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IBM, 중국 연구개발 부문 운영 중단…1800명 집단 실직

2025년 03월 07일 오후 1:16

미국의 컴퓨터 분야 대기업 IBM이 중국 내 연구개발(R&D) 부서를 공식 폐쇄했다.

IBM 차이나 벤처(IBMV)는 지난 1일 중국 법인과 자회사를 폐쇄한다고 발표했다. 1992년 중국 내 자회사 ‘중국국제상업기계’를 설립한 지 30여 년 만이다.

폐쇄된 부서는 IBMV 산하 ‘IBM 중국 개발 랩’과 ‘중국 시스템 랩’으로, 주로 R&D와 테스트 업무를 담당하던 곳이다. 이 밖에도 베이징, 상하이, 다롄 등 주요 도시에 위치한 여러 사무실이 함께 문을 닫았다.

중국 IT 업계에 따르면, 이로 인해 1,800명의 직원이 일자리를 잃었으며, 사무용 장비도 신속히 철거되고 있다.

IBM 관계자는 현지 언론에 “글로벌 차원에서 제품 개발 기능을 통합하고 있다”며 “지난해 가을 중국 연구소 조정에 이어, IBM 제품 개발을 담당했던 IBMV가 주요 임무를 완료했기 때문에 운영을 종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8월 IBMV는 부서 폐쇄와 직원 대량 해고를 발표한 바 있다. 이후 10월 해고를 단행했으나 일부 직원들이 회사를 떠나지 않고 있다가 이번 사무소 철수로 인해 사실상 퇴출당한 상황이다.

한 전직 IBM 중국 직원은 “직원들은 ‘2N 보상’(근속연수마다 급여의 2배 지급), 6개월 유예 기간, 미사용 휴가 수당 지급 등을 요구했으나, 최종적으로 N+3(근속연수마다 급여의 1배에 추가로 세 달 치 급여 지급) 보상과 2개월 유예 기간만 확보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일부 직원들은 유예 기간 종료 후에도 서명하지 않았으며, 서명하지 않은 직원이 수십 명 정도 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때 선망받던 직장… 30년 역사 뒤안길로

IBM은 1992년 중국에 자회사 ‘중국국제상업기계’를 설립한 이후 30년 넘게 연구개발 부서를 운영해 왔다.

21세기 초반까지만 해도 IBM 입사는 높은 연봉과 안정적인 직장을 의미하며 많은 이들의 꿈으로 여겨졌으나, 이제 그 역사는 사실상 막을 내리게 됐다.

IBM의 이번 중국 연구개발 부문 폐쇄는 단순한 구조조정이 아니라, IBM의 중국 내 실적 악화와도 관련이 깊다.

IBM의 2023년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시장에서의 매출은 전년 대비 19.6% 감소했으며, 이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실적 둔화를 이끈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혔다.

2023년 IBM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매출 비중은 18.92%에 불과했으며, 이는 미국 시장(51.19%)은 물론, 유럽 및 중동 시장보다도 낮은 수준이었다.

올해 상반기에도 IBM 중국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 추가 하락하면서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외국 기업 배제 정책 강화…IBM 철수와 연관?

최근 외국 기업들의 중국 시장 철수 또는 실적 악화가 잇따르는 가운데, 중국 정부가 외국 기업을 배제하는 정책을 비공식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블룸버그 통신은 2021년 중국 정부가 특정 민감 산업 분야에서 외국 기술 기업을 대체할 수 있는 ‘화이트 리스트(백서 명단)’를 운영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중국 정부가 지원하는 한 기관이 이 명단을 관리하며, 명단에 포함된 기업들이 외국 기업을 대신해 관련 시장을 장악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책은 2016년 중국 정부가 설립한 ‘정보기술응용혁신위원회(信創工委会)’가 주도하는 ‘신창(信創) 계획’과도 연관이 있다.

중국 관영 매체인 《경제참고보》는 2021년 9월 ‘신창 40대 기업’ 목록을 발표했으며, 이 명단에는 화웨이, 알리바바 클라우드, 레노버, 킹소프트(金山軟件) 등 중국 대표 IT 기업들이 포함됐다.

IBM의 중국 철수가 이러한 정책 기조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이번 조치는 외국 기업들이 점점 더 중국 시장에서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