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AI 모델 딥시크(DeepSeek)가 최근 세계적으로 관심을 끌 수 있었던 것은 미국의 반도체 수출 통제의 허점을 이용해 수입한 장비를 이용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지난 7일(현지 시간)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아울러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가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미국 제재를 우회, 타이완 TSMC의 인공지능(AI) 반도체 200만 개 이상을 확보했다고 전했다.
CSIS는 대만 당국자들을 인용해 “TSMC가 200만 개 이상의 어센드 910B 로직다이를 제조했는데, 이 모든 것이 이제는 화웨이에 있다”고 했다. 이 정도 물량이면 어센드 910C 반도체 100만 개를 만들기에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2020년 화웨이가 TSMC 첨단 노드 제조 능력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차단했다. 또 2022년과 2023년엔 수출 통제를 강화해 중국의 모든 첨단 노드 AI 반도체 설계자들에도 동일한 조치를 취했다. 이어 “그런데도 화웨이는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TSMC가 제조한 대량의 화웨이 어센드 910B 칩을 미국 수출 통제를 우회해 중국으로 가져왔다”면서 미국 제재 조치의 허점을 지적했다.
보고서는 “화웨이가 확보한 200만 개의 AI 반도체는 전략적으로 의미 있는 비축량”이라고 분석했다. 화웨이는 지난해 8월 미국의 대(對)중국 첨단 HBM 유입 통제 계획을 알게 된 뒤 실제 조치가 시행된 그해 12월까지 대부분 삼성전자로부터 이 칩을 구매한 것으로 전해졌다.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최소 1년분의 HBM을 미리 들여왔다는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중국산 AI 모델 딥시크가 성공할 수 있었던 건 미국의 2022~2023년 반도체 수출 통제에 결함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공개된 증거는 없다”면서도 업계 소식통들은 “대규모 엔비디아 반도체 밀수가 2023년 10월 이전에 발생했다”는 업계 소식통들의 발언을 인용해 2024년 초까지 상당한 H100 칩 밀수가 진행 중이었다고도 했다.
이어 “딥시크가 미국 AI 모델들을 추출하고 폐쇄적 소스 알고리즘 혁신을 복제하는 데 성공한 것은 강력한 지식재산권 보호가 없는 AI 경쟁의 특성에 의문을 제기한다”며 “최악의 시나리오는 AI가 의약품과 구조적으로 유사해지는 경우”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미국 기업들은 인간 수준의 범용인공지능(AGI)과 인간 수준을 넘어서는 인공 초지능(ASI) 경쟁에서 여전히 중국에 앞서지만, 차이는 크게 좁혀졌다”며 “중국의 성공은 정부 투자와 반도체 밀수, 미국 수출 통제 범위 허점 노리기, 장비 국내 이전, 선도적 국제 기업에서 경험을 쌓은 인재 채용, 해외 기술 역설계, 국가가 지원하는 경제 간첩, 국내 혁신 등이 결합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더욱 강경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지금은 미국이 인공 일반 지능 경쟁에서 승리하고 그 승리를 통해 더욱 견고한 전략적 우위를 만들 때”라며 “수출 통제 시행의 부주의나 대규모 반도체 밀수를 관용할 여지는 사라졌다”고 했다. 이어 “수출 통제의 유효성은 반도체 밀수 금지 이행과 집행에 달려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가 정부 자원과 인력을 줄이거나 동맹국의 비협력을 야기한다면 큰 우려를 낳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