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배달 기사들이 밝힌 “중국서 시켜 먹어선 안 될 음식들”

2025년 03월 13일 오후 3:58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서 ‘배달원들도 먹지 않는 배달 음식’이라는 주제가 화제가 됐다. 치킨, 마라탕, 덮밥 등 중국인들이 일상적으로 주문하는 메뉴들이 대거 포함돼 충격을 줬다.

가장 먼저 지목된 음식은 황먼지(黃燜雞, 중국식 찜닭)이다. 일부 업소에서는 신선하지 않은 냉동육이나 오래된 고기를 사용하며, 채소 세척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위생 상태가 불량하다는 이유에서다.

치킨도 마찬가지였다. 중국에서는 치킨집의 튀김닭 품질이 천차만별인 데다, 많은 곳에서 주문을 받으면 바로 튀기는 것이 아니라 반조리 제품을 사용하는데, 보관 상태가 좋지 않으면 벌레가 생기거나 변질될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마라탕도 빠지지 않았다. 들어가는 재료가 워낙 다양하다 보니 값싼 식재료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고, 국물에는 각종 향신료와 첨가물이 포함돼 있어 건강에 좋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 배달원들의 설명이다.

덮밥류도 안전하지 않았다. 원가 절감을 위해 식재료 세척을 소홀히 한 채로 그냥 소스를 부어 볶아버리지만, 소비자들은 이를 알 방법이 없다. 또한 조리 과정에서 대량의 기름과 소금을 사용해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는 점도 언급됐다. 품질이 낮은 쌀과 기름을 사용하는 곳도 있다고 한다.

만두와 죽 역시 안심할 수 없다는 의견이 나왔다. 배달용 만두는 대부분 수제 만두가 아니라 공장에서 대량 생산된 냉동 만두인데, 속 재료에 저급 육류나 부산물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아 신선도를 보장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일부 죽 전문점에서는 자연스럽게 졸여 점도를 높이는 것이 아니라, 조리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첨가물을 넣어 걸쭉하게 만든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 외에도 고기볶음, 즉석조리식품(전자레인지용 음식), 바비큐(꼬치구이) 등 다섯 가지 음식이 추가로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배달원들은 이러한 음식들이 “불량한 식재료를 사용할 가능성이 크고, 각종 화학 첨가물과 인공 호르몬이 포함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식 찜닭인 황먼지(黃燜雞)에서 털실처럼 보이는 이물질이 발견됐다며 게재된 사진 | 웨이보

“그럼 도대체 뭘 먹어야 하나” 중국 네티즌 분노

이 리스트를 접한 중국 네티즌들은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웨이보에는 “이제 대체 뭘 먹으라는 거냐”, “식품 안전 문제는 몇십 년이 지나도 해결이 안 될 것”이라는 반응이 쏟아졌다.

한 네티즌은 “시켜 먹는 사람들도 이런 상황을 다 알고 있다. 하지만 요리할 시간도 없고 여건도 안 되니 어쩔 수 없이 주문하는 것”이라며 현실적인 문제를 지적했다. “배달원도 다 아는 문제를 감독 기관만 모른다는 게 말이 되냐”며 당국의 관리 소홀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배달원들의 폭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한 배달원은 “많은 음식점이 홀 운영 없이 배달만 전문으로 하는데, 위생 상태가 너무 열악해서 신발을 신고도 가게에 발을 들이기가 꺼려질 정도다”라고 전했다.

특히 꼬치구이 전문점의 경우 바닥에 대나무 꼬치는 물론 육류에서 흘러내린 듯한 피가 섞인 물, 기름때, 비닐봉지, 채소 찌꺼기 등이 뒤엉켜 있어 위생이 엉망이라는 증언도 나왔다.

중국 배달 음식의 위생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해에도 한 배달원이 “음식점들은 판매 데이터, 리뷰, 심지어 매출까지 조작할 수 있다”고 내부 폭로를 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그는 “가장 끔찍한 것은 고기가 가짜일 수도 있다는 점”이라며 “일부 양심 없는 업주는 개도 먹지 않을 음식을 손님들에게 내놓고 있다”고 폭로했다.

배달 음식만? 대형 프랜차이즈도 안전하지 않다

중국의 식품 안전 문제는 배달 음식뿐만이 아니다. 최근에는 대형 프랜차이즈 식당과 베이커리 업계에서도 위생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소비자 불만 접수 사이트인 ‘헤이마오(黑貓)’에 따르면, 중국 유명 베이커리 브랜드 ‘타올리(桃李)’와 ‘하오스(豪士)’ 제품에서 곰팡이가 피거나 이물질이 발견됐다는 신고가 지난 수개월간 7천 건이 넘었다. 관련 검색어가 웨이보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오르기도 했다.

또 다른 유명 체인인 ‘양밍위(楊銘宇) 황먼지’의 일부 가맹점에서는 유통기한이 지난 식재료를 사용하고, 심지어 손님들이 남긴 음식을 재사용하거나 건강검진 없이 직원을 고용하는 등 충격적인 실태가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식품 안전 문제가 단순한 업주들의 도덕성이나 개인적 일탈 차원을 넘어 구조적인 문제라고 지적한다.

미국에 거주하는 시사 평론가 싱톈싱(邢天行)은 “미국이나 다른 나라에도 불량 식당은 있다. 하지만 소비자 신고가 접수되면 행정 처분이나 심하면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기에 업주도 태만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중국의 경우, 문제를 일으킨 업체들이 법적 책임을 지는 경우가 적고 관리 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중국 평론가 친펑(秦鹏)은 “식품 안전 논란이 중국에서 끊이지 않는 이유는 인명을 경시하고 물질을 우선시하는 사회적 풍조가 일반 국가에 비해 극단적으로 심각하기 때문”이라며 “큰 사건이 터지면 당국이 개입하지만, 그때만 잠깐 나설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관리자들과 감독 당국도 자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소홀히 여기고 행정 편의적으로만 접근하기 때문에 규제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비양심적인 업체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배달 음식에서 시작된 논란이 대형 프랜차이즈 업계까지 번지면서 중국 소비자들의 불신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경각심만으로는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기 어려운 만큼, 정부 차원의 강력한 규제와 인명을 소중히 여기는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