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상호관세 후 양자협상 통해 새 협정”…한미 FTA도 압박할 듯

루비오 “공정성·상호성 기준 새 협정 체결” 언급
미국 정부가 다음 달 2일부터 시행 예정인 ‘상호관세’와 관련해 각국과 새로운 무역협정 체결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은 기존 무역협정이 불공정하다고 판단하고, 상호관세를 부과한 후 양자 협상을 통해 새로운 무역협정을 체결하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한 것이다. 따라서 한국도 이에 대한 대응이 불가피해졌다.
마르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16일(현지 시간) C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공정성과 상호성을 기준으로 양측 모두에 이익이 되는 새로운 무역협정을 체결하기 위해 전 세계 국가들과 양자 협상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관세 정책의 배경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이다.
루비오 장관은 “상호관세를 부과하는 목적은 공정한 기준을 재설정하기 위한 것”이라며 “새로운 기준이 확립되면 전 세계 국가들과 상호 이익이 되는 새로운 무역협정을 체결하기 위한 협상을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현재 무역 상태를 좋아하는 나라들이 상호관세를 반대하는 이유는 기존 구조가 그들에게 유리하기 때문”이라며 “미국은 현 상태를 유지할 생각이 없으며, 새로운 상태를 설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루비오 장관은 기존 무역 구조가 미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지적하며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대)가 형성된 것도 불공정한 무역 구조 때문”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정치인이 되기 전인 1980년대부터 이 문제를 지적해 왔다. 따라서 새로운 무역협정 체결은 필연적인 과정”이라고 말했다.
루비오 장관은 이번 관세 정책이 특정 국가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하면서도 “캐나다, 멕시코, 유럽연합(EU)뿐만 아니라 모든 국가가 대상”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도 재협상 대상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그는 특히 EU의 무역흑자를 지적하며 “EU의 경제 규모는 미국과 비슷한데, 왜 무역흑자를 기록하느냐”며 기존 무역구조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이 같은 미국 정부의 입장은 한국을 포함한 무역협정 체결국들에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미국은 특히 한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인상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할 것으로 보인다. 한미 FTA를 통해 대부분의 품목에서 관세가 폐지됐음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한국의 관세가 미국의 4배”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상호관세 부과 후 무역 상대국과의 협상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협상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란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미국의 일방적 조치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이를 조정할 수 있는 협상 채널이 열렸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상호관세 부과 이후 각국과 개별 협상을 통해 새로운 협정을 체결하겠다는 구상을 공식화한 만큼, 한국 정부도 이에 대한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한국 정부는 미국의 상호관세 정책이 한미 FTA에 미칠 영향과 이에 따른 대응 방안을 검토 중이다. 향후 미국과의 협상 과정에서 한국이 어떤 전략을 펼칠지 주목되는 가운데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 14일 워싱턴DC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상호관세 부과까지 20여 일 남은 상황에서 정부 차원에서 우리 입장을 지속적으로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