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美 관세 충격 본격화…中 수출기업들, 생존위기 속 동남아行

2025년 03월 27일 오후 4:40

미국 의존도 높은 기업들 직격탄…“베트남, 주문 폭증”

미국의 20% 대중(對中) 관세 인상으로 중국의 수출 기업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주문량이 급감하고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기업들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이전 조 바이든 행정부 때는 위안화 환율과 비용 절감으로 버티던 일부 업체들도 생사 기로에 놓이자, 동남아로 생산 거점을 이전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현지 언론 ‘계면(界面)신문’에 따르면, 미국의 추가 관세 부과가 현실화되면서 중국의 수출 기업들은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광둥성의 한 식품업체 관계자는 “북미 시장 주문이 크게 줄어들면서 수익이 전년 대비 40% 이상 감소했다”고 말했다. 이 업체는 미국 월마트에 납품하는 공급망의 일원으로, 국내 시장에서 대체 고객을 찾는 것 외에는 뚜렷한 대응책이 없지만 중국 내수 위축으로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미국 대형 유통업체인 월마트와 코스트코는 중국 공급업체들에 가격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주방용품과 의류 공급업체들은 관세 부담을 상쇄하기 위해 제품 가격을 10% 이상 낮출 것을 강요받고 있다.

한 블루투스 이어폰 수출업체는 “미국의 신규 관세 부과로 제품 원가가 34% 상승했는데 미국 바이어들은 15% 가격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며 엎친 데 덮친 상황에 처한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 기업은 주문량은 관세 정책 발표 후 반토막이 나면서, 컨테이너 1대분 수출에 따른 영업이익이 18만 위안(약 3200만 원) 감소했다.

‘박리다매’ 제조업체들, 관세 장벽에 수익성 한계

중국 제조업의 평균 수익률이 3~5% 수준인 가운데, 20%의 고율 관세는 기업들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2024년 가구업계의 영업이익률은 5.3%, 의류업계는 4.91%에 그쳤다. 그나마 상황이 나쁘지 않았던 자동차 업계도 영업이익률이 전년 대비 8% 감소하며 4.3%로 주저앉았다. 기계·공구 업계의 영업이익률 역시 평균 2.6%로 하락세를 보였다.

이처럼 가구, 의류, 자동차 등 미국 시장 의존도가 높은 산업군의 피해가 집중되면서 일부 업체들은 대미(對美) 수출을 포기하는 방안까지 고려하고 있다.

관세 부담을 견디기 어려운 기업들은 동남아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 중국 LED 조명업체 관계자는 “최근 동남아를 방문했는데, 그곳 공장들은 주문량이 너무 많아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라며 “다만 생산 효율이 중국보다 낮아 고민”이라고 밝혔다.

베트남 기획투자부 자료에 따르면 2024년 7월까지 중국 기업들은 베트남 19개 산업에 투자했으며, 기술 가공 및 제조업 분야의 투자액이 227억 달러(약 30조 원)로 가장 컸다.

기업들 “마땅한 대응책 없어…주문 끊겨 폐업 위기”

외국으로의 생산시설 이전을 모색하는 기업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대다수 영세 규모 기업들은 관세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폐업 위기에 몰리고 있다.

장쑤성의 한 가구업체 대표는 “20% 관세는 모든 수익을 앗아갈 뿐만 아니라 추가적인 비용 부담까지 발생시킨다”며 “베트남으로 공장을 이전하려면 설비 이전과 인력 교육에 최소 500만 위안(약 9억 원)이 필요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 중형 전자부품 공장 관계자는 “고객이 관세 부담을 반반씩 나누자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현재로서는 국내 주문으로 버틸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대미 수출 업체들의 경영 불안이 커지는 가운데, 일부 업체들은 생산 중단과 조업 단축을 고려하고 있다.

한 의류업체 관계자는 “우리는 매달 1~2만 벌씩 미국으로 수출했지만, 현재 주문이 중단됐다”며 “고객사들이 관세 문제로 선적을 보류하고 있어 공장에서 제품을 쌓아둔 채 대기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중국 내 SNS 플랫폼인 ‘더우인(抖音, 틱톡 중국판)’에서는 “올해는 공장이 문을 닫지 않는 것만으로도 성공한 것”이라는 자조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미국의 대중국 추가 관세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4월 이후, 중국 제조업체들의 위기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