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문한답] 윤 대통령 탄핵소추 의결은 비정상적…헌법적 문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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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3월 16일 오후 9:49

조사절차와 심의 과정 없는 탄핵소추 의결의 헌법적 문제는?

답변_이인호 중앙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중앙대 법학박사 학위를 받은 뒤 헌법재판소 연구관보와 법무부 인권정책자문위원, 대법원 재판연구관 등을 역임하고 국가인권위원회 행정심판위원, 한국언론법학회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의결은 비정상적이라고 하셨는데 이유는 무엇입니까?

“정상적인 헌법국가에서는 볼 수 없는 매우 기형적이고 위법적인 과정이었기 때문입니다. 우선 미국의 경우, 올해 1월 20일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남부 국경지대에 ‘국가비상사태(National Emergency)’를 선포하고, 군병력 1만 명을 국경지대에 투입해서 불법 이민자를 차단하고 추방하게 했습니다. 하루 전까지도 바이든 정부에서 국가비상사태 선포 없이 관리하던 국경 지역에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해서 군을 투입했어요.”

“흥미로운 점은, 미국 헌법에는 대통령에게 이런 ‘비상대권(非常大權)’을 직접 부여하는 조항이 없다는 겁니다. 그럼에도 대통령이 이런 비상대권을 갖는다는 것을 누구도 부정하지 않습니다. 국가안보를 책임지는 국군통수권자로서 대통령의 당연한 책임이자 권한이라고 보는 것이죠.”

-대통령의 비상대권을 제한하는 조항은 없나요?

“미 연방의회는 1976년 ‘국가긴급사태법’을 만들어서 대통령의 비상대권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했습니다. 연방의회에 알리게 하고, 의회가 심의해서 상원과 하원의 일치된 결의가 있으면 대통령이 선포한 국가비상사태를 끝내도록 규정했습니다. 미국은 상하 양원의 결의로 해제를 요구하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고 3분의 2 이상의 의결로써 해제할 수 있습니다.”

“프랑스 헌법(제36조)에는 계엄선포 권한이 명시적으로 주어져 있습니다.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하면, 적어도 12일간 유효하게 지속되고, 그 연장이 필요한 경우에는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다시 말해 대통령의 계엄선포에 대해 12일간은 의회가 통제할 수 없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미국이든 프랑스든 국가 최고지도자인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갖는다는 건 당연한 헌법의 법리입니다. 그리고 어떤 상황이 ‘국가비상사태’인지를 판단하는 것은 그 권한을 행사하는 대통령만이 할 수밖에 없습니다. 누구도 그 판단을 대신할 수 없죠. 더구나 그 판단의 잘잘못을 누구도 평가할 수 없고요. 대신에, 미국이든 프랑스든 의회가 사후적으로 그 비상대권의 효력을 지속할 것인지에 관해서만 통제권을 가지게 됩니다.”

-우리나라와 많이 다른 것 같습니다.

“주목할 점은 미국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느닷없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고 해서, 그 권한 행사를 놓고 ‘내란이다, 탄핵해야 한다’라는 주장이 나오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 효력을 정지시키기 위한 소송이 제기될 수는 있지만, 아직 어떤 소송도 제기된 바 없습니다. 만일 소송이 제기된다면, 그 효력을 정지시킬 것인지를 놓고 법원의 1심, 2심, 대법원 재판까지 가야 할 겁니다. 그렇다고 해도 이들 재판은 대통령의 권한 행사를 처벌하는 재판이 아니라 단지 그 효력을 정지하거나 중단하는 재판일 뿐입니다. 정상적인 헌법국가라면 대통령의 비상대권 행사에 대해 이렇게 진행돼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비정상적인 방향으로 진행됐다는 건가요?

“매우 비정상적입니다. 대통령이 계엄선포를 하고, 국회가 2시간 40분 만에 계엄 해제 요구라는 통제권을 바로 행사했으며 대통령이 국회 의결을 존중해 헌법에 따라 계엄 해제를 했죠. 선포에서 해제까지 7시간 11분이 걸렸습니다.”

“거대 야당(민주당)은 계엄선포가 해제된 당일(2024년 12월 4일) 언론 기사 7건을 참고 자료로 붙여 대통령 탄핵소추안(1차)을 발의했고, 국회는 3일 후(12월 7일) 조사절차와 심의 과정 없이 본회의에 상정해 찬반 토론 없이 투표를 진행했습니다. 투표수는 195표로 확인됐죠. 재적의원 3분의 2(200표)의 찬성이 없었기 때문에 안건은 ‘부결’됐습니다. 헌법에서 규정하는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은 ‘의결정족수’가 아니라 ‘의결표 수’입니다. 투표 결과 의결표 수를 넘지 못했다면, ‘투표 불성립’이 아니라 ‘안건 부결’인데 국회의장은 ‘부결’을 선언하지 않고 편법으로 ‘투표 불성립’을 선언했어요. 중요한 헌법상의 절차를 왜곡시킨 겁니다.”

“이렇게 1차 탄핵소추안은 12월 10일(화) 회기가 만료되는 정기회(제418회)에서 무산(부결)됐습니다. 한 번 부결됐으면 그것으로 끝내야 하는데 거대 야당(민주당)은 정기회가 끝나자마자 다음날 바로 임시회(제419회)를 열어서 2차 탄핵소추안을 발의했고(12월 12일), 이틀 후(12월 14일) 내란죄 선동에 넘어간 일부 여당 의원들이 가세하면서 탄핵이 의결됐습니다. 그 즉시 막중한 대통령의 직무는 정지됐고, 국가는 대내외적으로 큰 혼란과 위기에 빠졌습니다.”

“이런 중대한 결과를 낳는 대통령 탄핵소추 의결을 하면서, 국회를 장악한 민주당은 사실조사나 토론·심의 과정 없이 오로지 표결로만 밀어붙인 겁니다. 의결을 뒷받침하는 증거자료는 언론 기사 63건이 전부였죠. 이는 결코 정상적인 헌법절차가 아닙니다. 더 나아가 공수처와 경찰은 누구의 사주를 받았는지 대통령에 대해 체포·압수를 시도했고 급기야 현직 대통령을 불법으로 구속했습니다. 그리고 계엄 시행에 관여했던 국방부 장관, 경찰청장 등을 모두 구속했어요.”

“국가를 이끌어가는 대통령과 행정부의 직무를 마비시켜 국가 전체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는 것은 과연 누구인가요? 이것은 ‘의회 쿠데타’입니다. 이 점에 대한 헌법적 평가 없이 대통령 계엄선포의 요건 위반 여부를 따지는 것은 중대한 판단의 누락이라고 할 것입니다. 이것이 얼마나 비정상적인 절차인지는 우리와 유사한 탄핵소추 절차를 가진 미국의 사례와 비교하면 쉽게 드러납니다.”

-미국에 이와 비슷한 사례가 있나요?

“닉슨 대통령 탄핵소추의 경우, 1972년 6월에 워터게이트 스캔들이 터지고 상원의 특별조사위원회가 1973년 2월 7일 그 스캔들에 대한 사실조사에 들어갔습니다. 그로부터 꼭 1년 후인 1974년 2월 6일 하원은 결의안을 통과시켜 그의 법사위원회에 탄핵소추를 위한 충분한 사유가 존재하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조사 권한을 부여했어요. 이에 따라 하원 법사위원회는 1974년 7월 27일 논의된 5가지 소추사유 중 3가지 소추사유(사법방해·권력남용·의회모독)만을 인정해 하원에 보고했습니다.”

“요컨대, 워터게이트 스캔들이 터지고 상원의 특별조사위원회에 의한 1년의 사실조사와 다시 하원의 법사위원회에 의한 6개월에 걸친 소추사유 확인 및 인정 절차를 거쳤습니다. 닉슨 대통령은 하원의 소추 의결이 있기 직전(1974. 8. 9.) 사임했습니다. 미국은 하원의 탄핵소추가 의결돼도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되지 않는데도, 이렇게 엄중한 조사절차를 진행해서 의결에 들어갑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헌법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는 겁니까?

“우리는 탄핵소추가 되면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되고 그것만으로 국가적 위기 상황에 빠지게 되죠. 대외신인도는 추락하고 국민경제는 위험에 처하며 국론은 극도로 분열됩니다. 헌법 이론적으로는, 주권자(국민)가 두 기관(대통령과 국회)에 양분해서 나누어준 민주적 정당성의 한쪽을 국회가 부정해 버리는 절차입니다. 이 중대한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 과정에 사실조사와 토론·심의가 완전히 빠졌다는 것은 중대한 헌법적 절차 위반의 문제를 남기는 것입니다.”

“우리 헌법 제65조 제1항은 ‘대통령이 그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에 국회가 탄핵의 소추를 의결할 수 있다’라고 규정합니다. 여기서 탄핵소추 의결에 들어가기 위한 전제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를 명시한 것은 적어도 국회 차원에서 ‘위반행위가 인정된 때’를 의미합니다. 따라서 국회 차원에서의 위반행위 인정 절차가 생략됐다면, 소추의결의 전제요건이 충족되지 않은 것으로 헌법 제65조 제1항을 위반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국회법 제130조는 헌법적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제130조(탄핵소추의 발의)는 ‘탄핵소추가 발의됐을 때는 본회의는 의결로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해 조사하게 할 수 있다’라고 규정합니다. 조사절차를 생략할 수 있도록 한 것이죠. 그러나 헌법(제65조 제1항)은 국회의 의결에 앞서 ‘헌법이나 법률의 위반행위’를 확인하도록 요구하고 있습니다.”

-과거 대통령 탄핵에서는 어땠습니까?

“노무현 대통령 탄핵결정(2004헌 나1)에서 헌법재판소는 이러한 헌법 문제를 진지하게 검토하지 않은 채 ‘국회의 자율성’이라는 피상적인 논리와 국회법의 규정을 들어 조사절차를 생략한 결함이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국회법’에 위반되지는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국회법이 헌법에 합치되는지를 규명하지 않고, 국회법 규정을 들어 헌법의 요구를 무시하는 것은 명백히 잘못된 헌법 논증입니다.”

“이번 탄핵소추와 탄핵심판의 전 과정을 보면, 순서가 거꾸로 됐어요. 국회는 탄핵소추를 의결하기 전에, 조사위원회를 열어서 사실조사 및 토론과 심의를 먼저 했어야 했습니다. 3개월 정도 이 조사 과정을 거쳐서, 사실인정을 하고 그 인정된 사실에 대한 헌법적 평가를 내린 다음에, 탄핵소추의 표결에 들어갔어야 합니다. 이런 절차를 통해서 국민들이 계엄선포에 대해 진지하게 평가할 기회를 가졌어야 합니다. 이것이 ‘정치적 공론장’으로서 국회의 기본적인 기능이고 역할입니다.”

-국회가 이 절차를 생략했다는 건가요?

“맞습니다. 이는 국민을 무시한 겁니다.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의 권한을 정지시키는 결정을 내리면서, 그러니까 주권자의 의사를 정지시키는 결정을 내리면서, 국민에게 제대로 된 설명과 보고를 하지 않은 것이죠. 더구나 탄핵소추 여부에 한 표를 던져야 할 국회의원들조차 사실에 관한 정확한 정보와 그 헌법적 의미를 생각하고 토론할 기회를 전혀 갖지 못했습니다. 그저 ‘내란 선동과 거짓’이 난무한 가운데 당 지도부의 지시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표를 던졌습니다. 평소에 한 명 한 명의 국회의원이 ‘헌법기관’이라고 자칭하던 그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죠.”

“이후 사실조사는 헌법재판소가 담당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4월 18일 두 명의 헌법재판관(문형배·이미선)이 퇴임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에 쫓긴 헌법재판소는 무리한 재판 진행을 했습니다.”

-이번 탄핵심판 절차에서 나타난 문제점과 그 원인은 무엇일까요?

“아쉽게도 헌법재판소는 11차례의 변론에서 사실인정을 위한 증거조사에 너무 많은 시간을 썼습니다. 많은 헌법 쟁점에 대한 변론은 거의 없었죠. 한 차례 양측 대리인의 주장만 듣고 변론은 종결됐고요. 변론에서 무엇이 헌법적으로 중요한 쟁점이고, 각 쟁점에 대해 청구인과 피청구인의 논리가 무엇인지 서로 공방을 주고받는 모습은 없었습니다. 그리하여 무엇이 헌법적 쟁점인지, 어떤 사실적 요소나 법리가 그 쟁점에 어떻게 연결되는지 언론이나 국민은 알지 못한 채, 모든 쟁점과 판단은 헌법재판소의 밀실에서 논의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중요한 탄핵심판절차가 꼬인 것은 국회를 장악한 거대 야당(민주당)이 조사 및 심의 절차 없이 표결로만 탄핵소추 의결을 밀어붙인 중대한 헌법적 흠결에 그 원인이 있습니다. 만일 헌법재판소가 이 중대한 흠결을 짚어서 평가를 내리지 않는다면, 영원히 우리의 탄핵심판절차는 후진성을 면하지 못할 것이고, 의회 독재의 유혹은 계속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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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선진화재단 한선브리프 통권 346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