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시진핑, 파나마 운하 매각에 불만…트럼프 기세에 ‘말로만’ 비난

2025년 03월 21일 오전 11:28

홍콩기업 CK허치슨이 파나마운하 항만 자산을 매각하기로 발표하면서, 중국 공산당(중공)이 강하게 반발했지만 실질적으로 거래를 막을 방법은 없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파나마운하 운영권 회복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의지가 확고하기 때문이다.

지난 4일 CK허치슨은 파나마운하 항만 운영권 지분 90%를 포함해 전 세계 43개국 항구 자산을 미국 투자펀드 블랙록이 이끄는 컨소시엄에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총 매각 대금은 228억 달러(약 33조원)로 회사 시가총액보다 많은 금액이다.

CK허치슨을 소유한 리카싱 가문은 이번 거래로 높은 매각 차익을 거두게 됐다. 동시에 미국으로서는 미·중 무역 전쟁으로 인한 해운업 타격을 피할 수 있는 전략적 승리로 평가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도 중요한 정치적 승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거래는 아직 완전히 마무리된 것은 아니다. CK허치슨은 블랙록 컨소시엄을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하고 사전 협상에서 합의했으나 본 계약은 다음 달 2일 결정된다.

일부 언론은 시진핑이 이 거래 소식을 듣고 강하게 분노했으며 직접 조사 지시를 내렸다는 점에서 체결까지 난항을 겪을 수 있다고 전했지만, 거래가 방해를 받을 가능성은 낮다는 게 주요 분석가들의 견해다. 매각 대상 항만이 중국 본토와 홍콩 외 지역에 위치해 있어, 중국 정부가 이를 직접 제재하거나 저지할 방법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트럼프, 중공의 파나마 운하 영향력 확대에 강력한 경고

CK허치슨은 파나마 운하에 위치한 두 개의 항만을 운영하고 있다. 이 운하는 전 세계 해상 무역의 약 6%를 차지하는 물류 통로이자, 미국으로서는 군사적 요충지다. 파나마 정부는 1998년 CK허치슨에 항만 운영권을 부여했고, 2021년 이를 25년 연장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1월 취임 연설에서 중국이 파나마 운하를 운영하는 문제를 공개적으로 지적하며, 미국이 운하 통제권을 상실한 점과 높은 해운 비용에 대해 불만을 표출했다.

미국의 지속적인 압박 속에서, CK허치슨은 블랙록 컨소시엄에 23개국 43개 항만을 일괄 매각하기로 발표했다. 중국 본토와 홍콩만 제외했다.

이번 매각이 규제 당국의 승인을 받게 되면, 가장 큰 수혜자는 리카싱 가문과 산하 기업들이 될 전망이다.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에 따르면, 매각 발표 직후 리카싱의 자산은 13억 달러 증가하여 총 305억 달러에 달했다.

블랙록 컨소시엄과 거래를 주도한 골드만삭스 등 월가의 금융기관들은 막대한 수수료를 챙길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정부 역시 이번 매각을 미중 간 글로벌 영향력 경쟁에서 중요한 승리로 평가하고 있다. 파나마 운하는 미·중 패권 다툼의 상징적인 공간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모두가 윈-윈하는 가운데, 시진핑 총서기와 그가 이끄는 중국 공산당만이 유일한 패자로 남게 된다.

시진핑, 분노하긴 했지만…트럼프 막아서는 일에는 ‘신중’

월스트리트저널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시진핑 총서기는 리카싱이 사전 승인 없이 거래를 진행한 점에 불쾌감을 느꼈다고 전했다. 또한, 파나마 항만을 트럼프 행정부와의 협상 카드로 활용할 계획이었으나, 예상치 못한 매각 발표로 인해 전략에 차질이 생긴 것으로 봤다.

보도에 따르면, 시진핑은 패배자로 보이는 것을 극도로 꺼려하지만, 동시에 이 거래를 저지하기 위한 강력한 조치는 미·중 관계를 더욱 악화시킬 위험이 있음을 인지하고 있다.

중공은 현재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추가 관세 조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트럼프가 중요하게 여기는 파나마운하 항만 운영권 되찾기에 직접 개입했다가 더 큰 보복을 부를 수 있어 신중한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 대신 나선 것은 언론이었다. 친중공 성향의 홍콩 매체인 ‘대공보’는 리카싱을 정면 비판하며 “중국 국민에 대한 배신”이라고 규탄했다. 이 기사는 중국 국무원 홍콩·마카오 사무판공실 웹사이트에도 공유되며 공식적인 반발을 시사했다.

블룸버그와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과 상무부를 포함한 여러 정부 기관이 이번 매각을 검토하고 있으며, 가능한 제재 조치를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홍콩 행정장관 존 리 역시 “법과 규정에 따라 이번 거래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베이징은 이 거래를 막을 수 있을까?

거래의 다음 단계는 CK홀딩스와 블랙록 컨소시엄이 최종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다. 계약 마감 기한은 4월 2일로 예정돼 있으며, 이후 각국 규제 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블룸버그는 중국 정부가 이번 거래를 막을 실질적인 방법이 거의 없으며, 리카싱의 광범위한 글로벌 사업에 대해 보복할 수 있는 수단도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수십 년간 리카싱은 중국 시장에서의 사업 비중을 줄여왔으며, 현재 CK홀딩스의 매출 중 중국 본토와 홍콩이 차지하는 비율은 12%에 불과하다. 이는 중공이 리카싱에게 불만을 가지는 또 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중공 관영 매체들의 비판이 쏟아진 이후, CK홀딩스의 주가는 급락했다. 이는 투자자들의 불안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CK홀딩스의 수익 기반 상당수가 해외로 이전되기는 했지만, 중공의 영향을 받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CK홀딩스는 지난 3월 18일, 올해 실적 발표 기자회견과 애널리스트 브리핑을 개최하지 않겠다고 밝혔으며, 산하 기업도 같은 조치를 취했다.

일부 시장 전문가들은 “홍콩 대형 상장사가 실적 관련 공식 행사를 전면 취소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며, 이번 결정이 항만 매각을 둘러싼 논란과 연관이 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