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내부 회의서 ‘은퇴 대책’ 언급…中 정국 변동성 확대”

“시진핑, 갑작스러운 ‘은퇴 대책 마련’ 발언에 주변 침묵”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가 지난 17~18일, 이틀 일정으로 중국 남부 구이저우(貴州)성을 시찰하는 과정에서 ‘은퇴’와 ‘후계자’ 문제를 언급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는 지난 10년간 중국 지도부에서 권력 이양에 대한 공식적인 언급이 없었던 점을 고려할 때, 상당히 이례적인 발언으로 해석된다.
지난 23일 해외에 근거를 둔 중국어 매체 칸중궈(看中国)는 ‘중국 공산당 체제 내 소식통’을 인용해 구이저우를 방문한 시진핑이 한 내부 회의에서 ‘건강 문제로 인해 은퇴하더라도, 당 중앙위원회 지도력은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시진핑은 건강 이상설에 여러 차례 휘말렸지만, 자기 스스로 ‘건강 문제’와 ‘은퇴(가능성)’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에서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된다. 단지 회의 참석자들을 안심시키기 위한 발언으로 보기 어렵다는 게 중국 공산당의 영향을 받지 않는 해외 평론가들의 견해다.
해외의 중국 민주화 활동가인 왕쥔타오(王軍濤) 정치학 박사는 위성채널 NTD 시사 교양프로그램 ‘전문가 포럼’에 출연해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시진핑이 이런 발언을 할 이유가 없다”며 두 가지 가능성을 제시했다.
우선, 실제로 건강에 문제가 있어 미리 대비책을 마련한 경우다. 시진핑은 권력 유지에 철저한 인물로 건강 이상설이 사실이라면 내부적으로 후계 구도를 정리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전까지 후계자 준비를 공식화한 바 없어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왕쥔타오 박사는 평가했다.
그 반대의 가능성도 있다. 권력 내부의 반대 세력을 색출하기 위해 ‘미끼’로 은퇴설을 흘렸을 가능성이다. 은퇴 분위기를 조성한 후, 후계자로 부각한 인물을 찾아내 제거하는 것이다. 이는 마오쩌둥(毛澤東)이 과거 정적을 숙청할 때 사용했던 방식과 유사하다.
왕쥔타오 박사는 “독재자는 자신의 주변 사람들에 대해 의심하는 경향이 있다”며 “마오쩌둥이 린뱌오(林彪)나 펑더화이(彭德懷) 등 자신의 측근을 ‘반당 집단’으로 조작해 숙청한 것처럼 시진핑도 대규모 숙청을 준비하고 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 난징 출신인 왕쥔타오는 중국 명문대인 베이징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건너와 하버드 대학 케네디 행정대학원에서 행정학 석사, 컬럼비아대 정치학과에서 비교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미국에서 중국 민주당 전국위원회를 설립, 공동 의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정권 교체 징조? 하늘에선 행성정렬, 땅에선 대나무 개화
독립 평론가 리쥔(李軍)은 시진핑이 최근 행보에서 은퇴 가능성을 은연중에 암시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리쥔은 “시진핑이 최근 구이저우와 윈난성을 연이어 방문했을 때 염색을 하지 않은 흰 머리로 시민들과 만났다”며 “시진핑은 산업단지나 주요 기관은 거의 방문하지 않고 소수민족 마을이나 리장 고성 등 관광지 위주로 돌아다녔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일정을 볼 때, 머리 염색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바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의도적으로 노쇠한 모습을 보인 것이라고 보는 편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리쥔은 시진핑은 쇠약해진 모습을 보여 반대 세력을 ‘굴 밖으로 나오게 하려는 전략’을 전개하는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러한 전략을 구사한 시점이 ‘징조’를 중요하게 보는 중국 공산당과 중국 사회의 특유의 분위기와 맞아떨어진다고 주장했다. 중국에서는 최근 두 가지 특이한 자연 현상이 화제가 됐기 때문이다.
하나는 지난 2월 27일 밤 나타난 ‘행성 정렬’이다. 화성, 목성, 천왕성, 금성, 해왕성, 수성, 토성 등 태양계의 7개 행성이 일렬로 정렬했다.
전 세계적으로 목격할 수 있는 현상이었지만, 특히 중화권에서는 태양계 7개 행성의 정렬을 ‘칠성연주(七星連珠)’라고 부르며 상당한 의미를 부여한다.
리쥔은 “칠성연주가 꼭 나쁜 징조인 것만은 아니다”라면서도 “‘사기(史記)’에서는 칠성연주를 왕조의 교체, 전쟁 혹은 대규모 변혁을 예고하는 징조로 여겼다”고 말했다.
다른 하나는 대규모 대나무 개화 현상이다.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최근 중국에서는 쓰촨, 청두, 후난, 후베이, 장쑤성 등지에서 대나무가 집단으로 개화하는 일이 목격됐다.
리쥔은 “중국 민간에서는 대나무 개화 현상을 불길한 징조로 해석한다”고 말했다. 대나무는 일반적으로 꽃을 피우지 않으며, 짧게는 30년 혹은 길게는 100년에 한 번 꽃을 피운다. 이렇게 꽃을 피운 대나무는 서서히 말라 죽는데, 경우에 따라서는 집단 개화 후 집단 고사하기도 한다.
집단 고사 후에는 씨앗을 남기고, 이 씨앗이 퍼져 새로운 대나무들이 자란다. 즉, 대나무의 집단 개화는 중국 민간에서 ‘오래된 것은 죽어서 떠나가고, 새로운 것이 찾아온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져 왔다.
리쥔은 특별한 목표 없이 휴가에 가까웠던 시진핑의 구이저우·윈난성 시찰이 일부러 약해진 모습을 보여 반대 세력의 움직임을 유도한 승부수일 수 있다고 풀이했다.
시진핑, 측근에 권력 맡기고도 못 믿어…고립 심화
에포크타임스 중문판 주필인 스산(石山)은 “1976년 쓰촨성에 대나무 집단 개화 현상이 발생하자 ‘왕조(정권)가 바뀐다’는 소문이 파다했고, 이 때문에 학교에서는 ‘정치적 의도가 담긴 유언비어’라며 사상 단속에 나섰다”고 말했다.
스산은 “결국 그해에 마오쩌둥이 사망하면서 중국 문명에 들이닥친 대재앙이었던 문화대혁명도 종료됐다”며 대나무 집단 개화 현상이 단순한 자연 현상일 수도 있으나, 중국의 문화적 맥락에서는 여론에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왕쥔타오 박사는 시진핑이 권력을 독점할수록 고립되는 형세에 빠져 있어, 중국의 정치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시진핑은 내부적으로는 경제 침체, 외부적으로는 국제 사회의 압박이라는 이중고에 처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리창(李强) 총리에게 경제를, 왕이 외교부장에게 외교를 일임하면서 권력을 분산했지만 실제로는 모두 완전히 믿지 못해 자기가 챙겨야 하는 상황”이라며 “군대마저도 믿고 안심할 수 없는 처지”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