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발표한 경제성장률 목표 5%…평론가들 “정치적 수치”

중국 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를 작년과 같은 수준인 ‘5% 안팎’으로 발표한 것을 두고 다양한 분석이 이뤄지고 있다. 불투명성이 한층 높아진 가운데, 치밀한 계산에 따른 ‘경제적 수치’가 아니라 정권 안정을 위한 ‘정치 구호’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리창(李強) 중국 국무원 총리는 지난 5일 베이징에서 개막한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개막 첫날 정부업무보고를 통해 이 같은 목표를 밝혔다. 작년과 마찬가지로 부동산 불황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미국 트럼프 정권의 추가 관세 조치 등 전망이 흐려졌는데도 같은 수준으로 제시한 것이다.
중국 사회학자 자오첸(趙乾)은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팬데믹 이후 중국은 심각한 경제 위기에 직면했다”며 “올해 설정된 5%의 GDP 성장 목표는 지난 20년 이래 가장 보수적인 수치”라고 평가했다.
그는 “내수 확대, 금융 발전, 신산업 생산력 제고를 강조한 것은 경제성장률이 제로에 가까워지거나 정체될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현실적인 목표를 설정했다기보다는 대외적으로 발표할 수 있는 가장 낮은 수치를 발표했다는 것이다.
경제학자 왕루(王璐) 역시 “이번 업무보고는 경제가 점차 쇠퇴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그는 “리창 총리의 업무보고는 대공황과 경기 침체가 임박했음을 시사하며, 중국 경제의 하방 압력이 심화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드러내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경제학자 데이비드 웡은 “중국의 공식 경제 통계는 오랫동안 신뢰받지 못했다”며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되고, 외국 자본의 이탈이 가속화되며, 글로벌 공급망이 해외로 이동하는 상황에서 5% 성장률 목표는 정치적 선전에 불과하며 경제 현실과 괴리가 크다”고 지적했다.
중국 문제 전문가 왕허(王赫) 역시 “중국 정부가 설정한 5% 성장 목표는 경제 논리가 아닌 정치적 고려에서 나온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올해는 ‘14차 5개년 계획’의 마지막 해로, 중국 정부가 설정한 장기 경제 목표를 달성하려면 연평균 4.6~4.8% 성장이 필요하다”며 “그러나 실제 경제 상황과는 완전히 괴리된 숫자”라고 비판했다.
리창 총리는 보고에서 소비 활성화를 위해 3000억 위안(59조원) 규모의 특별 국채를 발행해 ‘노후 제품 교체 지원 프로그램’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왕허는 “중국 정부의 재정은 이미 한계에 도달했다”며 “정부는 자금이 부족해 부채 발행에 의존하고 있지만, 중국 경제가 악화되면서 투자 기회도 사라지고 있어 국채 시장이 위험에 처해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중국 내 경제 침체와 높은 실업률 속에서 과거 ‘철밥통’으로 불리던 의료계도 임금 삭감 위기에 놓이는 등 경제 위기의 여파가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