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 강제수용소의 공포를 다룬 영화: ‘더 월드 윌 트렘블(The World Will Tremble)’

폴란드 수용소에 갇힌 유대인 두 명이 제2차 세계대전 중 나치의 유대인 학살을 폭로하기 위해 벌인 목숨 건 사투를 다룬 영화

2025년 03월 16일 오전 9:52

많은 이들이 폴란드의 저항군 출신 외교관 얀 카르스키(Jan Karski, 1914~2000년)의 유명한 보고서를 제2차 세계대전 중 독일의 나치 친위대(SS) 강제수용소를 폭로한 최초의 기록으로 여긴다. 그러나 실제로는 솔로몬 비에너(Solomon Wiener, 올리버 잭슨-코헨 분)의 목격담이 연합군에 가장 먼저 전달된 홀로코스트 관련 기록이었다. 또한 이 기록은 대학살의 과정을 좀 더 상세하게 기술했다.

비에너와 그의 동료 마이클 포드흘레브니크(Michael Podchlebnik, 제레미 뉴마크 존스 분)는 자신들이 기록한 내용의 진실성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들은 폴란드 북부 헤움노(Chelmno) ‘절멸수용소(Vernichtungslager)’에서 살아남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은 단순히 탈출해 안전을 찾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목숨을 걸고 충격적인 수용소의 진실을 세상에 알리고자 했다. 감독 겸 각본가 리오르 겔러(Lior Geller)는 영화 ‘더 월드 윌 트렘블(The World Will Tremble)’에서 그들의 극적인 이야기를 다뤘다.

나중에 ‘야콥 그로야노프스키(Yakob Grojanowski)’란 가명을 사용한 비에너, 그리고 포드흘레브니크는 헤움노에서 처형을 면한 극소수의 죄수들 중 일부였다. 그들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대량 학살의 집단 매장지를 파는 작업에 동원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은 이를 행운으로 여기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은 자신들의 가족이 학살당하는 모습을 목격해야 했으며, 경비병들에게 지속적인 구타를 당하면서도 시체를 처리해야만 했다. 한때 극심한 절망에 빠진 포드흘레브니크는 차라리 죽여달라고 간청했다. 하지만 간수들은 이를 거부했다. 그를 죽이는 것보다 그의 노동력 착취를 더 선호했기 때문이다.

영화 속 헤움노(Chełmno) 강제 수용소에 수감된 유대인 포로 울프 카민스키(Wolf Kaminsky, 찰리 맥게천 분) | 영화 ‘더 월드 윌 트렘블(The World Will Tremble)’

탈출과 보복

이런 상황 속에서, 비에너는 설령 잘못된다 하더라도 더는 잃을 것이 없으니 탈출하자고 했고 포드흘레브니크는 이 의견에 동의했다. 공동체에 대한 책임감과 동료들에 대한 의리를 지키기 위해 이 계획을 다른 죄수들과 충분히 논의했다. 이는 엄청난 위험을 감수하는 일이었다. 특히 수용소에 남아 있던 많은 죄수는 여전히 곧 해방될 것이란 헛된 희망을 품고 있었기 때문이다(실제로 헤음노 수용소는 이후 약 18개월 동안 더 운영됐다).

동료들의 엇갈린 반응에도 불구하고 비에너와 포드흘레브니크는 필사적인 탈출을 감행한다. 그들의 목표는 랍비 슐만(Rabbi Schulman, 앤턴 레서 분)에게 자신들의 증언을 전하는 것이었다. 당초 그들이 탈출 계획을 세우는 데 함께한 친구 울프 카민스키(Wolf Kaminsky, 찰리 맥게천 분)가 그 랍비가 레지스탕스와 연결돼 있다고 알려주었다. 역설적으로 이러한 사실로 인해 강제수용소를 탈출한 후 그들이 향해야 할 곳은 유태인 게토가 됐다.

영화 속 솔로몬 비에너와 마이클 포드흘레브니크가 오토바이를 타고 헤움노 수용소를 탈출하는 장면. | 영화 ‘더 월드 윌 트렘블(The World Will Tremble)’

수용소와 게토

영화는 헤음노 강제수용소와 유대인 게토의 처참한 현실을 생생하게 재현한다. 게토의 텅 빈 거리에는 독일 병사들과 나치에 협력한 카포(Kappo·수용소 내 유대인 부역자)들만이 순찰을 돌고 있으며, 이러한 모습은 특히 소름 끼친다. ‘더 월드 윌 트렘블’은 홀로코스트 초기 시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 ‘쉰들러 리스트(Schindler’s List)’ 같은 영화에서 묘사된 본격적인 가스실이 등장하기 이전의 시대를 보여준다.

이 시기 나치는 대량 학살을 위해 트럭 엔진에서 발생하는 배기가스의 일산화탄소를 이용해 유대인을 트레일러 단위로 학살했다. 겔러 감독은 이러한 비인간적인 과정이 역사적 사실과 부합하도록 정확히 재현했다 하지만 지나치게 잔혹한 장면을 강조하지 않는, 절제된 연출을 택했다. 사실 그는 영화 내내 놀라운 절제력을 발휘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 작품은 훨씬 더 끔찍하고 폭력적인 영화가 됐을 것이다.

그 대신 겔러 감독은 비에너와 포드흘레브니크의 용기와 희생에 초점을 맞춘다. 그들은 철저히 이타적인 목적으로 진실을 세상에 알리려 했다. 이를 통해 다른 사람들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하고자 했던 것이다. 많은 사람이 올리버 잭슨-코헨을 ‘인비저블 맨(The Invisible Man)’, ‘패스터(Faster)’, ‘윌더니스(Wilderness)’ 등 작품 속 악역으로 기억할 것이다. 그러나 그는 이번 영화에서 비에너 역할을 훌륭히 소화하며 극한의 육체적·정신적 피로감을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또한 포드흘레브니크를 연기한 제레미 뉴마크 존스는 한층 더 강렬한 연기를 선보이며, 슬픔과 절망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잭슨-코헨과 존스는 거의 모든 장면에서 등장해 영화 전체를 이끌어간다. 또한 앤톤 레서는 랍비 슐만 역을 맡아 비에너의 끔찍한 보고를 접한 후 이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인간적인 고뇌를 드러낸다. 한편 그들을 억압하는 나치 SS 장교 랑게(Lange) 역할을 맡은 독일 배우 데이비드 크로스(David Kross)는 섬뜩한 존재감을 자아낸다. 1990년생인 크로스는 말(馬)이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해 말의 관점에서 전쟁의 참혹함을 묘사하고 어린 소년과의 우정을 그린 가슴 따뜻한 영화 ‘워 호스(Horse)’에 출연한 바 있다.

영화 속 나치 장교 랭(David Kross, 데이비드 크로스 분). | 영화 ‘더 월드 윌 트렘블(The World Will Tremble)’

예상할 수 있듯이, 이 영화에 등장한 주요 유대인 인물들은 실제로 거의 대부분 사망한다. 그러나 몇몇 인물들은 살아남았고 결국 비에너의 보고서는 성공적으로 연합군에 전달됐다. 이후 영국 BBC 라디오가 이를 전 세계에 방송했다.

‘더 월드 윌 트렘블’은 강렬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벌어진 인간 사냥을 다룬 스릴러이자 그런 상황에서 피어난 희생과 용기에 대한 감동적 이야기다. 영화 전반에 걸쳐 홀로코스트의 참혹한 현실은 피할 수 없는 진실로 다가온다. 그러나 이 영화는 또한 자유와 진실을 위해 싸우기로 선택한 이들을 기리는 작품이기도 하다. 강력히 추천한다.

‘더 월드 윌 트렘블’은 이달 14일(현지 시간) 북미 일부 지역 극장에서 개봉했다.

*영화 정보-‘더 월드 윌 트렘블’

감독: 리오르 겔러(Lior Geller)
출연: 올리버 잭슨-코헨(Oliver Jackson-Cohen), 제레미 뉴마크 존스(Jeremy Neumark Jones), 앤턴 레서(Anton Lesser), 찰리 맥게천(Charlie MacGechan), 데이비드 크로스(David Kross)
등급: 미정(Not Rated)
러닝 타임: 1시간 49분
개봉일: 2025년 3월 14일
평점: 4/5

<필자 소개>
조 벤델은 독립영화에 대해 글을 쓰며 미국 뉴욕시에 거주하고 있다. 그의 최신 글은 JBSpins.blogspot.com에서 읽을 수 있다.

*박경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