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스 배럿 브라우닝, ‘소네트 14’

사랑은 특정한 특징이나 매력적인 특성 이상을 의미하는 것이다. 빅토리아 시대의 영국 여성시인 엘리자베스 바렛 브라우닝은 ‘소네트 14(Sonnet 14)’에서 그렇게 말하고 있다.
만약 나를 사랑해야 한다면, 그 이유는 오직
사랑 그 자체 때문이어야 해요.
그녀의 미소나, 표정, 부드러운 말투로
사랑한다고 말하지 말아요, 그저 생각의 습관으로
내 마음과 잘 맞는, 그 날에 편안함을 준
모든 것들 때문에 사랑하지 마세요.
사랑하는 이여, 그 모든 것들은
변할 수 있거나, 당신에게 맞게 변할 수 있느니,
그리하여 사랑도 변할 수 있겠지요.
당신 사랑의 연민으로 내 눈물을 닦아 주지 마세요.
오랫동안 당신 위로를 받은 이가
눈물을 잊고, 그로 인해 당신의 사랑을 잃을 수도 있을 테지요!
그러므로 사랑해요, 사랑 그 자체를 위해,
사랑의 영원 속에서 언제까지나 사랑할 수 있도록.
(If thou must love me, let it be for nought
Except for love’s sake only. Do not say,
I love her for her smile—her look—her way
Of speaking gently,—for a trick of thought
That falls in well with mine, and certes brought
A sense of pleasant ease on such a day”—
For these things in themselves, Belovèd, may
Be changed, or change for thee—and love, so wrought,
May be unwrought so. Neither love me for
Thine own dear pity’s wiping my cheeks dry:
A creature might forget to weep, who bore
Thy comfort long, and lose thy love thereby!
But love me for love’s sake, that evermore
Thou mayst love on, through love’s eternity.)
엘리자베스 배럿 브라우닝은 40세의 나이로 6세 연하 시인인 로버트 브라우닝과 결혼했다. 그녀는 젊음이나 특별한 미모를 지니지 않았고 몸도 연약했지만 두 사람은 편지를 통해 서로 마음을 나누며 교감하게 됐다. 모든 것은 로버트가 그녀의 시에 대한 감탄을 표현하며 시작됐다.

엘리자베스는 이 결혼에 대해 많은 우려를 품고 있었다. 그녀는 너무 빨리 싹튼 사랑이라 빨리 시들어버릴 것이 아닌지 걱정했고 두 사람 간 나이 차이가 장애물이 될 것으로 여겼으며, 로버트의 애정이 단지 동정심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른다고 염려했다.
엘리자베스는 로버트의 변함없는 사랑을 통해 자신의 가치 없음에 대한 감정을 떨쳐버릴 수 있었다. 그녀는 편지 중 하나에 이렇게 썼다. “나는 당신의 사랑을 너무 사랑합니다. 그것이야말로, 나의 사랑에서 내가 당신에게서 찾을 수 있는 가장 큰 잘못입니다.” 그들의 이야기는 문학 역사상 가장 유명한 로맨스 중 하나로 남게 됐다.
로버트와의 구애 기간 중 엘리자베스가 처음 가졌던 우려들 가운데 많은 부분이 ‘Sonnets from the Portuguese(포르투갈의 소네트)’에서 ‘소네트 14’에 표현된 것들과 같다. ‘작은 노래’란 의미를 지닌 소네트는 특정한 구조를 가진 14줄의 시를 말한다. 1850년 출판된 ‘포르투갈의 소네트’는 44개의 사랑의 소네트로 구성된 시집이다(그중 가장 유명한 소네트는 ‘내가 당신을 어떻게 사랑하는지, 그 방법을 세어 보겠습니다’로 시작한다).

‘소네트 14’
어떤 의미에서 ‘소네트 14’는 로맨틱한 시로 가장된 고귀한 요구이기도 하다. 결국 그것은 영원한 애정을 요구하는 것으로 화자는 영원한 사랑이 아니면 아예 사랑을 원치 않는다고 선언하는 것이다.
이 시는 모순된 어법과 과장된 비유를 사용하는, ‘페트라르카식(Petrarchan)’으로도 불리는 이탈리아식 소네트로 쓰였으며(운율 구조는 ABBA ABBA CDCDCD로, 8행과 6행으로 구성된다) 네 가지 명령문으로 이루어져 있다. 두 가지 부정적 명령과 두 가지 긍정적 명령이 그것이다.
같은 명령이 시의 시작과 끝을 장식한다. ‘사랑은 오직 사랑 그 자체를 위해서만(Love for love’s sake only)’이 이 시의 핵심 명령 구절이다. 이 시 속에 ‘will’이나 ‘shall’ 대신 한층 강력한 ‘must’란 단어를 사용한 것은 필연성을 나타낸다. 즉 사랑하는 이의 사랑은 영원해야만 할 뿐 아니라 그것은 욕망이 아닌 필요에서 비롯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 명령이 두 번째로 등장하는 시의 마지막 부분에 그 이유가 제시된다. “그러나 나를 사랑하라, 사랑 그 자체를 위해,/ 그리하여 네가 사랑의 영원 속에서 언제까지나 사랑할 수 있도록(But love me for love’s sake, that evermore/ Thou mayst love on, through love’s eternity).”
역설적으로 화자는 사랑의 대상이 그녀 자신이 아니라 사랑 그 자체가 되기를 요청한다. 이처럼 간접적인 방식으로 사랑은 강화되고 가장 높은 형태에 이르게 된다.
두 가지 부정적인 명령 중 첫 번째 명령은 마치 사랑하는 이가 외적인 것들(예를 들어 외모)보다는 사람의 본질을 사랑해야 한다고 금하는 듯 시작된다. 브라우닝은 ‘그녀의 미소나, 그녀의 눈빛, 그녀가 부드럽게 말하는 방식으로/그녀를 사랑한다고 말하지 말라(Do not say/ ‘I love her for her smile—her look—her way/Of speaking gently)’고 썼다. 이 구절은 독자들로 하여금 시가 그녀 성격의 본질을 사랑하라고 권유하는 것처럼 생각하게 만든다.
하지만 화자는 사랑하는 이가 그녀의 마음조차 사랑하는 것을 금지한다.
‘그 생각의 한 가지 습관이/내 생각과 잘 맞아떨어져서,/그런 하루에 기분 좋은 편안함을 가져왔을 때(For a trick of thought/That falls in well with mine, and certes brought/ A sense of pleasant ease on such a day).’ 이러한 모든 특성, 본질과 외적인 것들 모두 변할 수 있다고 엘리자베스는 썼다. 그러므로 사랑은 그것들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고.
두 번째 부정적인 명령은 사랑하는 이가 동정심으로 사랑하는 것을 금지한다. 비록 그것이 다른 이에게 위안을 주려는 이타적인 욕망에서 비롯된 것일지라도 그런 사랑도 위안이 더 이상 필요 없을 때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외적 특성이나 사람의 사고방식은 그 사람의 본질을 구성하지 않으며 그것들은 모두 변할 수 있기에 브라우닝은 사랑이 그런 것들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진정한 사랑
브라우닝 부부 간에 오간 편지들은 사랑의 본질이 이성적이면서도 설명할 수 없는 것임을 증명한다. 로버트의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왜냐하면 나는 당신을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또는 엘리자베스가 말한 “나를 사랑할 이유는 확실히 없으며, 내가 여러 번 말했듯이, 내 진지한 바람은 직업적으로 아무 이유도 없도록 하는 것입니다”와 같은, 편지에서의 인용구들은 ‘소네트 14’에서 표현된 아이디어를 되풀이한다. 사람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은 그들의 미소나 외모, 말투와 같은 특정 속성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 아니다. 또한 그들을 다양한 특성의 합으로 사랑하는 것도 아니다.

진정한 사랑은 한 사람을 그 사람의 구성 요소가 아닌 본질 자체를 바라보는 것이다. 한 사람의 전체를 사랑하는 것은 그 사람이 변할 수 있음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려면 사랑 자체에 대한 사랑이 필요하다. 브라우닝이 제안한 대로, 이 사랑의 영원한 특성은 우리로 하여금 한 사람을 다른 모든 사람들과 구별 짓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들을 우리가 사랑하는 특별한 사람으로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를 끊임없이 알고자 하게 만든다.
*박경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