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피해 속 고통받는 주민들…대피 장기화로 단전·단수 등 불편

지난 22일 경북 의성에서 시작된 산불이 엿새째 경북 북동부 지역으로 확산하며 주민들의 일상이 무너지고 있다.
집과 생활 터전을 잃은 이재민들은 장기간 대피 생활을 이어가고 있고, 불길이 비껴간 지역 주민들조차 끊임없는 대피 안내 문자에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짙은 연무와 단전, 단수, 교통 통제 등으로 일상생활은 마비된 상태다.
안동에서는 산불로 인해 가압장 전기 공급이 중단돼 일직면, 남선면, 길안면 등 여러 지역에서 이틀째 수돗물 공급이 중단되고 있다. 시는 비상 급수와 병물을 지원하고 있으나, 일상생활을 유지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일직면 등 2487가구가 정전 피해를 입었으며, 이 중 177가구는 아직 복구 작업이 진행 중이다.
영덕에서도 청송군 신촌면에서 시작된 산불이 지품면 황장리로 넘어와 강풍을 타고 해안까지 확산하면서 단전과 단수가 속출했다. 지품 정수장이 불에 타고 영덕 정수장 전기가 끊겨 달산면 전 지역과 지품면 일부 등에서 수돗물 공급이 중단된 상태다. 변전소 정지로 인해 관내 전 지역에 전기 공급이 끊겼다가 대부분 복구됐으나, 지품면 등 피해가 심한 지역에서는 아직 복구가 완료되지 않았다.
도로 통제와 해제가 반복되면서 주민들의 이동도 제한되고 있다. 서산영덕고속도로 동상주 나들목부터 영덕 나들목 구간 양방향과 중앙고속도로 의성 나들목부터 풍기 나들목 구간 양방향 통제가 유지되고 있다. 또 안동 임동면 마령리에서 영양 입암면 산해리로 연결되는 도로와 안동 길안면 천지리에서 배방리로 이어지는 지방도 등 여러 구간에서 차량 통행이 제한되고 있다.
이처럼 산불 피해 주민들은 삶의 터전을 잃고 불편한 대피소 생활을 이어가며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다. 이번 산불로 경북도 내에서 3만 3000여 명이 대피했고, 이 중 1만 5400여 명은 아직 귀가하지 못하고 있다. 주택 2448채와 공장 등 건축물 2572개소가 피해를 본 것으로 집계됐다. 이재민들은 언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막막해하며, 불에 탄 집을 생각하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대피소 생활이 장기화하면서 임시 주거시설 확보도 시급한 상황이다.
시민들은 끊임없이 울리는 재난 문자에 긴장의 연속이며 어디로 대피해야 안전한지도 혼란스러워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산불로 인한 연무에 미세먼지까지 겹쳐 마스크를 착용해도 메케한 냄새로 인해 일상생활에 제약을 받고 있다.
이 속에서 이재민들을 위한 △임시 주거시설 마련 △단전·단수 지역의 복구 작업 가속화 △교통 통제 구간의 신속한 해제 등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실질적인 대책과 체계적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