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서 “무력침공은 정당” 여론 퍼뜨리던 왕훙, 中 귀국 후 ‘호송’

중국 출신 왕훙(網紅·인터넷 유명인) ‘야야'(본명 류전야·劉振亞)가 대만에서 자진 출국해 중국으로 귀국한 후, 정체불명의 검은 옷차림 남성들에게 호송되는 모습이 포착돼 논란이 일고 있다.
일각에서 이 남성들이 ‘중국 공산당 국가안전부 요원으로 보인다’는 추측이 제기되면서, 평범한 결혼이주여성을 자처했던 야야가 실제로는 통일전선공작 조직원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는 최근 중국 공산당 간첩들의 트렌드를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예전의 비밀스럽고 위험한 임무를 지닌 ‘엘리트 요원’이 아니라, 활발한 사회활동을 벌이고 자신의 일상을 공개하는 ‘친근한 이웃’으로 접근한다는 것이다.
대만 이민당국에 의해 출국 명령을 받은 야야는 지난 25일 대만 타이베이 쑹산 공항을 출발해 같은 날 오후 중국 푸젠성 푸저우의 창러 공항에 도착했다.
야야가 귀국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에는 그녀가 공항 세관을 통과하자마자 여러 명의 ‘검은 옷’ 남성들이 나타나 곧바로 그녀를 호송하는 장면이 담겼다.
출국장 들어서자, 기다렸다는 듯 검은 옷 입은 남성들이 ‘호위’
이들은 마치 사전에 약속이라도 한 듯, 아무 말 없이 적당한 거리를 두고 야야의 앞뒤 좌우를 보호하듯 둘러싸고 이동했다.
해당 남성들의 조직적인 움직임을 본 중화권 네티즌들은 “국가안전부(국안) 요원 아니냐”, “보행 자세만 봐도 국안 특경대 같다”, “일반인은 이런 대우 못 받는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그들의 정체를 의심했다.
3月25日晚,亞亞回中國機場遭「神秘黑衣人」帶走。 pic.twitter.com/WLIAtr7ebq
— ying tang (@yingtan04410735) March 26, 2025
인터넷 인플루언서? “체제 내 인물 의혹”
영상으로 논란이 일면서 그녀의 과거 행적도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소셜미디어 엑스(X·구 트위터)에서는 그녀가 과거 중국 공산당 통일전선공작부(통전부)와 연관이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 이용자는 그녀가 ‘헤이룽장성(黑龍江省) 룽타이(龍臺) 문화교류 고문’과 ‘헤이룽장성 양안(兩岸) 청년교류 대사’ 직함을 가지고 있었다며, 이는 단순한 민간 교류 활동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중국 공산당은 통전부를 통해 ‘문화 교류’라는 명목 아래 해외 국가들에 대한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해 왔다. 각국에서 설립되는 ‘우호협회’ , ‘교류단체’ 등은 친중공 세력을 만들기 위한 채널로 활용된다.
야야의 이러한 직함 역시 그녀가 단순한 인터넷 왕훙이 아니라 공산당의 대만 관련 전략과 연관된 인물임을 시사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대만인의 아내’ 타이틀 이용해, 친중공 여론 확산 시도
야야는 유튜브와 중국 SNS 플랫폼을 통해 “대만은 중국의 한 부분이며, 무력 통일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왔다.
결국 몇몇 대만인들이 ‘표현의 자유를 악용해 전쟁을 선동하고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며 그녀를 신고했고, 조사에 착수한 대만 이민당국은 지난 11일 그녀의 체류 허가를 취소하고 5년간 재신청을 금지했다.
야야는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나 대만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법원은 “야야는 대만 국적을 보유하지 않았으며, 그녀의 발언은 명백한 전쟁 선동 행위”라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그녀는 3월 25일까지 대만을 떠나라는 최후 통첩을 받았고, 마지막 날 중국행 비행기에 탑승했는데 중국 공항에 내리자마자 호위를 받으며 어디론가 이동한 것이다.
대만 내정부(내무부) 장관 류스팡(劉世芳)은 25일 기자회견에서 “야야는 단순한 중국 출신 대만 거주자가 아니라, 법률전·여론전·심리전까지 구사하는 인물”이라며 “그녀의 존재 자체가 중국의 ‘인지전(認知戰, Cognitive Warfare)’의 일환”이라고 강조했다.
인지전은 적국의 지도부나 국민에게 가짜 정보를 주거나 혼선을 일으켜, 잘못된 판단을 내리게 하는 전략 또는 그러한 전략에 따른 실제 행동을 가리킨다. 심리전을 포괄하는 개념이며, 현대전의 핵심 분야로 꼽힌다. 중국 공산당은 전 세계를 상대로 인지전을 펴고 있다.
류 장관은 “대만이 중국 공산당의 주권 침해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개인적인 감정에 휘둘릴 수 없다”며 “야야 사례는 향후 유사 사례 방지를 위한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