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재정적자 사상 최대…피치, 신용등급 전망 ‘부정적’ 유지

중국 경제가 둔화하는 가운데, 중국 정부가 재정적자율을 4%로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이는 지난해 3%에서 1%포인트 증가한 수치로, 적자 규모는 5조6600억 위안(약 1120조원)에 달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중국의 국가 신용등급 전망을 기존과 동일하게 ‘부정적’으로 유지했다.
5일 열린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리창(李强) 국무원 총리는 정부 업무보고를 통해 올해 일반 공공예산 지출 규모를 29조 7000억 위안(5910조원)으로 책정했으며, 이는 전년 대비 1조 2000억 위안(240조원) 증가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리창 총리는 또한 지방정부 재정난 대응을 위해 초장기 특별국채 1조 3000억 위안(260조원)을 발행하고, 특별국채 5000억 위안(100조원), 특별지방정부채권 4조 4000억 위안(880조원)을 발행할 계획이다.
이로써 올해 새롭게 증가하는 정부 부채 규모는 총 11조 8600억 위안(2360조원)으로, 전년 대비 2조 9000억 위안(580조원) 증가했다.
적자 규모 역대 최대…작년 30개 성·시 마이너스
중국 정부는 2023년 말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2025년 재정적자율을 높이고 초장기 특별국채 및 특별지방정부채권 발행을 확대할 것을 결정했다. 이는 2020년 코로나19 발생 이전까지 3%를 넘지 않았던 중국의 ‘공식’ 재정적자율을 다시 크게 끌어올리는 조치다.
재정적자율은 2020년 코로나19 충격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3.7%로 상승한 이후, 2021년 3.2%, 2022년 2.8%로 점진적으로 하락했지만, 2023년 1조 위안 규모의 국채 추가 발행으로 다시 3.8%까지 상승했다.
올해 재정적자율은 3%로 설정됐지만, 2025년에는 4% 수준으로 상향 조정될 전망이다.
중국 재정부가 지난해 9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31개 성·시 가운데 30개 지역이 재정적자를 기록했다.
경제적으로 앞선 광둥성을 포함해 베이징 등 23개 성이 1000억 위안(20조원) 이상의 재정적자를 나타냈으며 이 가운데 15개 성은 2000억 위안 이상 적자를 기록했다.
쓰촨성이 4130억 위안으로 최악의 재정 상황을 보여줬고 허베이성, 허난성, 후난성도 3000억 위안을 기록해 재정 위기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재정부에 따르면 작년 7월 말 기준, 지방정부 부채는 42조 8000억 위안(8520조원)에 달했으며, 지방정부의 주요 재정 수단인 도시건설투자 채권 규모도 60조 위안에 근접해 이자 비용만으로 지방정부 운영에 타격을 받을 수준이다.
피치, 중국 국가신용등급 전망 ‘부정적’ 유지
5일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중국 수출신용보험공사(中国信保)의 보험 재무건전성 신용등급을 ‘A+’로 유지하면서도 전망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는 중국 정부의 신용도와 밀접한 연관이 있으며, 국가 신용등급 전망 역시 ‘부정적’으로 유지됐다.
피치는 작년 5월 중국의 국가 신용등급(A+) 전망을 기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주요 원인은 재정적자율 상승과 세수 감소였다.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중국 GDP에서 재정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은 23%로, 2018년 30%에서 크게 하락했다. 2018년 이후 감세 정책이 지속되면서 중앙정부의 재정수입이 줄어든 데다, 부동산 시장 침체가 지방정부의 주요 세수 기반을 약화시키면서 적자 악화를 부추겼다.
피치는 지방정부 부채 공식 집계에 포함되지 않는 지방정부융자플랫폼(LGFV)의 부채 규모가 상당하며, 이로 인해 지방정부 재무제표에 미치는 리스크가 점점 커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들 부채가 한꺼번에 정부 장부로 이전되지는 않겠지만, 점진적으로 정부 재정 부담을 가중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