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불법 이민자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면서, 합법적인 체류 자격 없이 미국에서 생활하고 있는 중국인 이민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이민자 권리 단체들은 트럼프 정부의 불법 이민자 추방 정책이 중국인 커뮤니티에 심각한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은 특히 미국에서 수십 년간 거주한 이들까지도 추방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민정책연구소의 통계에 따르면 현재 약 39만 명의 미등록 중국인이 미국에 거주하고 있으며, 이 중 4분의 1 이상이 캘리포니아에 집중돼 있다.

작년 11월 미국이민세관단속국(ICE) 집계에 따르면, 약 3만8000명의 중국인이 최종 추방 명령을 받은 상태다. 최종 추방 명령은 모든 법적 절차가 끝난 후 미국에서의 강제 퇴거가 확정된 경우를 의미한다.

트럼프, 불법 이민자들에게 ‘자진 출국’ 촉구

트럼프 대통령 취임 두 달도 채 되지 않아, ICE는 전국적으로 단속을 강화하며 주요 도시의 식당과 상점 등 공공장소에서 불법 이민자들을 체포하고 있다.

이 같은 단속은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 뉴욕 등 중국인 밀집 지역인 ‘이민자 보호 도시’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8일(현지 시각) 백악관 홈페이지에 올린 영상을 통해 불법 체류 중인 외국인들에게 미국 세관국경보호국(CBP)의 새로운 애플리케이션 ‘CBP 홈(Home)’을 이용해 자진 출국할 것을 권고했다.

이 앱은 국토안보부가 3월 10일 출시한 것으로, 사용자가 버튼을 눌러 미국 세관국경보호국에 자발적인 출국 의사를 통보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는 트럼프 정부가 추진하는 ‘즉각 출국, 재입국 허용’ 정책의 일환으로, 불법 입국을 차단하는 동시에 자진 출국한 이들에게 향후 합법적인 재입국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이다.

CBP 홈은 조 바이든 정부에서 운영되던 ‘CBP 원(One)’ 앱을 대체하게 된다. 기존의 CBP 원은 불법 이민자들이 미국 입국항에서 난민 신청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을 포함하고 있었다.

캘리포니아 이민자 긴급 상담 요청 급증

이민자 보호 단체들은 최근 ICE 단속 강화로 인해 상담 요청이 폭증했다고 밝혔다.

샌프란시스코의 이민자 권익단체 담당자 호세 응은 현지 중국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특히 최종 추방 명령을 받은 이들이 극도의 불안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바이든 정부 시절에는 그래도 난민 신청을 통해 체류를 기대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미래가 불확실해졌다. 많은 이들이 ICE의 체포와 강제 추방을 두려워하고 있다”며 하루에 긴급 상담 전화가 40여 통씩 걸려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전까지는 ICE 체포와 관련된 상담 요청이 한 주에 5~7건 수준이었으며 바이든 행정부 시절에는 한 달에 한 건의 상담 전화도 없었던 때도 있었다.

ICE는 지난 8개월간 전세기 5대를 동원해 500명 이상의 중국인 이민자를 중국으로 강제 송환했으며, 이러한 움직임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 이후 가속화하고 있다.

미국-멕시코 국경 통한 중국인 불법 입국 감소

중국은 세계 제2의 경제 대국으로 도약하고 있지만, 동시에 중국을 탈출하는 사람들도 급증하고 있다.

지난 수년간 수만 명의 중국인이 위험한 경로를 거쳐 미국에 도착했는데, 2023년 한 해에만 3만5000명 이상의 중국인 이민자가 콜롬비아와 파나마 사이의 불모지를 거쳐 멕시코를 통해 미국으로 넘어왔다. 이는 전년 대비 10배 증가한 수치다.

미국과 멕시코 정부가 국경 단속을 강화하면서, 불법 입국자 수는 최근 크게 감소하는 추세다.

트럼프 정부는 ICE의 자원이 주로 위험 범죄자를 대상으로 사용될 것이라며, 폭력 범죄자들을 우선 단속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 전역에서 ICE 요원들이 합법적 거주 허가를 받은 이들까지도 대거 체포하고 있다는 보고가 이어지면서, 이민자 커뮤니티의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실제로 불법 이민자를 추방하는 과정에서도 법적 절차를 모두 거쳐야 하며, 경우에 따라 수년에서 수십 년까지 시간이 걸릴 수 있다. ICE 웹사이트에는 신속 추방을 피하는 방법과 정치적 망명을 신청하는 절차 등이 안내돼 있다.

현재 미국에는 1100만 명 이상의 불법 이민자가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일부는 ICE에 체포된 후 법원에서 석방 판결을 받기도 했으나, 추방을 면할 수 있다는 확인되지 않은 광고와 소문까지 나돌면서 한동안 혼란이 지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