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칭더 “중국공산당은 외국 적대 세력”…‘트럼프 對중 정책 연계성’ 제기돼

라이칭더(賴清德) 대만 총통이 중국공산당을 ‘외국 적대 세력’으로 공식 선언하고 군사 법정 제도를 복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라이 총통의 이번 발언이 미 트럼프 행정부의 대(對)중 전략 및 국제 정세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라이 총통은 지난 13일 고위급 국가안보회의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중국공산당이 대만에 가하는 국가안보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17가지 주요 전략을 발표했다. 그는 이번 회의가 중국공산당의 침투 및 대만 합병을 목표로 한 다양한 공작에 대응하기 위해 열렸다고 설명했다.
라이 총통은 중국공산당이 대만 사회에 분열을 조장해 내부 갈등을 부추기고 결과적으로 대만이 외부 위협을 간과하도록 만들려 한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대만 국민에게 민주주의와 자유를 지키는 데 적극 동참하고 중국공산당의 ‘통일전선 전술’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영향력 확장을 경계하며 국익을 해치는 모든 활동을 거부할 것을 촉구했다.
전문가들, 미국-대만 협력 강화 예상
중국민주화연맹 부회장을 맡고 있는 캐나다 작가 성쉐(聖雪)는 라이 총통의 발언이 국제 정세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본지 자매사 NTD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미·중 갈등이 전방위적으로 심화됐다”며 미 국무부가 중국공산당과 중국 국민을 구분하기 시작하고 미국이 코로나19 팬데믹 은폐에 대한 중국공산당의 책임을 묻고자 한 점을 언급했다. 그는 미국이 앞으로 중국공산당을 겨냥한 더욱 강력한 제재를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지난 14일(현지시간) 주요 7개국(G7) 외교 장관들은 강압적으로 대만의 지위를 바꾸려는 어떤 시도에도 반대한다는 입장을 공식 확인하며 중국공산당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성쉐는 이 같은 국제적 흐름이 라이 총통에게 더 강한 정치적 지원을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라이 총통의 이번 성명은 전반적인 국제 정세를 반영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호주에 거주하는 위안훙빙(袁紅冰) 전 베이징대 법학 교수도 이에 동의했다.
그는 NTD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전체주의 확장을 도모하는 중국공산당을 주적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국가 전략의 초점을 유럽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밝혔다.
위안훙빙은 대만이 미국의 파트너로서 당연히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에 보조를 맞춰 중국공산당의 팽창 야욕을 저지하고, 대만 침공을 노리는 중국 당국의 군사적 야심에 대응해야 한다고 분석했다.그는 “대만이 민주화를 이룬 이후 총통이 중국공산당을 ‘외국 적대 세력’으로 선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대만의 국가 주권을 수호하려는 라이 총통의 강한 의지와 대(對)중국 입장을 시사한다고 했다. “이번 선언은 (라이 총통이) 자유와 민주주의에 기반한 대만 국민의 삶의 방식을 지키고 대만 국민이 스스로 자신의 운명과 미래를 결정할 수 있게 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반영했다”고 그는 덧붙였다.
中, ‘비평화적인 수단’ 거론하며 대만 위협
라이 총통은 이번 연설을 중국공산당이 제정한 ‘반국가분열법’ 제정 20주년 기념일을 하루 앞두고 발표했다.
지난 14일 중국 당국이 주최한 해당 법안 제정 20주년 기념행사에서 쑹타오(宋濤) 중국공산당 대만판공실 주임은 “이 법은 대만 독립을 막기 위해 비평화적인 수단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고 말했다. 대만을 향한 강력한 경고로 해석된다.
대만의 양안(兩岸) 관계 사무를 담당하는 대만 행정원 대륙위원회(大陸委員會)는 즉각 반박했다. 위원회는 해당 법이 대만 국민이나 중화민국(대만의 공식 국호)의 주권에 어떠한 영향력도 행사할 수 없다고 밝혔다.
치우추이정(邱垂正) 대만 대륙위원회 위원장은 “베이징의 행동은 대만을 더욱 멀어지게 할 뿐 아니라 서로에 대한 적대감을 확대하고 양안 간의 대화를 가로막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같은 날 대만 국방부는 중국인민해방군 군용기와 해군 함정이 지속적으로 대만해협 주변에서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中, 대만 정국 혼란 틈 타 영향력 행사’ 우려
위안훙빈은 최근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공산당 지도부의 대만 관련 전략을 폭로한 바 있다.
그에 따르면 시진핑의 최측근인 쑹타오는 2025년 업무 계획에서 세 가지 핵심 목표를 제시했다.
첫째는 대만 내 ‘반미 감정’을 지속적으로 조장하고 확산시키는 것이고, 둘째는 대만 제1야당 국민당과 제3당 민중당 간의 연합인 ‘블루(국민당)-화이트(민중당) 연합’의 입법부 내 영향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그리고 셋째는 지속적으로 이를 통해 미국과 일본의 대만 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위안훙빙은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시진핑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대만 거래’를 통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국은 대만 내 대리인을 통해 대만 헌정 질서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라이칭더 행정부를 약화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례로 대만 야당이 주도하는 국가 예산 삭감 사태를 언급했다. 그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이번 사태를 통해 대만의 국방력을 무너뜨리고 대만과 미국의 관계를 약화하려는 심산이다.
그러나 그는 “대만 국민이 주도한 대규모 파면(주민 소환) 운동 1단계 청원 결과가 대만 내 여론이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최근 대만에서는 대규모 입법위원(국회의원) 파면 운동이 확산하고 있다.
대만 공직인원선거파면법에 따르면 파면 1단계에서는 해당 지역 유권자의 안건(파면) 제기와 함께 해당 선거구 유권자 1% 이상의 서명을 받아야 하며 2단계에서는 10% 이상의 서명이 필요하다. 이런 요건을 갖춰 파면안(案)이 정식 성립되면 이후 20~60일 내 주민 투표가 진행된다. 파면 찬성투표 수가 반대보다 많으면서 해당 지역 유권자의 25% 이상에 달하면 파면안이 통과된다.
대만 중앙선거위원회의 지난 10일 발표에 따르면 이날 기준 국민당 소속 입법위원 35명과 무소속 의원 1명이 파면 청원 2단계 절차에 돌입했다. 반면 집권당 민진당 소속 의원 4명과 시·도의원 3명에 대한 파면 청원은 1단계에서 실패했으며 보완 서류 제출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와 관련, 성쉐는 “중국공산당이 이를 틈 타 대만 내부 갈등을 조장하려 한다. 운동이 장기화할 경우 정부의 국정 운영 집중력이 분산될 우려가 있다”면서도 “라이 총통이 13일 성명을 통해 해당 사안을 공론화함으로써 대만 사회의 초점을 중국공산당의 위협으로 되돌릴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기호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