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당국, 中 공산당 대리인 활동한 중식당 업주 체포

작년 4월 유죄판결 후 보호감찰 기간 중 다시 붙잡혀
당국 “합법적 입국 조건 위반”…자세한 이유 비공개
미국 뉴저지주의 한 유명 중식당 업주가 이민세관단속국(ICE)에 체포됐다. 중국 국적의 이 업주는 불법적으로 중국 공산당 정권의 대리인 역할을 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바 있다.
이민세관단속국은 지난 24일 뉴저지 스킬먼(Skillman)시의 복합쇼핑몰 몽고메리센터에 위치한 중식당 ‘야야 누들(YaYa Noodle)’의 업주 장밍시(張明熙)를 체포해 구금 중이라고 28일(현지 시각) 밝혔다.
중국 국적자인 장 씨는 4년 전 연방 정부에 알리지 않고 외국 정부 대리인으로 활동한 혐의로 작년 4월 말 유죄 판결을 받고 3년의 보호관찰을 선고받은 상태였다.
연방 당국은 그가 2000년 6월 미국 로스앤젤레스 공항을 통해 입국했으나 “합법적 입국 조건을 위반한 사실을 적발했다”며 이번 체포 이유를 밝혔다. 다만, 더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미국은 ‘외국대리인등록법(FARA)’에 따라, 국내에서 외국 정부의 이익을 위해 활동하는 모든 단체와 개인이 법무부에 ‘외국 대리인’으로 등록하고 정기적으로 활동 내역 등을 신고하도록 하고 있다.
장 씨는 앞서 지난해 4월 말 ‘FARA’ 위반 혐의로 유죄가 인정됐으며, 법원으로부터 징역형 대신 1만 달러의 벌금과 3년의 보호관찰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이후 추가적인 범죄 혐의가 드러나면서 다시 체포됐다.
현지 지역사회에서는 아시아계 이민자 권익을 위해 활동하던 장 씨가 사실은 정체를 감춘 중국 공산당의 하수인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중국계 커뮤니티에서는 장 씨의 강제 추방 여부에 대해서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장 씨는 뉴저지 스킬먼 지역사회에서 ‘스시 존(Sushi John)’이라는 별칭으로 나름의 인지도를 쌓아왔다. 2023년에는 자신의 음식점에서 몽고메리 경찰서 및 지역 상공회의소와 협력해 아시아계 기업을 대상으로 한 범죄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모임을 개최하며 지역 치안 개선에 기여하기도 했다.
중국 칭다오 출신인 장 씨는 미국으로 건너와 스시와 생선회 기술을 익힌 후 여러 식당에서 일하다가 2011년 자신의 식당을 개업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 씨의 사례는 2022년 한국에서 ‘중국 비밀경찰서’ 사건으로 논란이 됐던 중식당 ‘동방명주’ 업주 왕해군과 몇 가지 공통점을 지닌다.
왕 씨 역시 중식당을 거점으로 정보 수집을 하고 중국 국적자의 본국 송환을 돕거나, 한국 정치인과 언론인을 초청해 모임을 여는 등 통일전선 공작원으로 활동했다.
그러나 한국 당국은 미국의 ‘FARA’와 같은 법률이 없어 왕 씨를 ‘식품위생법’과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는 데 그쳤다. 감사원장 출신의 최재형 전 의원이 한국판 ‘외국대리인등록법’을 발의했으나, 일부 정치인과 법조 단체 등의 반대로 법안 제정에는 실패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법률 검토 의견서에서 “법안 취지는 이해하지만, 용어의 정의나 범위가 모호하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반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