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중국, 외국인 직접투자 20% 급감…외자 유치 난항 지속

2025년 03월 17일 오후 6:35

외국 기업, 중국 이탈 흐름 가속… 대다수 산업 투자 위축

올해 들어 중국의 외국인 직접투자(FDI)가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과의 무역전쟁 심화, 악화하는 중국 내 기업 환경, 국가안보 심사의 강화 등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베이징 당국이 외자 유치를 위한 각종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해외 투자자들의 이탈 흐름을 되돌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상무부가 14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2월 중국의 실제 외국인 직접투자(FDI) 금액은 1,712억 1,000만 위안(약 32조 2,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4% 감소했다.

산업별로 살펴보면, 전자상거래, 바이오의약품 제조, 스마트 소비재 제조 부문에서는 외국인 투자가 증가했지만, 대부분의 산업에서는 외자 유입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 기업들의 중국 이탈 움직임은 최근 몇 년간 꾸준히 지속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중국 국가외환관리국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중국의 외국인 직접투자 순유출 규모가 1조 2,277억 위안(약 228조 원)에 달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여기에 더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올해 미국 대통령직에 복귀한 후 2월 4일과 3월 4일, 두 차례에 걸쳐 중국산 수입품에 각각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면서 미·중 무역전쟁이 다시 격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외국 기업들은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중국을 떠나 공급망을 다른 나라로 옮기고 있으며, 신규 투자 역시 중국이 아닌 제3국으로 분산하는 추세다.

외자 유치 방안에도 기술 유출·안보 리스크 여전

중국 정부는 외자 유치를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2월 중국 상무부와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2025년 외자 안정화 방안’을 발표하고, 통신·의료·교육 분야의 개방 확대를 포함한 20개 조치를 내놓았다.

글로벌 대기업 CEO들과의 접촉도 확대하고 있다. 오는 28일 중국 공산당은 시진핑 총서기가 외국 기업 고위 경영진과 직접 만나는 회의를 추진 중이다. 중국 내 외국인 투자를 유지하고 경제 회복을 꾀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하지만 중국 문제 전문가들은 이러한 조치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이상, 외자 이탈을 막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한다.

호주 모나시 대학 경영학과 교수 스티븐 로는 미국의소리(VOA)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정부는 외국 기업을 유치한 뒤, 이들이 제공하는 기술과 경영 노하우를 충분히 습득하면 자국 기업을 지원해 외국 기업을 대체하는 전략을 취해 왔다”고 지적했다.

스티븐 로 교수는 “중국의 대출·정책 지원이 자국 기업에 집중되면서 외국 기업들은 중국 시장에서 점차 설 자리를 잃게 된다”고 분석했다.

주중 미국 상공회의소가 올해 1월 발표한 ‘중국 비즈니스 환경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에 응한 미국 기업의 32%가 “중국 시장에서 현지 기업과 비교해 불공정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응답했다.

“중국을 최우선 투자 대상으로 고려하지 않는다”고 밝힌 기업은 전년 대비 3% 증가한 21%에 달했다. 이미 생산 및 조달을 중국 외 지역으로 이전한 기업도 17%로, 전년 대비 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티븐 로 교수는 “중국의 제조업 분야에서는 자국 기업이 외국 기업을 대체할 수준에 도달했으며, 서비스업에서도 외국 기업의 진입 장벽이 여전히 높다”면서 “첨단 기술 분야에서는 서방 국가들의 기술 수출 제한으로 인해 외국 기업의 투자가 더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는 “결국 외자 순유출 현상은 장기적으로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에 거주하는 경제학자 차이선쿤(蔡慎坤)도 외국 기업의 중국 철수 이유로 “비즈니스 환경의 불공정성과 불확실한 규제 리스크”를 꼽았다.

차이선쿤은 “중국 정부의 각종 보안 관련 법규와 홍콩 국가보안법이 외국 기업들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며 “이러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는 한, 중국에 대한 외국 기업들의 투자 매력도는 더욱 떨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단기적인 외자 유치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미·중 갈등 심화, 불투명한 규제 환경, 외국 기업에 대한 차별적 대우 등의 구조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FDI 감소세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