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전 세계 겨냥 ‘관세전쟁’ 포문…한국도 직접적 영향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전쟁이 드디어 전 세계를 향해 포문을 열었다. 당장 우리나라도 직접적 영향권에 들면서 트럼프발(發) 관세전쟁에 휘말리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10일 서명한 ‘철강·알루미늄 관세’ 관련 포고문 효력이 미국 동부 시간으로 12일 0시 1분(한국시간 오후 1시 1분)부터 발효됐다.
그는 포고문에서 이들 국가로부터 수입하는 강철 제품이 미국의 국가안보를 악화시킬 위험이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취임 전후 수없이 ‘관세’를 언급해 왔지만, 사실상 제대로 관세를 부과한 나라는 중국 정도였다.
미국은 지난달 4일부터 자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중국산 제품에 10%의 추가 관세를 시행했고, 이달 4일 다시 10%를 추가로 부과했다.
같은 날 멕시코와 캐나다에 25% 관세를 부과했지만, 자유무역협정(FTA)인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이 적용되는 품목에 대해 4월 2일까지 시행을 유예하는 등 대부분 관세 부과를 내달로 미뤘다.
하지만 오늘부터 시행된 관세는 예외를 두지 않을 방침이어서 관세전쟁은 이제 전 세계로 확대될 전망이다.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포고문 골자는 그동안 일부 국가와 합의에 따라 적용해 온 철강·알루미늄 관세 면제 등 예외를 모두 폐지하는 것이다.
철강의 경우 한국을 비롯해 세계 각국이 미국에 철강 제품을 수출하면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한다.
현재 미국에 철강을 수출하는 국가는 한국을 비롯해 아르헨티나, 호주, 브라질, 캐나다, 멕시코, 유럽연합(EU) 회원국, 일본, 영국 등이다.
미국의 이번 조처로 가장 큰 타격을 입게 될 국가는 대미 철강·알루미늄 수출 1위인 캐나다로 예상된다.
한편, 알루미늄도 일부 국가 및 품목에 대한 예외를 폐지하고 관세를 10%에서 25%로 인상했다. 즉시 25% 관세가 부과되는 품목은 철강·알루미늄과 볼트·너트, 스프링 등 166개에 달한다.
그동안 한국 철강 제품에 적용하던 무관세 쿼터제(293만t, 2018년 4월 30일 자 미 대통령 포고령 9740호 등)가 이번에 폐기됐기 때문이다.
한국은 미국의 철강 수입국 중 6위에 해당하며 지난해 32억 달러(약 4조 6천억 원)를 미국에 수출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전체 철강 수출액에서 미국 비중은 약 13% 수준이다.
알루미늄은 지난해 6억 4370만 달러(약 9352억 원)를 수출해 대미 수출국 4위를 기록했다.
관세가 25%로 올라 부담이 커졌지만, 이번 조치로 한국 철강은 기존의 ‘쿼터제’라는 수출량 제한이 없어져 대미 수출량을 확대할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반면 국내외 수요 감소, 중국의 공급 과잉에 따른 저가 제품 공세, 대미 수출 경쟁력 약화로 업계의 불황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향후 미국과의 협상도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국 제조업체 보호를 최우선시하는 데다, 미국 철강회사도 미 무역대표부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한국 업체의 덤핑, 부가가치세 제도 등 불공정 관행을 주장하며 최소 25%의 관세 부과를 요구하고 있어서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관세 부과는 향후 전방위적인 관세전쟁의 신호탄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다음 달 2일 전 세계를 상대로 ‘상호관세’ 부과를 예고하고 있어 우리나라도 반도체·자동차 등 주력 수출 상품에 대한 관세 부과 문제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관세 인상으로 인한 가격 급등은 무역 역풍을 불러와 미국 업체들의 경쟁력과 신뢰를 약화하고 인플레이션 우려를 부추긴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관세 정책 발표 이후 글로벌 대기업들이 미국 내 생산시설을 늘리고 있다면서 관세 정책을 고수할 것임을 거듭 시사했다.
한편, 미국 전국소고기협회(NCBA)는 11일(현지 시간) “한국의 30개월 이상 된 미국산 소고기 수입 금지와 각종 농산물에 대한 검역 제도, 약값 책정 정책 등을 불공정 무역 관행”이라고 주장하며 미국무역대표부(USTR)에 개선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