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적이고 뛰어난 방식으로 로마 공화국의 마지막 몇 년을 재구성한 작품”
조시아 오스굿의 ‘법 없는 공화국’…로마의 가장 위대한 정치인 중 한 명인 키케로의 삶을 통해 로마의 몰락을 그린 전기이자 역사서

로마 공화국의 쇠퇴와 몰락은 지난 2,000년 동안 중요한 논의 주제였다. 그 몰락의 이유로 제시된 원인들은 그것을 지나온 세월만큼이나 많다. 고대 로마 관련한 주요 학자인 조시아 오스굿은 공화국이 제국으로 변모하게 된 주요 원인들—부패, 악습, 군국주의, 정치적 폭력 등을 제시한다. 하지만 그의 새로운 책이 매력적인 이유는 바로 그러한 이유들을 어떻게 제시하느냐에 있다.
‘법 없는 공화국: 키케로의 상승과 로마의 쇠퇴(Lawless Republic: The Rise of Cicero and the Decline of Rome)’란 제목과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로마 공화국의 마지막 몇십 년을 도시 국가의 가장 유명한 시민 중 한 명인 마르쿠스 툴리우스 키케로의 시각을 통해 독자에게 안내한다. 이는 그 마지막 몇 년을 기록하는 데 있어 아주 창의적인 방식이다.

오스굿은 로마의 ‘새로운 인간(novus homo)’을 제시하는데, 키케로는 귀족 가문 출신이 아니었다. 그의 가문 중 처음으로 집정관이 된 인물이다. 키케로는 변호사로서의 뛰어난 능력(검사와 변호사 역할 모두 수행)을 통해 정치적 삶의 최고 지위에 올랐다. 그의 웅변과 문학적 능력은 그를 로마 공화주의의 수호자로서 높은 자리에 올려놓았다.
그러나 그의 삶의 대부분 동안 이러한 능력들은 그를 표적이 되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그의 암살 후 로마는 그의 머리와 손이 로스트라(연설자들이 군중 앞에서 연설하던 플랫폼)에 걸린 모습을 보게 됐다.
키케로와 역사
‘법 없는 공화국’은 전기이자 역사서로서 훌륭한 작품이다. 오스굿은 이 두 가지를 깔끔하게 결합해 독자가 책을 끝내면서 키케로와 로마에 대해 훌륭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 저자는 키케로가 살인이나 사기와 같은 특정 사건들을 어떻게 처리했는지, 그의 조사와 의뢰인에 대한 헌신, 그리고 법정 절차와 배심원, 나아가 법 자체를 어떻게 조작했는지에 대한 그의 능력을 제시한다.
그의 초기 사건 중 하나이자 가장 유명한 사건이 폭력적인 도벽증 환자이자 시칠리아 총독인 가이우스 베레스의 기소다. 오스굿은 키케로가 법뿐만 아니라 로마의 문화와 축제에도 매우 익숙했음을 보여준다. 그는 베레스가 재판을 연기하거나 피하도록 하는 법적 함정을 피할 수 있었다. 개막 발언을 생략하기로 한 그의 결정은 (베레스를) 방어하는 측을 당황하게 했고, 이들은 결코 회복하지 못했다.
이 이야기와 그 세부 사항은 키케로의 정치적 환경에 대한 지식과 이해를 잘 보여준다. 또한 오스굿이 키케로의 개인사와 로마의 전체 역사를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방식은 그가 이 고대 시대에 대한 깊은 지식과 이해를 가지고 있음을 증명한다.
등불이 어두워지다
하지만 저자는 정부의 부정에서 이야기를 시작하지 않는다. 그는 독자를 더욱 흥미로운 악습인 살인으로 끌어들인다. 사실 살인은 키케로의 많은 사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며 ‘문화의 등불’로 여겨졌던 로마가 얼마나 부패하고 파괴적이었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또한 오스굿은 법정 자체가 얼마나 자주 부패와 파괴의 장소로 이용됐는지를 강조한다. 검찰이나 방어 측을 위한 지지자들(‘갱’이란 용어가 적합한)을 포함한 무리들이 도착해 때로는 상대측을 억누르거나 위협하기도 했다. 이는 로마가 얼마나 추락했는지를 잘 보여준다.
물론 중요한 사건 하나만 이길 수 있다면 공화국이 스스로를 바로잡을 수 있다는 희망이 항상 존재했다. 그중 하나인 ‘카틸리나 음모 사건’은 역사상 가장 중요한 순간의 하나로, 국내 정책에 관한 중요한 교훈을 제공하는 사건이다. 국가 전복을 꿈꾼 이 사건은 키케로가 집정관이었을 때 발생했다. 키케로가 집정관 선거에서 로마군단 지휘관 출신 루키우스 세르기우스 카틸리나를 물리치자 카틸리나는 국외 세력까지 끌어들여 반란을 획책했다. 이 사건은 키케로가 정치적으로 가장 빛나는 순간 중 하나로, 원로원(Senate)과 로마 전체를 수호한 그의 역할 덕분에 더욱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하지만 오스굿이 보여주듯 키케로의 법에 대한 사랑은 실용주의와 대비된다. 저자가 더 자세히 설명하듯이 이는 결국 키케로에게 되돌아와 그를 괴롭히게 된다. 궁극적으로, 이것이 바로 키케로의 개인적인 상승과 도시 국가의 급격한 몰락이란 두 가지 평행적 서사의 핵심이다. 모든 것이 결국 되돌아와 그를 괴롭혔다는 점에서 말이다.
국가가 부패와 폭력에 굴복하면 결국 그 두 악습이 국가의 멸망을 초래하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이는 키케로와 같은 좋은 사람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 피할 수 없는 일임을 증명한다.
키케로와 로마 정의하기
그렇다면 키케로는 좋은 사람이었을까? 이것은 오스굿이 독자에게 던지는 주요 질문 중 하나다. 더 나아가 로마는 좋은 나라였을까? 두 가지 모두 답이 복잡하다. 키케로가 정의를 추구하고 우정과 자유에 대해 거창한 연설을 했던 것으로 유명한 것처럼, 로마도 법과 정의의 전통, 전장에서의 영광스러운 성과 그리고 특히 미국인들에게는 국가 창립에 큰 영향을 미친 정부 형태로 널리 알려져 있다.
하지만 같은 맥락에서 키케로는 일반 대중의 자유보다는 부유하고 권력 있는 사람들의 자유에 더 관심이 있었던 것처럼 보인다. 때로는 진리를 추구하기보다 사건을 이기는 데 더 관심이 있었던 것 같다. 이는 악습은 아니지만 분명히 미덕도 아니다. 그는 자주 결정을 내리지 못해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기도 했다.
로마는 모든 영광에도 불구하고 국내외에서 유혈 사태를 통해 그 영광을 얻은 경우가 많았다. 로마의 정치 체제는 뇌물과 부패가 전염병처럼 퍼지게 했으며, 결국 군사 영웅들이 정치 지도자로 떠오르면서 군사력 숭배는 더 이상 지속할 수 없게 됐다. 이러한 이유들과 다른 많은 이유들로 인해 정의의 왜곡을 초래했다고 추정할 수 있다. 이는 어떤 형태의 정부도 오래 지속할 수 없는 증상이다. 결국 오스굿의 제목이 암시하듯 무법 상태로 귀결된다.
오스굿은 정말로 성공적인 작품을 썼다. 인간과 국가 사이의 평행선을 그리면서도 그 간결함은 공화국의 마지막 몇십 년 동안 내부 작용에 대한 통찰과 명확성을 제공한다. 더욱이 이 책은 매우 흥미로운 독서 경험을 선사한다. 오스굿은 다양한 특성과 결점이 있는 역사적 인물들을 재미있고 생동감 있게 제시하고 있다. 정말로, 이 책이 끝나는 순간이 아쉬웠다.
<책 소개>

제목: ‘법 없는 공화국: 키케로의 상승과 로마의 쇠퇴(Lawless Republic: The Rise of Cicero and the Decline of Rome)’
저자: 조시아 오스굿
출간: 베이직 북스(Basic Books), 2025년 1월 21일
형태: 하드커버 384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