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 위협” 경고에도 퇴출 안 된 화웨이…뇌물 받은 유럽 의원들 기소

유럽연합(EU)의 입법 기구인 유럽의회의 의원 5명이 기소됐다. 이들은 뇌물을 받고 중국 공산당의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의 장비 퇴출을 막아준 혐의를 받고 있다.
벨기에 연방 검찰은 19일(현지 시간) 유럽의회에서 발생한 화웨이 뇌물 사건과 관련해 5명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기소된 5명 중 4명은 부패 및 범죄 조직 가담 혐의를 받고 있으며, 1명은 자금 세탁 혐의로 기소됐다.
이날 유럽 뉴스 채널 ‘유로뉴스’는 “유럽의회 부패 수사 과정에서 5명이 화웨이 관련 뇌물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드러났다”고 전했다.
자금 세탁 혐의로 기소된 1명은 조건부 석방됐지만, 나머지 피의자 4명에게는 체포영장이 발부됐다.
벨기에 검찰은 전날 벨기에 수도이자 유럽의회 본부가 위치한 브뤼셀에서 해당 의원들의 사무실을 추가로 압수 수색했다고 밝혔다. 이번 수색 대상에는 마르코 팔코네 의원(이탈리아)의 보좌관 2명과 니콜라 민체프 의원(불가리아)의 보좌관 사무실 등이 포함됐다.
이 외에도 브뤼셀에 위치한 화웨이 유럽 본사(EU 본부)를 비롯해 벨기에 플랑드르·왈로니아 지역과 포르투갈 등 총 21곳에 대한 압수 수색도 진행됐다. 화웨이의 본사는 중국 광둥성 선전에 있으나, 브뤼셀에 유럽 본부를 두고 유럽 시장 공략의 거점으로 삼아왔다.
화웨이는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유럽 시장을 빠르게 장악했으며, 이 과정에서 기존의 주요 통신 장비 업체인 노키아, 에릭슨, 노텔 네트웍스의 시장 점유율을 잠식했다. 특히, 노텔은 화웨이와의 무한 가격 경쟁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파산했다.
중국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은 값싼 인건비와 중국 공산당 정권의 막대한 보조금에 힘입은 것으로 평가된다. 화웨이의 기술력 또한 무시할 수 없지만, 중국은 자국 내 박사급 인재를 낮은 비용으로 대거 고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실질적으로 정권 차원의 지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지원은 상대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요소로 작용하기도 한다. 특히, 화웨이의 5G 네트워크 장비는 대량의 정보 송·수신이 가능해 국가 안보를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는 요소로 지목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은 화웨이 장비를 자국에서 퇴출하거나 비(非)중국산 장비로 교체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유로뉴스는 20일 후속 보도를 통해 “유럽의회 내 35명의 의원이 EU 안보 담당 부위원장 마르쿠스 비르쿠넨에게 서한을 보내, 5G 통신 인프라에서 보안 위험이 높은 공급업체를 배제할 것을 촉구했다”고 전했다.
화웨이 로비 사건의 파문은 지난주부터 확산되기 시작했다. 유럽의회는 지난 15일 화웨이 로비스트의 의회 출입을 일시적으로 금지했으며, 이에 대해 “유럽의회의 보안 규정에 부합하는 결정이자 예방 조치”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