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당국, 유럽의회 급습…‘화웨이 게이트’ 스캔들 확산

화웨이, 유럽의회에 로비…고액 접대 및 금품 제공 의혹
– 중공 통일전선공작부의 내통 세력 포섭 전략과 정확히 일치
– 벨기에 정보기관, 2년간 비밀 조사 끝에 전격 압수수색
벨기에 당국이 유럽의회 내 로비 의혹과 관련된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진행하면서, 중국공산당(중공) 국유기업 화웨이가 연루된 부패 스캔들이 불거졌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화웨이는 2021년부터 고액 로비 활동을 벌이며 유럽 정치권에 영향력을 행사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벨기에 검찰은 이번 수사가 “부패, 문서 위조 및 불법 로비 활동” 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여러 명의 관련 인사를 체포해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화웨이는 고액 보수, 호화 여행, 스포츠 경기 VIP 티켓 등을 제공하며 유럽의 정책 결정 과정에 개입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법률·정책 자문위원으로 초빙해 보수를 지급하고, 각종 세미나와 행사 명목으로 초청해 호화 여행을 제공하는 방식은 중공 통일전선공작부의 해외 인사 포섭 작전과 정확히 일치한다는 게 중화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정치권에 영향력 있는 인물을 도시 자매결연 행사, 우호·친선 교류 협회 등을 통해 접촉한 후 지속적으로 크고 작은 이익을 제공하거나 그 인사의 친척이나 지인에게 사업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그를 친중공 인사로 만들거나 최소한 중공에 대한 비판을 삼가게 만드는 수법이다.
벨기에 정보기관은 “2년간의 비밀 조사 끝에 이번 급습을 단행했다”며 “브뤼셀에 위치한 화웨이 유럽사무소뿐만 아니라, 해당 기업 로비스트들의 주거지까지 수색했다”고 전했다.
화웨이는 이번 사안과 관련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침묵하고 있다.
5명 이상의 유럽의원 연루 가능성… 돈과 정치적 보호 맞교환 정황
이번 사건은 전·현직 유럽의회 의원 15명 이상이 화웨이로부터 금전적 지원을 받고 화웨이 측에 정치적 보호를 제공했을 가능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특히, 화웨이가 유럽연합(EU)의 강력한 규제를 피하기 위해 유력 정치인들을 활용한 정황이 포착됐다.
벨기에 검찰은 “불법 로비 자금이 회의 비용으로 위장돼 세탁됐을 가능성도 조사 중” 이라며, 이 과정에서 포르투갈의 한 기업이 개입됐을 수 있다고 지목했다.
화웨이, 중공 인민해방군 관련 기업…전 세계 퇴출 움직임
화웨이는 중공 인민해방군과 밀접한 관련성이 있어, 이 회사 네트워크 장비를 이용하면 중공에 정보가 유출되고 유사시 중공의 통제를 받아 네트워크가 차단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였던 2019년, 화웨이를 블랙리스트에 올려 미국 기업들이 정부 허가 없이 기술과 장비를 공급할 수 없도록 조치했다. 2020년에는 TSMC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화웨이에 반도체를 공급하지 못하도록 제한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같은 조치가 이어졌다. 2021년, 화웨이와 ZTE를 ‘국가안보 위협 기업’으로 공식 지정해 미국 내 5G 네트워크에서 전면 배제했다. 통신망을 감시할 위험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아울러 미국은 EU 회원국을 비롯한 유럽 각국에도 이에 동참할 것을 강력하게 설득해왔으며,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에서도 이를 받아들여 2023년, 회원국에 화웨이 장비의 단계적 퇴출을 권고했다.
‘화웨이 게이트’ 유럽 정가 흔들… 미·중 갈등에도 파장
EU 기술 담당 위원회는 성명을 통해 “화웨이는 다른 5G 공급업체보다 훨씬 더 높은 보안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며 “회원국들이 신속하게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EU 전체가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일부 회원국은 이를 즉각 시행하지 않고 여러 이유로 시간을 끌어왔다. 그러던 중, 이번에 벨기에 당국에 의해 화웨이의 로비 행위가 적발된 것이다.
이번 스캔들은 유럽에서 고조되고 있는 반(反)중공 정서를 더욱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유럽의회 내 중국 문제를 담당하는 한 의원은 “중국의 유럽 정치권 침투는 이미 익숙한 문제지만, 이번 사건은 더욱 심각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