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졸자 1200만 또 사상 최대…대학들, 취업률 조작 빈축

중국 경제 둔화가 지속되면서 대학 졸업생들의 취업난이 심각해지고 있다.
상하이의 한 대학에서 졸업생 취업률이 7.69%에 불과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중국 대학들의 취업률 조작 문제가 다시금 사회적 논란으로 떠올랐다.
지난 12일, 중국의 소셜미디어 위챗 공식 게시물이 청년층 이용자들의 큰 주목을 받았다. 해당 게시물의 제목은 ‘100명 넘는 졸업생 중 단 9명만 취업… 2025년 대학 취업률 얼마나 심각한가?’였다.
이 게시물에 따르면, 최근 상하이의 한 대학교 교수가 “학장이 우리 외국어대 졸업생 100여 명 중 단 9명만이 일자리를 구했다며 교수들에게 취업률이 7.69%로 심각하니 취업처를 알아보라고 지시했다”고 토로했다.
올해 중국에서는 1222만 명의 대학 졸업생이 사회로 진출할 예정으로, 역대급 규모였던 지난해(1179만명)보다 40만 명 이상 많아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지난해 수요를 훨씬 뛰어넘은 공급으로 혼란에 빠진 채용시장에 다시 1천만 명 이상이 추가되며 취업 경쟁이 극한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앞서 8일에는 중국 우한의 한 사립대학에 다니는 여대생이 직접 영상을 촬영해 학교의 취업률 조작 실태를 폭로했다.
이 여대생은 영상에서 “대학에서 취업했다고 공식 발표한 학생들 중 일부는 아직 졸업까지 1년 이상 남은 3학년생이었다”며 “학교는 이들이 유명 기업에 취업했다고 허위 명단을 발표했다”고 밝혔다.
중국 대학들의 취업률 조작은 여러 해 전부터 논란이 됐지만 올해 들어서는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일부 대학들은 정부의 지원금을 더 타내고 입학 정원을 더 많이 확보하기 위해 학생들에게 허위 취업 계약을 체결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취업하지도 않은 기업에 취업한 것처럼 서류를 꾸미도록 하는 것이다.
심지어 졸업장을 빌미로 학생들에게 허위 취업 서류를 작성하도록 강요하기도 한다.
단기 현장실습, 구내식당 봉사활동이 ‘취업’으로 둔갑
중국 산둥성의 한 대학에서 근무하는 시간강사 천(陳)모씨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정부가 ‘유연한 취업(靈活就業·탄력근로)’ 정책을 도입한 이후 대학의 취업률 조작이 더 심각해졌다”고 밝혔다.
천씨는 “단순한 송금 화면을 급여 이체처럼 꾸며 취업으로 허위 등록하거나 학생들을 공장에 이틀간 실습 보내고 공장 측으로부터 취업 확인서를 발급받기도 한다”고 소개했다.
이어 “더우인(抖音·틱톡 중국판)에 영상 몇 개 올린 것을 두고 ‘인플루언서 취업’으로 등록하거나 학생들이 대학 식당에서 몇 시간 동안 서빙을 하면 취업으로 보고하는 사례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학교 측이 이러한 사례들을 모두 취업률 통계에 포함시키기 때문에 공식적인 취업률 수치는 매우 높아 보이지만, 실제 취업률은 매우 낮다”고 지적했다.
한 국내 거주 30대 중국인은 “한국에서 유학 중인 후배나 지인 중에 중국의 낮은 취업률 때문에 귀국을 포기하고 한국에서 일자리를 찾거나 창업을 모색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