 아래 이루어졌으며, 백신의 신속 개발을 위해 절차를 생략하라는 압박을 가한 것도 정부 자체였기 때문이다.
베이징의 한 정치 분석가는 “양샤오밍의 사형 선고 루머는 정치적 의미가 크다. 이는 중국 공산당 내부의 파벌 갈등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시노백 백신을 둘러싼 막대한 자금과 이권 다툼에서 밀린 측이 책임을 뒤집어쓰고 사라지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