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관세에 엇갈린 두 기업…룰루레몬 비켜가고, 캐나다구스 직격탄

2025년 03월 10일 오후 4:14

미국과 캐나다가 일부 상품에 상호 관세를 부과하는 가운데, 캐나다를 대표하는 두 패션 브랜드 룰루레몬(Lululemon)과 캐나다구스(Canada Goose)가 상반된 상황을 맞고 있다.

룰루레몬은 미국 관세의 영향을 피할 가능성이 높지만, 캐나다구스는 피해 가기 어려운 상황이다. 두 기업의 처지는 생산 기지 해외 이전 여부로 갈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6일(현지 시간) 일부 캐나다 및 멕시코산 상품에 대한 25% 관세 부과를 4월 2일까지 유예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조치는 모든 캐나다 브랜드에 동일하게 적용되지는 않는다. 룰루레몬의 레깅스 가격은 당장 오를 가능성이 낮지만, 캐나다구스의 다운 파카 가격은 인상될 가능성이 크다.

둘의 차이는 바로 생산 시설의 위치에 있다. 룰루레몬은 대부분의 제품을 해외에서 생산하지만, 캐나다구스는 캐나다 내에서 제품을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룰루레몬, 해외 생산으로 관세 리스크 대처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룰루레몬은 본사가 캐나다 밴쿠버에 위치해 있지만, 전체 생산량의 약 90%를 베트남, 캄보디아, 스리랑카,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등에서 제조하고 있다.

현재까지 이들 국가는 미국 관세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 하지만 트럼프가 4월 2일을 ‘상호 관세 부과’ 시행일로 지정한 만큼, 앞으로 관세 대상이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반면, 캐나다구스는 본사가 토론토에 있으며, 전체 제품의 70%를 캐나다에서 생산한다.

특히 거의 모든 다운파카는 캐나다에서 제조된다. 캐나다구스는 온타리오주, 매니토바주, 퀘벡주에 총 7개의 제조공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캐나다 재단·봉제 산업 근로자의 20%를 고용하고 있다.

이 회사 대변인은 “우리는 숙련된 직원들의 전문성과 기술력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해외로 생산을 이전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룰루레몬 제품을 착용한 여성 | Getty Images for Lululemon Sweatlife Festival

캐나다구스, 관세 유예에도 주가 하락세

캐나다구스의 제품은 미·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의 규정을 충족해 4월 2일까지는 관세 면제를 받는다. 하지만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계속되고 있다. 1월 말 이후 캐나다구스 주가는 17% 이상 하락했다.

캐나다구스는 1957년 설립된 브랜드이며 패딩(충전재) 파카로 명성을 쌓아왔다. 브랜드명도 캐나다의 상징적 조류인 ‘캐나다기러기(Black Goose)’에서 유래했다. 흔히 ‘구스’라는 브랜드명으로 인해 거위를 연상하게 되지만, 실제로 캐나다구스는 기러기를 뜻하며 충전제 역시 거위털(구스)이 아닌 오리털이다.

이 회사는 디자인과 제조를 모두 캐나다에서 수행하고 세일을 거의 하지 않는 브랜드 전략을 통해 ‘고급 의류는 가격을 유지해야 한다’는 원칙을 고수해 왔다.

브랜드의 대표 상품인 ‘스노우 만트라(Snow Mantra) 파카’는 본래 캐나다 북극 근로자들의 방한을 위해 개발된 제품으로, 강력한 보온성을 자랑한다.

생산 해외 이전 거부… 브랜드 정체성 지키는 캐나다구스

캐나다구스는 비용 절감을 위해 해외 생산으로 전환하는 전략을 거부해 왔다. 회사 측은 소비자들이 제품의 생산지를 중요하게 여긴다고 판단하고 있다.

WSJ은 캐나다구스가 생산 공장을 디자인팀과 가까운 곳에 유지하는 이유가 품질 관리 때문이라고 전했다.

디자이너들이 직접 생산 현장을 챙기는 것이 이 회사의 꼼꼼한 관리 비결 중 하나다. 이 회사의 전·현직 직원들은 “디자이너들이 토론토 본사 1층에 있는 공장을 자주 방문해 제품이 기준에 맞게 제작되는지 직접 확인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남성용 익스페디션(Expedition) 파카의 가격은 1,675달러(약 220만 원)로, 2018년 당시 1,050달러(약 140만 원)였던 것과 비교해 크게 상승했다.

룰루레몬, 캐나다산 제품 없어 관세 영향 적어

룰루레몬의 최고재무책임자(CFO) 메건 프랭크(Meghan Frank)는 지난해 12월 애널리스트들과의 회의에서 “룰루레몬은 캐나다에서 제품을 생산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회사의 멕시코 및 중국 내 생산량도 제한적이다. 룰루레몬의 전체 제품 중 중국에서 생산되는 비율은 3%에 불과하며, 멕시코산 제품 비중은 0.5% 미만이다.

이처럼 생산지를 다변화한 전략 덕분에 룰루레몬은 이번 미국 관세 정책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