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국가안전부, 한무제 ‘군국주의’ 평가 칼럼…“시진핑 우회 비판”

중국공산당(중공) 국가안전부가 군국주의를 비판하며 전쟁에 반대하는 평론을 발표해, 중요한 정치적 신호를 발신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이 글은 국가 안전(안보)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을 위한 지식 나눔 형태로 게재됐지만, 대만을 상대로 한 무력침공을 준비하는 중공 총서기 시진핑에 대한 우회적 비판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국가 안보를 책임지는 기관에서 시진핑의 대외 정책에 대한 반대 기류가 흐르고 있다는 의미로도 풀이됐다.
지난 15일 국가안전부는 공식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한(漢)나라 – 경제 흥망과 국가 안보의 교훈(漢朝: 經濟興衰與國家安全啓示錄)”이라는 제목의 논평을 발표했다.
이 계정은 국가 안보와 관련된 통지나 안내, 읽을거리를 제공해왔으며, 해당 글에서는 “한나라 초기의 정책이 국가 경제를 발전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글의 초점은 결론 부분에 있었다. 이 글에서는 “한무제(한나라의 7대 황제) 시기에 잦은 전쟁과 군비 지출이 경제 위축을 초래했다”며 “군사 활동을 지나치게 추구한 결과, 경제는 침체되고 사회는 쇠퇴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에는 “경제 안전이 국가 안보의 근본”이라고 밝히며, 경제 발전이 국가 번영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시진핑 총서기는 중공의 5세대 지도자다. 중공은 1.5세대 지도자였던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정책을 계기로 경제 성장을 가속화했으며, 후임 지도자들은 모두 덩샤오핑의 노선을 유지했다.
그러나 시진핑만은 국가 안보를 강조하며 경제적으로는 개혁개방을 축소하고 외국 기업에 대한 통제를 강화했고, 정치적으로는 덩샤오핑 이전 마오쩌둥 시절의 극좌적인 노선을 추구했다.
시진핑은 특히 군사적 측면에서 매우 높은 공격성을 드러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 윌리엄 번스는 지난 2022년 10월 미국 민주주의 기금 연례회의에서 ‘시진핑이 2027년까지 대만 침공 준비를 마치도록 군에 지시했다’고 밝힌 바 있다.
분석: 시진핑의 권력 약화, 정치적 신호로 해석
중공의 검열을 받지 않는 해외 전문가들은 국가안전부 논평이 우연히 나온 것은 아닐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미국에 거주하는 시사 분석가 천포쿵은 “이 칼럼은 시진핑을 겨냥하고 있다”며 “이런 칼럼이 게재될 수 있었다는 점은 중공 당내 권력 투쟁 양상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에 따르면, 국가안전부는 한나라의 정책과 한무제의 사례를 들어 군국주의의 위험성을 지적하고 전쟁 위협이 국가 안보에 미치는 악영향을 통해 군사적 확장주의를 추구하는 시진핑을 비판하고 있다는 것이다.
천포쿵은 “시진핑은 당초 군부를 철저히 통제하고 있었으나, 최근 여러 채널로 군 장악력이 떨어졌다는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며 “약해진 군 장악력이 정보기관 등으로 확산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역대 중공 지도자들은 강력한 군 장악력을 기반으로 권력을 유지해 왔다. 그런 만큼 새로 임기를 시작한 최고지도자가 군 지도부 인사를 자기 측근으로 갈아치우는 것은 권력 유지를 위한 당연한 수순이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중공 인민해방군에서는 군 2인자인 장유샤(張又俠) 군사위 부주석의 독자 행보가 두드러지면서, 동시에 시진핑이 직접 발탁한 군 장성들이 부패 혐의로 줄줄이 낙마하는 일이 벌어졌다.
장유샤 부주석은 시진핑의 측근으로 분류됐으나 리상푸 전 국방장관 해임 문제로 시진핑과 갈라선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군에서 서로 뒤를 봐주는 사이였는데 시진핑이 리상푸를 밀어내면서 자기 기반이 약해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중국 공산주의 체제에서 부패는 정계의 광범위한 현상이며, 정치인이나 군 고위 인사가 부패 혐의로 처벌을 받는 것은 단순히 범죄가 적발됐다기보다는 그가 속한 파벌이 권력 다툼에서 밀려나고 있음을 시사하는 일로 풀이된다.
인민해방군 내에는 방대한 규모만큼이나 여러 이권 관계로 얽힌 파벌들이 존재하는데, 시진핑의 군 개혁으로 파벌 갈등이 심화되면서 궁극적으로 시진핑에 대한 불만 여론이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